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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할 사람이 없다 |
일본 국내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일본 경제는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에 잠시 줄어들었던 구직자 대비 일자리 비율은 2022년 가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여전히 높은 상태다. 특히 건설 노동자, 운전자, 돌봄 노동자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서비스 부문조차 신규 일자리에 대한 지원자 수가 필요한 인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력난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차츰 심각해지고 있다. 직원 퇴사, 채용의 어려움,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에 따른 “일손 부족 파산”이 2024년 1분기 182건에 달해, 종전에 기록했던 최고치 수치를 크게 초과했다.
노동력 부족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생산 활동을 지탱하는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다. 고령화와 출생률 급감으로 일본의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는 전에 없던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전후 두 차례의 베이비붐 이후,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1995년에 870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70%에 육박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출생률이 추락하면서 인구 규모는 줄곧 감소 추세다. 2023년에 총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점 대비 약 10%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지난 10년간, 여성 및 노인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외국인 노동자 수의 증가로 유효 노동력의 하락세는 완화됐다. 그러나 이들의 경제활동 참가를 확대하기에는 자연적인 한계가 있다. 일본 경제는 이제 유례없는 노동력 부족의 시대에 들어섰다. 과감한 조치가 없는 한, 노동력 부족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대책의 하나는 현재 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인 일본의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일본생산성본부(JPC, Japan Productivity Center)가 발표한 2023 노동생산성의 국제비교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의 노동생산성(구매력평가지수 기준)은 노동시간당 52.3달러(노동시간당 부가가치)로 OECD 38개 회원국 중 30위, 노동자 1인당 8만5300달러(노동자 1인당 부가가치)로 31위였다. 그 주된 원인은 서비스와 기타 비제조 부문의 낮은 노동생산성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제조 부문마저 노동생산성이 정체되고 있다.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의 제조 부문 1인당 노동생산성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편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에 들어 줄곧 큰 폭으로 하락하더니 2015년부터는 16~19위에 머물러 있다. 이제 거의 모든 산업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노동생산성을 개선하는 것이 노동력 급감을 극복하고 성장을 지속하는 데 있어 큰 숙제다.
일본의 노동 가능 인구가 2027년부터 급격히 감소해 2040년까지 1100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부족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일본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일본의 노동력 부족을 상쇄하기 위해 보다 개방적인 이민 시스템을 선호하고 있다. 일본 도쿄 중심부의 비즈니스 지구에서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걷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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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노동생산성 하락을 부추긴 요인으로 보이는 전통적 고용 관습의 악영향을 타파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을 미덕으로 여긴 일본의 노동 문화는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감소시켰다. 평생 고용 시스템에서 보상은 반드시 개인의 성과를 기초로 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과 직위가 올라가는 연공서열제도와 팀 중심의 업무 방식 속에서 개별 노동자들은 위험을 회피하게 되고 창의성도 줄어들게 됐다. 한 과제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리고 그들이 과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수록, 생산성은 더 낮아진다. 미국, 독일과 같은 여타 선진국과 비교해 동일 가치를 생산하는데 더 많은 노동자와 근로 시간이 소요되고, 이는 곧 노동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관행을 고쳐야 한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처방이 있다면 그것은 일본이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능력을 키워 일본 경제의 국제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세계 시장에서 일본 경제의 명성은 크게 퇴색했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간한 세계 경쟁력 연감(World Competitiveness Yearbook)에 따르면 일본의 국제 경쟁력은 1989부터 1992년까지 최고 수준이었으며 1996년까지도 세계 5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는 20위 대 중반으로, 그리고 2024년에는 38위로 밀려났다. 가장 최근 순위에서는 아시아 이웃 국가인 싱가포르(1위), 대만(8위), 홍콩(5위), 중국(14위), 그리고 한국(20위)에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일본의 제조업은 높은 기술 역량으로 압도적인 국제 경쟁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 신흥국들이 부상하면서, 예전에는 일본만이 만들 수 있었던 제품들을 이제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대량으로 생산해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그 결과 일본은 세계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상실했다. 세계 경제가 활발한 구조적 변화를 하는 동안 일본 국내 산업들은 수익성 낮은 부문을 구조 조정하거나 연구개발 성과를 유망 부문에 적용하는 데 실패했다. 일본이 노동생산성과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없는 부문들을 빨리 구조 조정하고 자원을 유망 부문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수익성이 저조한 산업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유망한 부문에서 기술적 진보를 이루는 것이 노동 생산력을 향상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일본 히가시오사카시의 소규모 공장들은 수십 년 동안 일본 최대 브랜드의 급성장을 이끌었지만, 엔화 약세와 비용 상승으로 인해 서서히 쇠퇴해 산업 중심지가 재편되고 있다. 약 6000개의 기업 중 87%가 직원 수가 20명 미만인 이 도시는 일본의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맞고 있는 전환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사카 히가시오사카에 있는 카츠이공업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에어 드릴을 조립하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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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인력 부족이 심각한 직종도 일부 있는 반면 노동력이 남아도는 직종도 있다. 업종별 구직자 대비 일자리 비율을 살펴보면, 전문·기술, 서비스 관련 직종의 경우, 구인 인원이 구직자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러나 사무직의 경우에는 채용 일자리 수가 구직자 수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2023 회계연도 기준, 일반 사무직 근로자의 구인 인원은 15만 명이 채 되지 않았지만, 구직자 수는 41만 명이 넘었다. 따라서 유효구인배율은 0.36으로 상당한 인력 과잉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과잉 노동자를 인력난이 심각한 일자리로 재배치하는 것은 노동생산성 향상에서 중요한 문제다. 최근 같은 직종 내 일자리 간의 노동이동(labor mobility)은 급격히 증가했지만, 다른 직종 간 이동은 아주 소폭 증가했을 뿐이다. 서로 다른 직종 간 노동이동을 진작하기 위해서는 인력 과잉인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 반복 훈련을 제공하고 그들이 구인난을 겪는 직종으로 순조롭게 이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발표한 2023년 일본 추계 인구(Projected Population of Japan)는 일본의 생산가능인구가 앞으로 50년간 꾸준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자료의 기준 시나리오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는 2050년에 5540만 명, 2070년에는 4530만 명으로 각각 정점 대비 36%, 48%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과거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던 외국인 노동자의 추가 확대가 이 내림세를 부분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 수는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르게 증가해, 10년 전보다 4배가량 늘어났다. 그렇지만 외국인 노동자로 노동력 급감을 둔화시키기에는 자연적 한계가 있다. 국내 출생률을 개선해 노동력을 증가시키는 것 역시 어렵다. 일본이 본격적인 노동력 부족의 시대에 접어든 만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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