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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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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상기후 피해 커지는데’ 농작물재해보험 지급 거부 매년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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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1일 폭우로 침수된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의 한 주민이 수마가 할퀴고 간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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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와 폭염 등으로 피해를 입어 농작물재해보험금을 신청한 농가 5곳 중 1곳은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지급 거부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보장성이 낮아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매년 반복·확대되는 농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재해보험 전담 기구 설치 등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NH농협손해보험으로부터 제출받은 ‘농작물재해보험 신청 및 지급현황’을 보면, 지난해 농작물재해보험 신청 약 63만건 중 지급이 거절된 건수는 13만3000건으로 부지급률이 21.1%에 달했다. 연간 부지급률은 2021년 22.7%, 2022년 19.7% 등 20% 안팎이다.

2001년부터 시행한 농작물재해보험은 냉해, 집중호우, 폭염 등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농가에 지급하는 보험금이다. 현재 가입 농가는 약 58만호(가입률 52.1%, 지난해 기준)이며, 보험 지급 대상 품목은 73개다.

보험금 부지급률이 높은 건 까다로운 지급 조건 때문이다. 최근 4년(2020~2023년)간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 39만9000건을 주요 유형별로 보면, ‘자기부담비율 이내 피해’가 26만1500건(65.5%)으로 가장 많았고, ‘평년 수확량 기준 미충족’이 11만9000건(29.9%)으로 뒤를 이었다.

자기부담비율이란 자연재해로 손실이 발생한 보험 가입자가 부담하는 비율로, 이 비율을 초과하는 피해가 있을 때 지급이 된다.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도입했지만, 문턱이 높아 보험금 수령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자기부담비율이 가장 낮은 10%형은 최근 3년 연속 보험가입계약자이면서, 최근 3년간 받은 보험금이 순보험료의 120% 미만인 때에만 가입 가능하다.

병충해 피해 보상도 제한적이다. 사과와 배 등에서 과수화상병과 같은 병충해 피해가 매년 발생하고 있음에도 현재 피해 보상이 가능한 품목은 전체 대상 품목 73개 중 감자, 고추, 벼, 복숭아 등 4개 품목에 불과하다.

보험금 지급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피해 농작물에 대한 보상 기준가격이 너무 낮다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지난해 ㎏당 양파 도매가격은 1210원인데 양파 재해보험 기준가격은 조생종 642원, 중만생종 598원 등으로 실제 도매시장 가격보다 낮게 책정되고 있다.

최근 5년간 평균 수확량을 평년 수확량으로 산정하는 방식도 피해 농가에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보험금 지급 규모를 책정할 때 자연재해로 수확량이 감소한 부분까지 평년 수확량에 포함하고 있다”며 “이상기후로 농작물 수확량이 줄면 보장 범위도 같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농작물재해보험은 자연재해로부터 농작물 피해를 보호받을 수 있는 유일한 안전장치”라며 “스페인과 미국처럼 재해보험 전담 기구를 설치해 농업재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상기후에 ‘농작물 보험’ 필수 시대…전남도 역대 최대 가입 지원금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031429001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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