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2 (월)

병원들 "빅5 이직 우려"…전공의 44% 사직서 수리 안해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하반기 모집 지원 가능 전공의 7648명

현행법상 면허 묶여있는 전공의 겸직은 불법

필수의료 전공의 결원도 하반기 추가 모집

정부가 각 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일괄 사직 처리하라고 요청했지만 미복귀 전공의 가운데 43.5%는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았다. 상당수 수련병원이 선호도가 높은 빅5(서울대·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세브란스병원) 병원 등으로 전공의가 이직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선 이미 사직 처리된 56.5%만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가운데 110개 병원에서 전체 전공의 1만3531명(2024년 3월 기준)의 56.5%인 7648명이 사직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빅5 병원만 놓고 보면 소속 전공의의 90% 이상이 사직 처리됐다. 사직자 숫자로는 전체 3563명의 92.0%인 3279명에 달했다. 반면 41개 병원은 사직 처리 결과를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 또 경북·한양·원광·중앙대 병원 등은 결원 규모 등은 자료는 제출했지만 미복귀 전공의의 사직을 처리하진 않았다.

이에 오는 22일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 가능한 사직 전공의는 사직 처리가 된 7648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전공의의 경우 하반기 모집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수련병원에 면허가 묶여있는 전공의의 겸직은 불법행위다.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에 따르면 전공의는 의료기관을 개설해선 안 되며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수련병원 외의 다른 의료기관에 근무할 수 없다. 기존 소속 병원이 아닌 곳에 지원하기 위해선 전공의 신분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절반에 가까운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배경엔 수련병원의 전공의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다고 밝힌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사직서 수리해야 하반기 티오(TO)를 주겠다 했지만 어쩔 수 없다"며 "전공의들을 사직시키면 아예 돌아올 길을 막아버리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도 "지금 사직 처리를 하게 되면 다시 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빅5 등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자신이 있으니까 수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직 수리가 되지 않은 한 전공의도 "빅5 등 수련 환경이 좋은 병원으로 옮기려 하는 이들이 일부 있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지역병원은 전공의 유출을 막기 위해 최대한 사직서 수리를 안 하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경제적 곤란 등 이유로 사직서 수리를 빨리해줬으면 하고 여러 차례 병원에 문의했는데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복귀 전공의의 사직서를 수리한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내부 교원들의 반발과 경영상 셈법, 하반기 전공의 모집의 어려움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섞여 어정쩡하게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으로 이해가 간다"고 했다.

한편 수련병원들이 정부에 제출한 하반기 전공의 희망 모집 인원은 총 7707명으로, 임용포기 및 사직자 7648명보다 더 많은 숫자다. 이번 전공의 이탈 사태와 관계없이 발생한 결원도 반영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등 소위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는 '기피과'의 결원도 하반기 모집 신청 인원에 포함됐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