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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만보정담]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직접 보조금 지원해야 한국판 TSMC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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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와 청년 육성에 진심인 '갤럭시의 신화'

"정부가 반도체 5개년 계획 세워 점점해야"

"삼성 입사 첫날 목표는 사장‥정치 목표는 청년의 미래"

갤럭시노트7 화재 수습 경험‥"전기차 배터리 회사가 안전 보장해야"

아시아경제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이 국회 경내를 걷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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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등원 100일이 다 된 지금도 의원이라는 직업이 낯설다. 평생을 근무하며 말단사원에서 대표이사까지 지낸 삼성전자를 벗어나 국민과 청년에게 봉사하기 위해 정치인으로 변신했지만 정쟁보다는 한국 경제와 산업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 보인다.

고 의원실 책상에 가득한 반도체 인공지능(AI) 관련 책들이 그 증거다. 고 의원은 자신이 경험한 직장인으로 성공하는 노하우를 담은 ‘일이란 무엇인가’를 수만 권 판매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고 의원 책을 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영입을 제의해 정치의 길로 들어섰으니 책은 그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 방향타다. 그래서 고 의원은 책을 놓지 않는다.

고 의원은 자신의 1호 법안으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안’을 내놨다. 대통령 직속으로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후 여당 내 반도체 지원 법안을 한데 묶은 통합법안을 주도했다.

고 의원은 자신의 저서 ‘일이란 무엇인가’에서 타고난 건강 체질이라고 했지만 건강은 영원하지 않다. 삼성전자 근무 시절에는 수원 사업장에서 수시로 걸었다. 그나마도 사장이 된 후에는 인사를 받는 게 미안해 걷는 것을 포기했다고 했다. 지금은 실내 자전거를 주로 탄다. 고 의원은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이 되면 새 직장인 국회 경내를 자주 산책하고 싶다고 했다.

고 의원의 걷기 코스는 정치 입문과 함께 달라졌다. 총선 출마 전에는 자택 인근인 남산을 주로 걸었지만 지금은 주말마다 지역구인 강남구 삼성동 도곡동 대치동 골목을 걸으며 유권자들과 청년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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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이 국회 경내를 걷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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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고 의원과의 일문일답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급을 주장했다. 기업경영 현장 경험이 반영된 건가.

△반도체 산업에 정부의 직접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원가 경쟁력 때문이다. 보조금을 받은 기업과 세제 지원을 받은 기업 간에 원가 경쟁력이 상대가 안 된다. 출발선이 다르다. 반도체 라인 신축 공기 단축을 위해서도 보조금이 필요하다. 공기를 줄이는 것도 원가 경쟁력에 긍정적이다. 건설사들이 공기를 당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다. 반도체 산업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이번에 제안한 반도체 법안에는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위한 내용도 포함했다. 중소기업은 고가의 새 반도체 장비를 구입하기 어렵다. 중고장비 구입에도 혜택을 줘야 한다. 반도체가 대기업 사업이라고 정부가 나 몰라라 하면 안 된다. 2015년 정도만 해도 대만 TSMC와 삼성과의 격차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삼성은 점유율이 11%에 불과하다. 대기업이라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냥 있어도 되는 건가. 그러면 안 된다.

과거 경제계획 5개년 계획처럼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계획적으로 끌고 나갈 필요가 있다. AI가 준 기회인 메모리 파운드리화, 즉 고객맞춤 형식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시기다.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뒤져 있지만 정부가 5년 단위의 계획을 세우고 매년 실적을 점검해 나간다면 충분히 TSMC 같은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TSMC로 인해 대만은 수많은 백만장자가 생겨나고 있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고민이 많아서 새벽마다 일어나 책을 읽는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조언해주는 인맥이 있나.

△하버드대 전기공학 및 컴퓨터공학 교수인 위구연 교수를 외교·정책 분야의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다. 해외 인맥은 다양하다. 브로드컴 혹탄 회장은 카이스트(KAIST)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했을 때 우리 집에서 식사했다. 의원이 된 후에도 미국에서 퀄컴과 구글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못 갔다. 왜냐하면 필리버스터 때문에. 퀄컴과의 관계도 좋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초선의원으로 큰 임무를 받은 것 아닌가.

△원래 한동훈 대표에게 국민의힘 영입 제의를 받으면서 논의했던 게 청년의 미래였다. 청년의 미래가 한국의 미래고 반도체 역시 민생이고 청년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한 대표와 만나 얘기하며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선거 직전에 인재를 영입하는 것보다 상설조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랬더니 한 대표가 "고 의원님이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하더라. "중진이 맡는 자리를 초선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고 사장님이 해야 청년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해 승낙했다.

-어떤 분들을 영입하려고 하는가.

△대한민국의 미래, 청년의 미래를 위한 인재를 모시겠다. 전국 어디라도 간다. 국민의 힘이 영남, 부산에 얽매여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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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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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정부가 반도체 투자에만 몰입하고 AI 투자에는 소홀하다는 현장 의견이 많다.

△사람이 중요하다. 우리 교육체계가 AI시대에 맞는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까. 해외에서도 정규 대학교를 나와서 창업한 인재들이 얼마나 되는가.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모두 대학 중퇴자들이지 않나. 우리는 아직 경직된 문화가 있다. AI를 살리기 위해선 굉장히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적인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의 교육 체계나 시스템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삼성청년SW아카데미’는 내년부터 고졸자도 입학할 수 있다고 한다. 오히려 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AI 분야의 대표적인 석학인 제프리 힌튼 교수가 원래는 영국에서 연구하다 국가 주도 펀딩이 중단돼 연구 지원이 되는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러면서 캐나다가 AI 연구의 중심지가 됐다. 정부 지원이 중요한 예다. 기업들도 협력해야 한다. 국가 간 데이터 주권을 강조하지만 먼저 기업 간 협력도 해야 하지 않을까.

-저서에 삼성전자 입사 첫날부터 사장이 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고 썼다. 정치인으로선 어떤 목표를 정했나.

△정치권을 떠날 때 "저 사람은 진짜 청년의 미래를 위해서 노력했고, 이것은 저 사람이 만들었다"고 평가받고 싶다. 또 수도권, 중도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강남에 출마했으니 재선에 대한 생각도 현재로선 없다. 지역주민들이 저 사람 아니면 안 된다고 붙잡으시면 모르겠지만(웃음). 입각에 대한 생각도 없다. 체질에 맞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삼성 시절 갤럭시노트7 배터리 화재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말 그런가? 배터리는 단순하지 않다. 물리 전기 화학 공학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 나는 그 사건 이후 배터리 안전에 대한 많은 조치를 취했다. 이제서야 말하지만 당시 재고로 가지고 있던 30만개 이상의 배터리를 모두 테스트했다. 덕분에 배터리의 미세한 모든 문제까지 다 확인할 수 있었다. 객관적인 의견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 전문가들을 모셨다.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후배들에게 문제가 있는 비즈니스를 남겨줄 수 없지 않으냐. 나는 잘릴 각오를 했다.

결국 6개월 만에 배터리 문제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전화기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당시 전량 리콜했다. 회사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6조5000억원 정도의 비용을 투자로 바꿔놓겠다고 보고했고 흔쾌히 승인받았다. 나중에 이 부회장이 우리 사업부에 보너스도 지급했다(웃음).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 자리에서 처음 얘기하는데, 갤럭시 노트7 사고 이후 삼성에선 배터리 사고가 사라졌다. 지금 배터리 사고가 없더라도 현대차·기아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서 배터리 안전수칙을 만들어야 한다. 배터리를 객관적으로 테스트해야 한다. 자동차 회사가 하기 전에 배터리 공급사가 해야 한다. 배터리 회사가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전고체로 가야 사고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전고체는 비용과 효율에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전고체가 효율이 떨어진다고 해도 안전이라는 문제는 타협할 수 없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1961년 서울 출생 △경성고 △성균관대 산업공학과 △영국 서섹스대 대학원 기술정책학 석사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유럽연구소장 △삼성전자 무선개발실장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삼성전자 IM부문장 △삼성전자 대표이사 △국민의힘 국회의원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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