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일선 수사 이례적 비판…대면보고한 이창수 "죄송하다"
거취 표명·감찰 대신 일단 '진상파악'…수사 결론 등 불씨 남아
대검찰청 나서는 이원석 총장 |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권희원 황윤기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이 사전 보고 없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조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22일 공개 질책했다.
이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이 총장을 대면 보고하면서 "죄송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이 총장의 사퇴나 이 지검장에 대한 감찰 착수 등 파열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은 일단 피한 모양새다.
다만 이 총장은 '패싱 논란'의 진상을 파악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그 과정에서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극적으로 내분이 수습되더라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처분 결과에 따라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취임사하는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
◇ 이원석 "김여사 조사, 원칙 안 지켜져"…이례적 비판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서울중앙지검의 김 여사 소환조사가 부적절했다고 공개 질타했다.
이 총장은 "국민들께 여러 차례에 걸쳐서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취임사에서 인용했던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성어를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지만,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모두 제 책임"이라며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검찰 조직의 수장이 일선 수사팀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로 소환조사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게 이 총장 판단이다.
현직 대통령 부인 사건이라는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할 때 다른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검찰청 소환조사'라는 원칙을 적용할 때만 어떤 처분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치적 공세를 막아낼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간 야권에서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등을 겨냥한 편향된 수사를 한다고 비판해 왔고, 앞으로도 이 전 대표와 김혜경 여사 등 수사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가 '검찰 중립성의 잣대'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 사건은 결론보다도 조사 방법이 더 중요한 사건"이라며 "이게 불공정하면 검찰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총장은 평소에도 중앙지검에 '검찰청 소환' 원칙을 지킬 것을 누누이 당부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중앙지검 수사팀은 '제3의 장소' 조사를 택했고, 그마저도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조사 도중 '사후 보고'하자 이 총장은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주변에 "나를 무시했다", "사건이 종결된다고 국민이 믿겠느냐"며 자신의 거취 문제까지 심각하게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총장이 이날 사퇴 표명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주변의 만류로 이는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이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그것이 부족하다고 하면 그때는 제 거취에 대해서 판단해보겠다"며 사퇴설에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 6·25전쟁 74주년 행사 국기에 경례 |
◇ 중앙지검장, 총장 대면보고서 "죄송하다"…봉합 가능할까
이 총장은 이날 오전 이창수 중앙지검장으로부터 직접 대면 보고를 받고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이 총장의 질책을 받은 이 지검장은 자체 판단으로 제3의 장소 조사를 진행한 경위를 설명하고, 여러 차례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총장 지휘권이 배제됐기 때문에 위법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 보고가 늦어졌다는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하되 총장과 정면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일단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장은 이후 대검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는 이 지검장으로부터 보고받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으로, 감찰 착수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대검 설명이다.
감찰까지 나아갈 경우 내홍만 더욱 격화할 수 있어 총장의 공개 질책과 지검장의 사과 선에서 일단 상황을 봉합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검찰 일각에서는 '보고 누락'에 대한 감찰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어 진상 파악 결과에 따라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있다.
이 총장은 이날 "진상을 파악해보고 나서 거기에 상응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 여사 사건 처분 결과가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현재로서는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의 처분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사건 자체의 쟁점이 복잡하지 않은 데다 김 여사를 비롯해 대통령실 행정관, 최재영 목사 등 사건 관계인 조사를 모두 마쳤고, 명품 가방 실물 확인 절차만 남겨뒀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경우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항소심 선고가 오는 9월로 예정돼 있어 김 여사 사건 처분 시기가 다소 유동적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 사건 모두 처벌 조항의 존재 여부, 고의성 입증 문제를 이유로 무혐의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중앙지검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느냐에 따라 갈등 국면이 달라질 전망이다.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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