검찰 ‘金여사 조사 방식’ 논란
왼쪽부터 이순자·권양숙·김건희 여사. /김영근 기자·대통령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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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의 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검찰의 대면 조사를 받은 김건희 여사의 ‘조사 장소’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조사받았기 때문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22일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사과했고, 대통령실은 “비공개 조사가 특혜라는 주장은 과도하다”고 했다.
피의자를 조사하는 ‘장소’에 대해 법과 규칙, 준칙 등에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하지만 과거 전직 대통령이나 부인 등 주요 인사들은 대부분 검찰청사로 나와 조사받았다. 그래서 검찰청사에서 조사받는 것이 ‘원칙’처럼 여겨졌다. 다만 수사 보안이나 수사 목적을 위해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거나, 병원·호텔 등을 찾아가 방문 조사를 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제3의 장소’ 조사 특혜인가
지금까지 조사받은 전직 대통령 부인들은 검찰청사로 출석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는 2004년 5월 11일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대검 중수부에 출석해 약 4시간 30분 조사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경우, 2009년 4월 11일 대검 중수부 검사 2명이 부산지검에 내려가 권 여사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전직 대통령들도 검찰청사로 나왔다.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은 현직 대통령의 부인을 대면 조사한 전례가 없었던 만큼,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제3의 장소에서 조사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부인도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를 받는다. 청사로 소환할 경우 경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보안을 지키면서도 검찰에서 조사받을 수 있었는데, 수사팀이 조사 성사를 위해 사실상 김 여사 측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조사 장소’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검찰사건사무규칙(36조)에는 ‘검사는 피의자에게 출석 요구를 하려는 경우 피의자와 조사의 일시·장소에 관하여 협의해야 하고, 변호인이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과도 협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 오히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 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19조에는 ‘출석 일시와 장소 등을 정할 때는 피의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피의자가 치료 등 수사관서에 출석해 조사받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 수사관서 외의 장소에서 조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를 근거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2월 서울 시내 모처에서 BBK 특검팀 조사를 3시간 받은 바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과거엔 뇌물 사건 관련 기업인 조사의 경우 비밀리에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영부인 조사, 공개해야 하나
이 총장은 평소 “소환 조사는 비공개로, 검찰청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창수 중앙지검장은 검찰청 출석의 경우, 사실상 공개 가능성이 높고 경호상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제3의 장소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조사의 ‘공개 여부’가 두 사람이 충돌한 진짜 이유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개 소환’은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 당시 조국 법무장관이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전면 폐지했다. 비공개 소환이 원칙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공보 규정을 개정하며 ‘중요 사건으로서 언론의 요청이 있는 등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해 소환 대상자와 죄명, 소환 일시 및 귀가 시간 등을 검찰이 알릴 수 있도록 했다. 김 여사가 검찰청으로 출석할 경우,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여사 측은 검찰에 “조사 사실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대통령 부인들 조사가 사전에 공개된 적은 없다. 이순자 여사의 경우 조사가 끝난 당일 저녁에 조사 사실이 알려졌고, 권양숙 여사는 비공개로 조사받은 다음 날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조사가 끝난 뒤에 알렸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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