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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9 (목)

[사설] 채 상병 사망 1년, 철저한 진상규명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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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해병대 예비역들이 17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설치된 고(故) 채수근 상병 1주기 추모 시민분향소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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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해 7월 19일 오전 해병 1사단 채수근 상병은 경북 예천의 내성천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작전을 펴던 중 급류에 휩쓸린 뒤 14시간 만에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해병대 수사단은 구호장비 미비와 무리한 수색지시 등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임성근 전 사단장을 포함한 8명을 경찰에 넘겼지만, 결재한 국방장관은 곧 이첩 보류를 지시했고,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은 보직해임과 함께 항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례적인 이첩 보류와 항명 파문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설과 대통령실 개입 의혹으로 번지면서 정치사건으로 비화했다. 야당은 대통령 탄핵 추진의 빌미로 삼으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고, 여권은 방어에만 급급하면서, 윤 정부 최대의 정치쟁점이자 여야 대결의 끝을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야당의 특검법 강행 처리와, 공수처와 경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21대에 이어 22대 국회까지 이어지는 난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거부권을 되돌리기 위한 국회 재의결의 부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젠 야당 단독 추천의 상설 특검을 테이블에 올려 놓고 있다.

곧 채 상병 사망 1년을 맞는다. 하지만 억울한 죽음의 진상과 제도 개선을 위한 진전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정략적 자세만 차고 넘칠 뿐 젊은 병사의 죽음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세를 찾아볼 수 없다. 특히 대통령실과 윤 대통령이 간여된 사건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대사로 보냈다가 총선 역풍을 맞았다. 임 전 사단장 불송치 처리에서 보듯이 형식논리가 만연한 경찰 수사 결과에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대통령실 등의 외압 의혹 사건을 맡은 공수처도 수사진전에 한계를 드러내는 마당이다.

독립적인 수사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야당이 추천하는 특검이 수사 공정성에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는 게 여권의 반대 근거라면, 대법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특검을 추천 받는 절차를 야당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더 이상 소모적인 정쟁으로 채 상병 죽음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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