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예멘 북부 항구도시 후다이다(호데이다) 항구에서 커다란 불길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후티 공보당국이 제공한 영상에서 갈무리.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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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국경에서 1800㎞ 이상 떨어진 예멘 후티 반군 본거지를 공습했다. 이스라엘이 후티 반군 본거지를 직접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가자 전쟁 확전 위험성을 보여준다.
이스라엘군은 20일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 전투기가 1800㎞ 이상을 날아가 예멘 후다이다(호데이다) 항구의 후티 테러리스트 군사 목표물에 대한 광범위한 공습 작전을 펼쳤다”며 “이 항구는 후티 테러 정권이 이란산 무기를 들여온 곳이다”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격 뒤 이번 공격은 “적들에게 우리 이스라엘의 긴 팔이 닿지 않는 안전한 곳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이날 이스라엘군 전투기의 공격으로 예멘 해상 교역의 거점인 홍해 후다이다 항구의 발전시설과 유류 저장 탱크 등 주요 시설이 파괴되었다.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항구에 커다란 화염이 일고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예멘 알마시라 방송은 후티 반군 보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공격으로 주민 3명이 숨지고 적어도 87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부상자 대부분은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 대변인은 “이런 야만적인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할 것”이라며 적의 핵심적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겠다”고 보복을 다짐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은 전날 있었던 후티 반군의 텔아비브 공습에 대한 보복이다. 전날인 19일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최대 상업도시 텔아비브를 드론으로 공격하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군이 자랑하는 방공망 아이언돔은 이날 후티 반군의 드론이 예멘에서 텔아비브까지 2천㎞가 넘는 거리를 우회해 날아오는데도 요격하지 못했다. 당시 이스라엘에는 방공 사이렌도 울리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 당국자는 사람의 실수가 있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실수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후티 반군이 사용한 드론이 “이란제 드론 ‘사마드-3’(Samad 3)의 장거리 버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공습으로 최근 벨라루스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한 50살 남성이 숨지고 최소 8명이 다쳤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후티 반군은 이슬람 시아파인 자이드파의 분파로 반군이라 불리지만 예멘 정부군을 몰아내고 수도 사나를 장악한 상태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0월7일 가자 전쟁이 일어나자, 팔레스타인을 돕겠다며 세계 주요 해상 교역로인 홍해에서 상선을 나포해왔다. 후티 반군은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시리아 아사드 정권,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이란과 함께 ‘저항의 축’으로 불리며 이스라엘과 대립해왔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에도 드론 공격을 해왔으나 19일 전까지는 중간에 요격돼 피해는 없었다. 후티 반군과 이스라엘군이 직접 본토 공격을 주고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20일 밤 레바논 남부 아들룬에 있는 헤즈볼라의 탄약 창고를 공격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의 다프나 키부츠(집단 농장)에 수십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한 보복 성격이었다. 헤즈볼라의 공격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부르즈 알물루크에 드론 공격을 가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이어 후티 반군과도 보복의 악순환에 빠져들 우려가 있다. 국경을 접한 레바논과 달리 이스라엘과 후티 반군 사이엔 사우디아라비아가 있어, 이번 사태가 양쪽의 정면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양쪽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질 경우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중동 정세의 안정은 더욱 멀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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