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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단독]학교 떠나는 ‘코로나세대’… 고교중퇴 작년 2만50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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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중단비율 2%… 3년새 2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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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김성희(가명) 씨는 2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요즘 학교를 자퇴시켜 달라는 고교 2학년생 아들 때문에 고민이 크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상륙한 2020년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은 비대면 수업이 익숙한 이른바 ‘코로나 세대’다.

마스크를 쓴 채로 등교와 원격수업을 반복하며 중학생 시절을 보낸 아들은 대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지난해 고등학교 진학 후엔 학업마저 포기했다. 결국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친 후 “학교를 그만두는 친구들이 많다”며 자퇴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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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동아일보가 종로학원에 의뢰해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고교 2379곳의 학업 중단 비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퇴 등으로 학교를 떠난 학생은 2만579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고교 재학생(127만6890명)의 2.0%에 해당한다. 일반고는 지난해 1학년 학생의 2.6%(9646명)가 학교를 그만뒀다. 40명 중 1명이 학교를 떠난 것이다.

전체 고교생 학업 중단 비율은 2019년 1.7%였다가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1.1%까지 떨어진 뒤 2021년 1.5%, 2022년 1.9%로 다시 늘었다. 지난해 고교생들은 코로나19 초기 중 1∼3학년이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를 지낸 김경범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안 그래도 성적 위주로 학교가 운영되고 학생과 교사 간 정서적 유대감이 사라지며 학교 기능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학교 이탈에 가속도가 붙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때 중학생들, 학력저하-대면생활 부담… 고교 자퇴 늘어”

학교 떠나는 코로나 세대
규칙-대면생활 공백 커 큰 어려움… 학력격차 직접 확인하고 충격도
“졸업은 필수” 인식도 약해져… 학부모 동의땐 학교도 잘 못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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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에선 고교를 떠나는 학생 상당수가 팬데믹 기간 학교생활 공백 탓에 성적, 교우관계, 규칙 적응 등에 어려움을 겪다가 학업 중단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엔데믹 이후 학생 상당수가 아침에 등교하는 것부터 힘들어한다. 학교에서 교복을 입은 채 지내면서 수업 시간에 늦지 않게 들어가는 등 최소한의 규칙을 지키는 것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학교 꼭 졸업” 인식 바뀌어

지난해 일반고와 자율형사립고, 특성화고 등 모든 고교에서 학업 중단 학생이 증가했다. 학업 중단 요인에는 자퇴 외에도 학교폭력으로 인한 퇴학, 해외 출국 등이 있지만 대부분은 자퇴라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한 고교 교사는 “지난해 고1 학생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중1이었다. 중학교 진학 직후부터 원격수업을 하다 보니 중학교 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그래도 의무교육이니 중학교는 졸업했지만 고교에 진학해 자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학업 중단의 장벽을 낮춘 영향도 있다고 한다. 학교에 안 가거나 수업을 안 들어본 경험이 축적돼 있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가 과거에 비해 ‘자퇴자’ 또는 ‘중퇴자’가 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 고교 교사는 “팬데믹이 ‘학교는 꼭 졸업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꾸는 것에 일조했다. 온라인 비대면 학습을 많이 하다 보니 굳이 학교에 안 가더라도 원격으로 공부해 검정고시를 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기 정신적 문제가 악화된 경우도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이 팬데믹 시기 외부 접촉이 단절된 영향인지 몰라도 대면하는 것 자체를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워한다”며 “우울증 때문에 치료를 받거나 자퇴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했다.

● 강남 고교선 3년간 10% 이상 이탈

학업 중단이 늘어나는 건 전국적인 현상이다. 2020년만 해도 17개 시도에서 학업 중단 학생 비율이 2%를 넘는 곳은 한 곳도 없었지만 2021년 1곳, 2022년 6곳, 2023년 11곳으로 급증했다. 서울 내에선 지난해 일반고 1학년을 기준으로 강남구와 서초구의 학업 중단 비율이 각각 4.5%, 4.3%로 높았다. 3년 동안 누적으로 보면 학생의 10% 이상이 학교를 떠나는 것이다.

강남 3구에서 학업을 중단한 경우 상당수는 내신 등의 문제로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혹은 유학을 가기 위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역시 코로나19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서울 한 고교 교사는 “코로나19로 학력 격차가 커졌는데 중학교 때는 이를 실감하지 못하다가 고교에 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충격을 받는 학생들이 많다”며 “학교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아진 탓에 거리낌 없이 학교를 떠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학교를 떠난 학생 중 상당수는 많게는 한 달에 300만 원 넘게 내고 재수학원에 들어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한다. 학교에서 수행평가나 다른 과목 공부에 시간을 쏟지 않아도 돼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판단도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 역시 자퇴하려는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2013년부터 학업중단 숙려제를 도입하고 상담 등을 통해 신중하게 자퇴를 결정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에만 숙려 기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보니 학생이 거부해 바로 자퇴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 고교 교사는 “학부모가 ‘자퇴에 동의했다’고 하면 교사로선 더 이상 말릴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무리하게 설득하려다가 교권 침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형식적으로만 말리는 경우도 있다.

학교에선 학업 중단과 동시에 해당 학생을 더 이상 관리하지 않는다. 서울 고교 교사는 “일단 학교를 나가고 나면 검정고시를 봤는지, 대안학교로 갔는지, 학원으로 갔는지 알 길이 없다”며 “코로나19로 사회성이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무너진 학생들이 많은데 학교라는 울타리조차 없이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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