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서브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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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弱)달러’ 방침에도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달러 약세를 유도해 미국 제조업을 부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내민 관세‧감세 등 주요 공약들은 정작 ‘강(强)달러’를 가리키고 있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큰 통화 문제를 안고 있다”며 엔화‧위안화 약세를 비판하고 나섰다. 일본과 중국 등이 자국 통화가치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면서 대미 수출 경쟁력을 높여왔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시 달러 가치를 내려 미국산 수출을 촉진하고 제조업을 부양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번 밝혔다. 지난 4월에는 높은 달러 가치에 대해 “미국 ”제조업계에는 재앙”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부통령 후보로 지목된 JD밴스 연방 상원의원도 “강달러가 쓸모없는 수입품 대량 소비를 부추기고 산업 기반 공동화 현상을 초래했다”고 언급했다. 밴스 의원은 ‘러스트벨트(과거 제조업 호황 중심지였다가 쇠락한 오대호 주변 공업지대)’ 출신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어떻게 유도할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를 유도하거나, 다른 국가들이 자국 통화 가치를 강화하도록 관세 위협을 가하는 방식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달러’를 내걸고 나섰지만, 다른 주요 공약들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으로 관세 강화 조치 공약은 향후 강달러 국면이 이어질 수 있는 요소다. 고관세로 수입품 가격이 높아지면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촉발하고, 물가 상승에 대응해 높은 금리 수준이 유지되면 강달러 국면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며 “고금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짚었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공약 등도 향후 재정적자를 키우고, 국채 발행을 늘리게 해 이자율이 뛰며 고금리 환경이 길어질 수 있다. 존 오서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관세와 낮은 금리, 달러 약세, 확장 재정은 결국 디스인플레이션과 양립할 수 없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려는 일은 대체로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NYT에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관세를 인상하는 건 공급 충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하강 속 물가상승) 현상이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더라도 달러 강세 흐름이 얼마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주요국 통화정책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소한 트럼프 2기 집권 1~2년차까지 강달러 국면이 이어지면서 한국도 추후 금리를 내리는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며 “환율변동성에 더해 (트럼프 2기의) 원화 가치 강화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재정적자 확대로 국채금리가 올라가면 한국 시장금리도 덩달아 올라갈 수 있다.
한국 수출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시 무역수지 흑자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전략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미 수입액을 전략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업종별‧권역별 경쟁우위 확보 전략을 새롭게 수립하는 안 등이 거론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 보편적 관세(10%)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액은 약 152억달러(약 21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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