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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없인 못살아" 밀양 성폭행 피해자, 침묵 깨고 카메라 앞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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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2004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 사진 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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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가 침묵을 깨고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2004년 이후 일상이 멈췄다며 "약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밀양 사건 피해자 A씨와 그의 친동생 B씨가 출연했다. 사건을 애써 외면한 채 침묵 속에 살아온 이들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우리 얘기로 이렇게 떠드는데 우리도 한번 마주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B씨는 "언니와 나 둘 다 고등학교 졸업을 못 했다"며 "2004년부터 지금까지도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니면서 진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건을) 검색한 적도 없고 찾아볼 생각도 없었다"며 "유튜브 알고리즘에라도 뜨면 둘이 서로 모른 척하고 말을 꺼내지 않았다"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2일이었다. 일요일이었는데 남동생이 유튜브에서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며 "영상을 본 후 유튜버에게 여동생이라며 메일을 보냈다. '아직도 지옥 속에 살고 있다'며 삭제를 요청했더니 '이렇게 된 거 사건을 한번 키워나가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B씨는 "그럴 생각도 없고 당장 수정하라고 했다"며 "유튜브 채널에 '피해자가 동의했다'고 적혀있었다. 혹시나 가해자들이 복수하는 건 아닐까 무서웠다"고 했다.

A씨도 "아직도 현관문을 닫은 후 수십 번 확인하고 잠이 들 때까지 또 확인한다"며 "사태가 커져서 요즘에는 더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저한테 동의를 얻었던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가해자 신상이 공개되고, 검찰의 공소사실이 담긴 판결문이 공개되는 등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A씨는 2차 가해를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판결문에는 제가 그냥 놀러 갔다고만 간략하게 쓰여 있다"며 "판결문을 보고 사람들이 '질 나쁜 애다', '자살시도했다는데 말도 안 되고 못 믿겠다'면서 저를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제 사정을 모르지 않나"라며 "제가 집에서 무슨 폭력을 당하는지 어떤 협박을 당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B씨는 "지난 2일 '○○○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상황이 이렇게 커지고 (가해자들) 직장도 잘리는 중에 (피해자가) 조용히 하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이어 "'(가해자 중 일부는) 성폭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줘야 하는데 왜 가만히 있느냐'"며 "그래서 자기는 피해자를 소환할 수밖에 없다더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사건 가해자 44명 중 10명이 기소됐고, 형사처벌을 받은 인물은 한 명도 없다는 사실도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최근 관할 검찰청에 가해자에 대한 수사기록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공개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A씨는 "사건 관련 기록을 제가 뗄 수 있는 건지 알아보니 그 44명한테 다 동의를 얻어야지만 뗄 수 있다고 하더라"며 "왜 저는 볼 수가 없는 건지 저는 알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건지 그런 게 참 아직도 의문이고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사건 가해자 등 신상공개와 관련한 고소 사건을 조사 중인 경남경찰청은 당사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올린 유튜버 C씨 등 8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C씨 등은 유튜브 등에 당사자 동의 없이 실명과 사진 등 개인정보를 올려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는다. 지난 19일 기준 경남경찰청에 접수된 이 사건 관련 진정과 고소 고발사건은 총 469건이며 이 중 수사 대상자는 192명이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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