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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공공배달앱은 ‘배달 3사’ 독점 막을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경제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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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플랫폼 노동자 관련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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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들은 서로 경쟁 관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생관계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수수료를 올리고, 배달비를 자영업자에게 전가하면서도 ‘경쟁업체도 하는 것’이라고 핑계 댈 수 있잖아요.”

최근 배달의민족이 배달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3%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뒤 한 배달점주가 한 말입니다.

현재 배달플랫폼 시장은 독과점 구조입니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플랫폼 3사의 시장점유율은 90%가 넘습니다. 이렇다보니 입점 점주들 사이에서 3사의 수수료 담합, 특혜 요구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7일 배달 3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나선 배경입니다.

다만 정부가 나서서 수수료율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될 소지도 있고, 적용할 법 규정도 마땅치 않아서입니다. 이에 공공배달앱 등을 키워 배달플랫폼 간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공공배달앱을 경쟁력 있도록 만들고, 민간 배달업체와의 연결로 경쟁구도를 만드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낮은 인지도·불편한 인터페이스 한계 넘어야


다만 실효성은 미지수입니다. 코로나19 당시 우후죽순 출시된 공공배달앱 대다수가 현재 사업을 종료했거나, 존폐 위기에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자칫 과거 실패를 답습하는데 그칠 수도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배달 산업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자 전국 지자체들은 앞다퉈 공공배달앱을 내놓았습니다. 당시 출시된 공공배달앱 수만 30여 개에 달합니다. 6.8~12.5% 수준인 기존 배달플랫폼 수수료보다 저렴한 수수료율(약 1~3%)을 내세워 소비자를 끌어모으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그러나 잘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10개가 넘는 공공배달앱이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강원도가 2021년 출시한 공공배달앱 ‘일단 시켜’는 지난해 말 운영이 종료됐고, 부산시가 2022년 출시한 ‘동백통’도 지난 5월 서비스가 중단됐습니다. 남아있는 앱들도 대부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20년 최초로 만들어진 지역 공공배달앱 ‘배달의 명수’는 매출액이 2021년 90억원에서 지난해 50억원으로 반토막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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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공공배달앱 동백통 홍보물. 동백통은 이용자 감소로 지난 5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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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배달앱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홍보·마케팅 부족입니다. 후발주자인 공공배달앱이 소비자들에게 존재를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2년 3분기 외식산업인사이트 리포트’를 보면 점주들은 공공배달앱 사용 시 애로사항으로 ‘낮은 인지도’(42.5%)를 가장 먼저 꼽았습니다. 소비자가 앱을 찾지 않다 보니 점주들도 앱에 입점을 꺼리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생각보다 가격 이점이 적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배민 등은 수시로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공공배달앱보다 음식 가격이 1000원 더 비싸더라도 2000원 할인 쿠폰을 제공해 이를 메꾸는 식입니다. 반면 지자체 재원으로 운영되던 공공배달앱들은 자본력이 필요한 할인 행사를 하기 어려웠습니다. 낮은 수수료율의 의미가 퇴색된 겁니다. 진정호 BHC가맹점주협의회장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배민 등에는 전체 할인비의 50%를 지원을 해주는 반면 공공배달앱은 할인 지원이 안 됐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문할 유인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뒤떨어진 인터페이스도 실패 요인으로 꼽힙니다. 공공배달앱은 가게 정보를 변경하기도 어렵고, 결제 방식도 불편하다는 건데요. 이용 방식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발길을 끊는 디지털 소비자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셈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은 사용자 경험인데 공공배달앱은 소비자 편의성을 간과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습니다.

지자체에 기대는 재정 구조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기도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에 예산 372억을 투입했습니다. 그런데 투입 예산 대비 중개수수료는 2021년 127억원 적자, 2022년 67억원 적자, 지난해 62억원 적자입니다. 자생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 소상공인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사업 종료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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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배달 라이더X배달 상점주 배달플랫폼 갑질 규탄대회가 열린 지난달 21일 오토바이에 배달의 민족에 대한 항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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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의 경제’, 민·관 협력형 모델 주목


이에 흩어져 있는 배달앱을 통합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처장은 “배민의 현재 시스템을 따라가려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규모의 배달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구시는 공공배달앱 ‘대구로’에 택시호출 등 다른 서비스를 통합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민·관 협력형 모델 활성화도 대안으로 언급됩니다. 민간 배달앱 기업 먹깨비는 제주·전남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공공배달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도 2023년 7월 배달서비스 ‘땡겨요’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지난 6월말까지 서울 10곳 지자체 및 광역자치단체 6곳 등과 공공배달앱 업무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서 교수는 “기민한 의사결정과 24시간 운영 등은 민간 기업에서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배민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들을 발굴한 뒤 통합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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