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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삼성에 졌다, 애플은 끝났다"…그 한달 뒤 일어난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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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AI전략 ‘애플 인텔리전스’ 집중해부



■ 경제+

소문만 무성했던 애플의 새 인공지능(AI) 전략 ‘애플 인텔리전스’가 지난달 10일 애플 세계 개발자회의(WWDC)에서 마침내 공개됐다. 애플은 오픈AI와 협업해 음성 비서 ‘시리’에 AI 기능을 넣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혹시, 애플이 AI를 외주화하려는 건가.’ 환호와 탄식이 엇갈렸다. 기대와 달랐던 건 분명했다.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실망스럽다고 반응했고, 언론들도 “혁신을 포기한 애플”이라며 혹평을 쏟아냈다. 구글은 물론, 먼저 ‘AI 폰’ 갤럭시 S24를 낸 삼성보다도 애플이 뒤처졌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애플은 이 분위기를 한 달 만에 싹 바꿔놨다. 지난 10일 애플은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3조5000억 달러를 돌파한 기업이 됐고, 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에 내준 시총 1위 자리도 되찾았다. 애플 AI의 ‘한 방’은 무엇인가. 삼성 갤럭시의 AI 전략과 애플은 어떤 것이 같고 어떤 것이 다른가 분석해봤다.

‘애플 AI’…. 챗GPT가 전부 아니었네

애플 인텔리전스 발표 직후, “천하의 애플도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 애플이 자체 AI 모델을 준비하지 못해 오픈AI에 주도권을 내준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끝날 애플이 아니다.

중앙일보

김영희 디자이너


모바일 기기에서 AI는 크게 클라우드(서버) AI와 온디바이스 AI로 나뉜다. 온디바이스 AI는 사용자 기기와 서버가 데이터를 주고받을 필요 없이 기기에서 AI 연산이 곧바로 처리된다. 속도가 빠르고 보안 면에서도 유리하지만, 클라우드 AI에 비해 데이터 처리 능력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아이폰에서 작성한 글을 편집·요약하는 작업 정도는 온디바이스 AI로 할 수 있지만, 이미지·동영상 생성은 서버를 통하는 클라우드 AI가 처리해야 한다. 애플도 온디바이스·서버용 AI모델을 각각 자체 개발해왔다. 지난해 초부터 코드명 ‘에이잭스(Ajax)’로 진행한 자체 LLM 기반 프로젝트다.

애플의 온디바이스 LLM은 최대 30억개의 매개변수를 보유했는데, 현재 갤럭시 기기에 탑재된 구글의 온디바이스 AI ‘제미나이 나노’의 매개변수는 18억 개 수준이다. 매개변수가 많을수록 LLM의 성능도 좋다. 다만, 기기의 데이터 처리 부담도 함께 커진다는 게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램 짠돌이’로 유명한 애플이 올가을 내놓을 아이폰16 기본 모델부터 메모리 반도체 램(RAM) 용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온디바이스 AI로 대부분의 작업을 처리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픈AI와의 ‘불안한 동맹’

애플 AI의 성능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타사와 협력을 극도로 꺼리던 애플이 오픈AI와 손잡았다는 것 자체가 애플 AI 경쟁력 부족을 반증한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애플은 아이폰 등 기기 사용자 요청을 대부분 자사의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AI에서 처리하지만, 일부 까다롭고 복잡한 질문은 챗GPT로 보내기로 했다. 애플 인텔리전스의 모자란 AI 성능을 챗GPT로 보완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애플은 오픈AI에 챗GPT 이용료를 한 푼도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성도 높기로 유명한 애플 사용자들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오픈AI에 열어준 것만으로도 비용은 충분히 치렀다는 계산일까. 어쨌든, 애플만이 가능한 배짱 거래다.

비즈니스에서 ‘영원한 동맹’이란 없다. 챗GPT는 애플에 일종의 디딤돌일 뿐이다. 애플은 자체 온디바이스 AI의 매개변수를 70억개까지 늘릴 것으로 알려졌는데, IT업계에서는 애플의 자체 AI 모델이 완성되면 오픈AI와의 동맹도 끝날 것으로 본다.

숨은 무기 ‘애플 클라우드’

애플은 가능한 모든 기능을 온디바이스 AI에서 처리하고 싶겠지만, 막대한 데이터가 요구되는 이미지·영상 생성은 당분간 클라우드 AI의 힘을 빌려 처리해야 한다. 애플이 최근 데이터 센터를 늘리는 배경이다. 여기서부터 애플의 장기가 발휘된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애플은 데이터 센터에 자체 설계 반도체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아이패드·맥북에 사용되는 애플의 M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든 칩이 데이터 센터 서버에도 들어간다. 한 마디로 클라우드 AI를 구동하는 데이터 센터의 칩과 온디바이스 AI를 지원하는 모바일 기기 칩 모두를 애플은 자급자족하려 한다.

이는 모바일 패권 전략을 애플이 AI 시대에도 그대로 재현하겠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애플이 모두 자체 개발해 구동하는 폐쇄적 수직계열화 방식이다. AI 반도체 설계와 소프트웨어·운영체제(OS), 기기 완제품과 서비스까지 ‘애플의 AI 생태계’로 일원화하겠다는 구상은 삼성도, 구글도, 엔비디아도 따라 하기 힘든, 전 세계에서 애플만 가능한 전략이다.

“문제는 보안이야!”

애플 ‘AI 수직계열화’의 강점은 또 있다. 보안이다. 애플이 아직 나오지도 않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소개하며 가장 강조한 지점도 ‘보안’이었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당장 유럽연합(EU)은 인공지능 규제 법안인 EU AI법(AI Act)을 2년 내 전면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으로 개인정보 보호·보안에 실패한 AI는 각국 정부의 철퇴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 데이터를 모두 내부에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애플의 강점이다. 애플은 자체 AI 반도체가 탑재된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자 데이터를 처리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개인 AI 처리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시스템(PCC·Private Cloud Compute)’로 쐐기를 박으려 한다. 애플은 PCC를 통해 아이폰·아이패드 등 사용자 기기와 서버 간 이동하는 데이터를 암호화하며, 개인 정보를 서버에 남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대응은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삼성은 구글 등과 손잡는 개방형 협업으로 먼저 ‘온 디바이스 AI’ 시대를 열었다. 올해 1월 공개된 AI폰 갤럭시S24는 “안드로이드폰이 경쟁사인 애플보다 기술적 우위를 제공한다”는 외신 평가를 받았다. 애플의 AI가 ‘온디바이스·내재화’로 가는 여정이라면, 삼성은 협력·기능·보안에서 처음부터 ‘하이브리드 AI’를 지향한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삼성은 ‘안드로이드 동맹’인 구글과 협력해 AI폰을 내놨다. 자사 강점인 하드웨어에 집중하면서도 운영체제(OS)와 앱은 구글 힘을 빌렸다. 프로세서(AP)는 세부 모델에 따라 퀄컴의 스냅드래곤 8과 삼성 엑시노스2400을 함께 탑재했다. AI 모델은 삼성 자체 AI인 ‘가우스’와 구글 ‘제미나이’를 심었다. 호평받는 AI 기능 중 하나인 ‘서클 투 서치’도 구글과 함께 개발한 것이다. 삼성은 온디바이스와 클라우드를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AI’를 지향한다.

개인정보 보안에서는 온디바이스 AI의 강점이 뚜렷한데, 삼성은 이를 자체 보안 플랫폼 ‘삼성 녹스(Knox)’로 강화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별도의 물리적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서 중요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식으로, 만일의 외부 공격 시에도 중요한 데이터를 빼내어 가져갈 수 없도록 보안 성벽을 튼튼히 쳐둔 것”이라고 말했다.

■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중앙일보

천하의 램 짠돌이 돌변했다…애플의 ‘시총 1위’ 탈환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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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권·황수연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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