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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바이든에 등 돌린 '동지' 오바마·펠로시…측근 압박에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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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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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레이스 완주 의사를 고수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를 전격 발표하기까지 당내에선 후보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그중엔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민주당내에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포함돼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는 오바마 전 대통령, 펠로시 전 의장 등에게 섭섭함 혹은 분노를 느꼈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8년간 백악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교체 목소리가 나오는 중에도 직접적인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7일 바이든 대통령의 TV 토론 부진 직후 "토론을 잘 못할 때도 있다"고 여전히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공개적으로는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이를 두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 정·부통령으로 8년간 함께 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 점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 여론의 배후 조종자로 간주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다 지난 18일 오바마 전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등 언론 보도가 나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의 길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후보직 유지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동안 막후에서 펠로시 전 의장을 비롯해 많은 민주당 관계자와 통화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깊이 관여했다고 WP는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우군인 펠로시 전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펠로시 전 의장은 지난 10일 "출마 여부 결정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달린 일"이라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18일엔 '바이든 대통령의 하차 결심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발표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을 낳았다.

당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요구가 분출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 원로 인사인 펠로시가 총대를 메고 사퇴에 앞장선 모양새가 됐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린든 존슨 제36대 미 대통령, 리처드 닉슨 제37대 미 대통령에 비교하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홀로 버려진 바이든, 친구들이 적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두 전직 대통령이 측근들의 의견을 반영해 권력을 포기했던 것처럼, 바이든 대통령도 측근들이 싸움을 포기하자 재선 도전을 멈췄다고 평했다.

존슨 전 대통령은 1968년 3선 도전 과정에서 대선 레이스를 중도 사퇴, 미 정치사에서 '아름다운 퇴장' 사례로 알려져 있다.

경선 초반만 해도 3선이 유력한 상황이었지만, 베트남전 반대 여론 확산과 경제 악화 등의 변수를 만났다.

경쟁자로 꼽히던 유진 매카시 당시 상원의원의 지지율이 그를 바짝 쫓았고, 로버트 F. 케네디 상원의원도 기존 불출마 입장 번복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처럼, 존슨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후보직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사기가 저하된 정당의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출마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존슨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상원의원, 부통령을 역임하며 평생을 정치인으로 살아왔던 인물이다. 대권가도를 중도에 포기하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게 세간의 평가다.

존슨 대통령의 후임으로 취임한 닉슨 전 대통령은 이와 반대로 불명예 퇴진의 대표 사례다.

그는 재선을 위해 민주당 전국본부 사무실을 도청한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들로 궁지에 몰렸고, 결국 사퇴에 이른다.

닉슨 대통령은 당시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이 상·하원 공화당 지도부를 이끌고 백악관 집무실을 방문했을 때 상황을 깨달은 것으로 전해진다.

골드워터 당시 의원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상황이 좋지는 않다"고 닉슨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한다.

결국 닉슨 대통령은 1974년 8월 8일 사퇴 발표 연설에서 "임기 종료 전 사임하는 것은 나의 모든 본능에 어긋나는 일"이라면서도 "지난 며칠간…내가 더 이상 의회에서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싸움을 정당화할 만큼 강력한 정치적 기반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인정했다.

류병수 기자(gamja199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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