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에 혐의자 재검토 했다는 의혹
도이치 공범이 구명 로비했다는 주장도
수사맡은 공수처는 인력난·특검 넘어야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1주기를 앞두고 있는 고 채상병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제공) 2024.07.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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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채모 상병이 실종자 수색 업무 도중 순직한 지 1년이 흘렀지만 사망 사고 책임자가 축소되는 과정에 외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른바 'VIP(대통령) 격노설'에 이어 '구명 로비설'까지 제기되며 수사 외압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해병대 최초 조사에서는 군 관계자 8명이 혐의자로 특정됐지만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과정에서 혐의자가 2명으로 줄어들었고, 이 과정에 윗선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다.
공수처는 올해 들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시작으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 주요 피의자를 연이어 불러 조사했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들에 관한 참고인 조사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를 비롯한 소위 윗선으로 지칭되는 인물들에 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사 외압 의혹에 관한 판단을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채 상병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계속해서 추진하며 수사 자료를 특검에 넘겨주게 될 가능성도 있다.
박정훈 "VIP 격노 이후 장관이 보고서 경찰 이첩 막아"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30일 조사 보고서를 결재했다가 하루 뒤인 31일 경찰에 자료를 넘기지 말라고 지시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이를 따르지 않고 조사 보고서를 경찰로 보낸 다음 달 2일 국방부 검찰단은 당일 바로 보고서를 회수해 왔다.
박 전 수사단장은 지난해 8월1일 회의에서 VIP 격노설을 들었다고 주장해 왔다. 당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대통령실 회의에서 VIP가 격노하며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던 이 전 장관과 통화한 후 이 전 장관이 조사 보고서 경찰 이첩을 막아섰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사령관은 박 전 수사단장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또 다른 해병대 관계자도 공수처 조사에서 VIP 격노설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VIP 격노설 발원지로 지목된 회의가 끝나갈 무렵 이 전 장관에게 '02-800'으로 시작하는 대통령실 유선번호로 전화가 걸려 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날 통화는 168초간 이뤄졌다.
다만 통화 내역 외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등에 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기 때문에 수사 외압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장관 측도 VIP 격노설을 억지 프레임으로 규정하며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공수처도 이달 보관 기간이 만료되는 사건 관계인들의 통신 내역을 확보할 방침이지만 통화 내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어떤 사실도 단정할 수 없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수처는 지난 1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임 전 사단장 휴대전화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디지털 포렌식 센터에 보내둔 상태다.
골프 모임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제기…실체 있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혐의자에서 제외되는 데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규현 변호사는 지난 4일 공수처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김 변호사는 박 전 수사단장의 변호를 맡고 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 등 해병대 출신 5명이 참여하는 골프 모임을 추진하는 단체 대화방이 있었고, 이 전 장관이 국방부에 조사 보고서 재검토를 지시한 지난해 8월9일 해당 대화방 참석자 2명에게서 임 전 사단장 신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김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 그래 가지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청와대 경호처 출신으로 골프 모임을 주선했던 송모씨도 김 변호사에게 유선상으로 "나는 사단장 여기만 잘 살피고 있다"며 "어떤 경우가 와도 도의적인 책임은 지겠지만 사표라든지 이런 건 하지 마라. 사의 표명하지 말라"고 임 전 사단장에게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진 후인 지난 3월 김 변호사와의 전화에서는 "쓸데없이 내가 거기 개입이 돼 가지고. 사표 낸다고 그럴 때 내라 그럴걸"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해당 내용들이 담긴 지난해 8월9일부터 지난 6월까지의 통화 녹취를 모두 공수처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임 전 사단장은 구명 로비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시기나 내용상으로 모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고, 통화 녹음에 등장하는 당사자들도 엇갈리는 해명을 내놓고 있어 공수처가 실체를 규명해야 할 전망이다.
공수처, '인력 부족' '특검 도입' 넘고 수사 마무리할까
공수처 내부에서는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인력 부족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규모가 큰 만큼 수사4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 외에 상황에 맞게 다른 부서 수사 인력을 투입하기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임성근 구명 로비설에 연관된 이 전 대표를 변호한 이력이 있는 검사 2명이 직무에서 배제되며 인력난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채 상병 특검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태라 수사 주도권을 특검에 넘겨줘야 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로 재의결 끝에 최종 부결된 특검법을 1호 당론 법안으로 발의하고 다시 추진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이나 대통령실 관계자 등 윗선에 관한 소환 조사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어 특검이 도입된다면 1차 판단도 하지 못한 상태로 수사 기록을 넘겨줘야 한다.
다만 공수처는 특검 도입 논의와는 무관하게 수사를 진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유 법무관리관에 관한 세 번째 소환 조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r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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