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 드론 공격' 배후 자처하며 신형 무기 과시
"홍해 넘어선 도발 신호탄"… 이란 무장세력 공조 점점 강화
예멘 반군 후티 |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가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무인기(드론)로 공격한 주체라고 밝히면서 이들이 미칠 안보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12분께 서쪽 바닷가 방향에서 날아온 드론 1기가 텔아비브의 한 아파트 건물에 충돌해 폭발했다. 이 공격으로 아파트에 거주하던 5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최소 10명이 다쳤다.
후티의 야히야 사리 대변인은 사건 직후 영상 성명을 내고 "우리가 텔아비브에 드론을 쐈다"고 주장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텔아비브가 처음으로 타격된 사례다. 또한 후티의 주장대로라면 이들이 감행한 첫 텔아비브 공격이다.
WSJ는 이번 텔아비브 공격은 이스라엘이 억제해야 할 위협의 범위가 확대됐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전쟁하고, 레바논 국경지대에서 헤즈볼라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이제 후티까지 대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공격에서 후티가 진전된 전력을 보여줬다는 점도 이스라엘과 서방의 우려를 더 하고 있다.
후티는 이번 공격에 요격 시스템과 레이더를 우회할 수 있는 신형 드론 '야파'(Yaffa)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 드론이 이란이 설계한 드론 Samad-3 모델의 버전으로, 표준 사거리인 900마일(약 1천448km)를 넘어 이동하도록 업그레이드됐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공격 당시를 담은 영상에 따르면 드론은 목표물은 해변 위를 낮게 날면서 굉음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드론의 낮은 고도와 느린 속도 때문에 이스라엘군이 이를 위협으로 식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짚었다.
이란은 그동안 후티의 전력 향상을 위해 물밑 지원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드론 공격 받은 텔아비브의 한 빌딩 |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이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후티 반군이 감행한 공격 100여건 이상에서 이란의 무기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의 보안 당국자들은 이란이 미국의 순찰대를 피하기 위해 동아프리카 국가인 지부티에서 무기를 옮겨 싣는 등 새로운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에서 후티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이른바 '저항의 축'을 자처하는 친이란 반미·반이스라엘 무장세력들과의 공조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후티와 친이란 이라크 민병대는 성명을 내고 최근 몇주 간 이스라엘 항구와 선박을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하는 데 협력했다고 밝혔다.
이번 텔아비브 공격 당시 이스라엘군은 동부 국경 밖에서 동시에 날아 들어오는 드론 한 대를 추가로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드론 공격이 후티가 주장한 텔아비브 공격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홍해를 오가는 선박들을 공격하던 후티가 이스라엘의 수도 역할을 하는 텔아비브까지 직접 겨냥한 것은 도발 확대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WSJ는 "서방 당국자들이 후티의 야망과 파괴 능력, 이란과의 관계를 걱정하고 있다"며 이번 공격은 후티에 활동 추진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짚었다.
앤드루 태블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 국장은 "후티는 작은 기반에서 출발했지만, 지역적 야망, 심지어는 글로벌 야망을 갖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텔아비브 공격은 후티에 중요한 성과라고 분석했다.
백악관 NSC 대변인은 "후티 반군의 무모하고 (안보를) 불안정하게 하는 행동 중 가장 최근의 것으로 보이는 텔아비브 공습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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