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종합부동산세 폭탄 논란

서른두 살의 꿈 "종부세 내는 삶" [뉴스룸에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게티이미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종부세(종합부동산세) 내는 삶을 살고 싶은데요."

한국일보가 올해 창간 70주년을 맞아 선보인 브랜딩 영상 '미래'에 담긴 내용이다. 'OO살이 꿈꾸는 미래는'이란 질문에 평범한 세대별 독자가 답하는 형식이다. "다이소 사장님"(5세), "한화이글스 다시 우승"(34세), "내 강아지 연필화 완성"(51세) 같은 기발하고 소소한 답변 중 서른두 살의 웃음에 깃든 저 꿈이 유독 당겼다.

저 문장을 누군가는 조롱, 풍자라고 읽지만 굳이 따지면 골계에 가깝다고 본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유쾌하게 에두르되 법으로 정한 납세의무는 지키는 게 당연하다는 교훈을 넌지시 일깨우는 표현으로 이해한다. 법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적어도 서민과 무주택자에게 부동산 불로소득, 강남 불패, 집값 양극화, 지역 불균형, 빈부 격차로 이어지는 한국 사회의 고질을 투영하고 고발하는 상징이 종부세다.

종부세는 과거에 내 본 적이 없고 미래에 낼 가능성이 희박한, 사적으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세금이다. 초록은 동색이라 지인이 종부세를 냈다고 불평하거나 대상이 됐다고 고백한 기억도 없다. 그래서 업무상 지식과 판단은 무심하고 건조하다. 최근 "폐지 내지 전면 개편" "근본적 검토" 등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이야기를 좇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변화에 무게가 실린다. 그것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그간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마다할 리 없다.

재산세와 중복되는 '이중과세' 문제는 2005년 시행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급등에 따른 대상 확대, 이를 막기 위한 공시가 반영비율 상향 및 세율 추가 인상으로 인한 세 부담 증가는 '징벌적 세금'이라는 별칭을 안겼다. 본래 목적이던 집값 억제 효과는 두드러지지 않은 반면 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된다는 연구 결과들은 종종 인용된다. 경제적 관점에서 종부세는 수정(또는 폐지)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이에 불만의 목소리는 더 늘어나고 더 커졌다. 투기와 무관하다고 항변하는 중산층 1주택자, 재산이 집 한 채뿐이라는 은퇴자가 선의의 피해자로 소환됐다. 이번 정부가 기본공제액 상향 등으로 부과 대상자와 세 부담을 대폭 낮춘 데 이어 폐지를 검토하는 동력이자, 종부세 탄생의 주역인 야당의 전 대표조차 근본적 검토를 내건 배경일 게다.

그렇다고 종부세가 10년 가까이 존속하며 담보했던 공동체의 요구, 사회적 의미와 역할을 간과해선 안 된다. 부과 대상자가 늘었다고 하나 국민 대다수에겐 여전히 상관없는 세금이다. 서울에서 걷은 종부세를 지방으로 분배해 지역균형발전에 일익을 담당한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비생산적 부동산 투기 억제와 과세 형평 추구, 부의 양극화 완화, 주택 구매 수요 분산이라는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집값 격차를 더 벌리는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에 종부세 폐지 기대가 녹아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그 방증이다. 저가 거래 당사자를 저격하고 담합을 해서라도 집값 하락을 막으면서 징세엔 누가 집값 올렸냐고 따지는 모순도 실존한다. 경제적 논쟁에 더해 종부세의 사회적 맥락을 더 풍성하게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개편 밑그림은 얼추 그려졌다. 결국 협의를 통한 합의가 관건이다. 우리 정치의 수준, 이번 정부의 능력이 부디 감당할 수 있기를.


고찬유 경제부장 jutda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