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생일 지낸 워런 버핏, 장수 비결은 코카콜라?

최근 94번째 생일을 지낸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장수 비결을 두고 코카콜라, 캔디 등 그의 식단과 생활 습관을 분석한 기사가 나왔다.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그의 생일인 지난 30일(현지시간)을 며칠 앞두고 비(非)빅테크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올랐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미 경제지 포천은 버핏 회장의 생일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버핏은 94세가 됐다. 그의 장수 비결은? 코카콜라와 캔디, 그리고 삶의 기쁨"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포천은 거대한 기업을 이끌며 94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하고 있는 버핏 회장이 건강식단을 고수했을 것이라고 예측되지만, 놀랍게도 그의 식습관은 정반대라고 주목했다. 버핏 회장은 2015년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6살 아이처럼 먹는다"며 "내가 하루에 2700칼로리를 섭취한다면 그중 4분의1은 코카콜라다. 매일 먹는다"고 말했었다. 그는 '우츠'(Utz) 감자 스틱을 좋아하고 매일 12온스(355㎖) 분량의 코카콜라를 5개씩 먹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2017년 공개된 HBO 다큐멘터리 '워런 버핏 되기'(Becoming Warren Buffett)에서도 그는 매일 아침 맥도날드에 들러 소시지 패티 2개나 계란, 치즈, 베이컨 중 하나로 구성된 3.17달러짜리 메뉴를 먹는다고 밝혔다. 물론 이 자리에도 콜라는 빠지지 않는다. 점심에는 종종 데어리퀸에 들러 칠리 치즈 핫도그, 체리 시럽과 다진 견과류를 곁들인 선데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간식으로는 시즈캔디를 즐긴다. 전 웰스파고 최고경영자(CEO)인 존 스텀프는 버핏 회장이 소금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점을 들어 '눈보라'에 빗대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억만장자 빌 게이츠는 버핏 회장의 아이같은 식습관을 가까이서 본 인물 중 하나라고 포천은 소개했다. 게이츠는 2017년 레딧의 문답 게시물에서 버핏 회장이 아침 식사로 오레오를 먹었던 일을 언급했다. 또한 "그(버핏)는 주로 햄버거, 아이스크림, 콜라를 먹는다"며 "젊은 사람들에게는 나쁜 본보기일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에게는 맞는 식단"이라고 말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러한 정크푸드 중심의 식습관에도 어떻게 버핏 회장은 100세를 6년밖에 남겨두지 않은 현 상황에도 날카로움을 차지하며 성공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까. 포천은 이 답이 버핏 회장의 다른 생활습관에 있을 수 있다고 주목하며 충분한 수면 등 6가지 측면에 주목했다.

먼저 버핏 회장은 8시간가량 수면을 취한다. 버핏 회장은 2017년 PBS 인터뷰에서 "새벽 4시에 출근하고 싶지 않다"면서 "잠을 자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매일 밤 보통 8시간은 잔다"고 말했었다. 미국심장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처럼 충분한 수면은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앤드류 후버맨 스탠포드 교수는 해당 연구 결과를 강조하며 스트레스 해소, 면역 지원, 정서적 안정 측면에서 충분한 수면의 역할을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70개 이상의 자회사를 둔 거대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일주일에 최소 8시간은 친구들과 만나 여러 판의 브리지게임(카드를 이용한 두뇌 게임)을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임을) 많이 한다"면서 "7분마다 다른 지적 도전을 보게 된다. 뇌에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었다. 포천은 영국 의학저널에 게재된 10년간의 주요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의 카드놀이를 할 경우 노년까지 예리한 기억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거대 기업을 이끄는 다른 CEO들과 달리 버핏 회장은 비교적 가벼운 일정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 빌 게이츠는 앞서 2017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오마하의 현인' 버핏 회장으로부터 배운 교훈 중 하나는 '자유로운 일정의 아름다움'이라면서 버핏 회장의 일정에는 "아무것도 없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버핏 회장 역시 2001년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주주총회 참석자들에게 "나는 내가 싫어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버핏 회장은 하루에 5~6시간을 독서하고 사색하는 데 투자한다. 그는 HBO 다큐멘터리에서 "사업이나 투자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포천은 독서가 인지 저하 예방에 좋다는 연구를 강조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짚었다.

이와 함께 포천은 버핏 회장은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안다는 점 역시 장수 비결로 꼽았다. 앞서 2008년 버크셔해셔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건강 비결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다. 사탕을 입에 문 버핏 회장은 "글쎄요. 균형 잡힌 식단으로 시작하죠"라고 농담을 건네 청중을 웃게 했다. 지난해 99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찰리 멍거 부회장 옆에 앉아있던 버핏 회장은 "찰리와 내가 정신적으로 좋은 태도를 가질 수 없다면 누가 그렇겠느냐"며 "우리는 훌륭한 파트너와 훌륭한 관리자들, 훌륭한 가족이 있다. 여러모로 축복받은 삶에 어떻게 씁쓸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감사하는 태도는 우울증, 불안, 만성통증, 질병을 줄이는 요소다.

마지막으로 포천이 꼽은 장수 비결은 버핏 회장이 관계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85년간 진행한 종단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관계는 더 길고 행복한 삶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노화를 위해서는 식단, 운동보다 관계가 더 중요한 셈이다. 버핏 회장 역시 이에 동의한다. 그는 앞서 "내 나이가 되면 인생에서의 성공 기준은 나를 사랑하길 바라는 사람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제 나를 사랑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했었다.

포천은 "버핏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아이 같은 정신, 사랑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현재를 즐기고, 진정으로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라"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2017년 CNBC 인터뷰에서 "행복이 장수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핫퍼지선데(아이스크림)를 먹거나 콜라를 마실 때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