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임금 2011년 이후 22%↑
최저임금은 6배 초고속 인상
정책임금이 교섭임금으로 변질
"결정구조부터 개편" 한목소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7일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물가 수준을 반영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지난해 355만4000원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290만2000원 대비 22.47% 늘었다. 이 기간 법정 최저임금은 4320원에서 9620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고 상승률은 122.69%에 달했다.
정책임금인 최저임금은 전체 근로자가 받는 실질임금의 6배에 달하는 속도로 빠르게 치솟았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16.4%, 2019년 10.9%로 2년 연속 10% 이상 오르는 등 5년간 인상률이 41.57%에 달했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9.50% 올랐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후인 2022년 5.1% 급등한 것을 제외하곤 평균 2% 초반으로 낮았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초고속 인상으로 한국의 최저임금은 이미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최저임금 국제비교 기준으로 사용되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에서 한국은 60.9%(2022년 6월 말 기준)로, 경제규모 3~4위인 일본(45.6%), 독일(52.6%) 등과 비교해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벨기에(40.9%), 아일랜드(47.5%), 영국(58%) 등 서유럽 국가나 호주(53.6%) 등 최저임금을 시행하는 다른 주요국들은 40~50%대에 머무르고 있다.
최저임금의 과속인상에 따른 타격은 정작 제도의 혜택을 받아야 할 저임금 근로자들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수는 301만1000명이었다. 전체 근로자 대비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중(최저임금 미만율)도 13.7%로 1년 새 1%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2001년 4.3%에서 3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특히 농림어업(43.1%)과 숙박·음식점업(37.3%) 등 최저임금 취약업종에서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견기업(2.2%)보다는 5인 미만 영세 소규모 사업체에서 일하는 직원 10명 중 3명(32.7%)이 최저임금에 못 미친 임금을 받았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아진 것은 그간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누적된 데 따른 것으로, 경제 발전 정도와 현재 노동시장 상황이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경총은 분석했다.
6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제13차 본위원회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내년 이후 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30원으로 올해(9860원)보다 1.7% 올렸다. 최저임금 인상 폭은 2021년(1.5%)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지만 그간 물가나 임금 대비 높은 인상률이 누적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섰다. 이에 대해 경제단체들은 최저임금이 동결·인하되지 못한 것에 유감을 표하며 비현실적인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학계 안팎에서는 낡은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88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 도입된 최저임금제는 도입 당시 합의를 통한 성숙한 노사관계 정착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매번 노사가 임금협상 하듯 힘겨루기를 하고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의 졸속 표결로 결정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가 받아야 할 최저선이자 고용주 지불능력의 상한선으로 정부가 정해놓은 정책임금이 교섭임금으로 변질했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인 조직근로자(노조 가입 근로자)의 높은 임금 인상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왜곡된 최저임금제를 본래 모습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최저임금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노사 양측이 협상의 주체로 나서고 있어 원만한 의사 합의를 보기 힘든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노사 결정 구조를 깨고 전문가 집단이 객관적인 산출 근거를 가지고 주도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