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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7 (화)

붕괴하는 지방 경제 [한국의 창(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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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저출산 충격에 휘청이는 지방 경제
초장기 관점의 저출산 대책 추진과 함께
약한 고리인 지방금융기관 관리도 시급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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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2018~22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2.3%이다. 그 이전 5년(2013~17년)의 평균성장률 3.0%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갈수록 민생이 어렵다"는 말이 정치인들의 수사만은 아니다. 그런데 이 전국 성장률을 지역별로 나누어보면 한층 심상치 않은 그림이 나온다. 서울 주민의 소득성장 속도는 지난 10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서울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5년 2.4%였는데, 그 이전 5년의 연평균 성장률도 이와 비슷한 2.2%였다. 경기도는 과거 5년 5.4%에서 최근 5년 3.9%로 평균 성장률이 하락하였지만, 살림살이 불평을 하기에는 우리나라 어느 지역보다도 소득성장 속도가 높았다.

우리 경제 전체의 성장률 하락, 그리고 어제보다 오늘이 더 살기 힘들다는 불만이 2024년 한국인의 민심이 된 배경에는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지방 경제의 몰락이 있다. 그 대표가 부산, 울산, 경상도의 '부울경' 지역이다. 부산은 최근 5년 평균 성장률이 1%에 불과하였다. 울산은 성장은 고사하고 최근 5년 연평균 1%씩 경제활동이 쇠락하였다. 그 이외 경상도 지역도 0%대 소득성장률을 기록하며 겨우 마이너스 성장을 면한 정도이다. 부울경 지역보다 성장률 하락의 정도는 덜해도 몰락에 가까운 경제활동의 정체는 호남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지방 경제의 몰락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가장 중요한 원인이자 세계적인 현상으로서 성장기술의 전환이다. 21세기 경제성장을 이끄는 혁신은 지식기반기술이다. 최근의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이 좋은 예이다. 지식기반기술 성장은 대도시 지역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가져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1세기는 뉴욕, 런던, 샌프란시스코 등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시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에 의하면 지난 20년 선진국에서 대도시와 지방의 생산성 격차가 60% 확대되었다. 지방의 몰락은 한국적 현상만은 아닌 것이다. 과거 제조업 산업공단의 모태였던 부울경 지역이 급속히 몰락하는 이유이다.

다음은 우리나라 고유의 원인으로서 저출산·고령화이다. 2017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 내년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측된다. 일본이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이 1994년이었는데, 이때를 전후하여 일본 지방 경제의 몰락이 진행된 경험이 있다. 전체 인구와 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이 하락하면서 지방 경제의 자체 서비스 산업 기반이 와해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한층 빠르므로 지방 경제의 몰락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고 보아야 한다.

원인이 구조적이므로 지방 경제 몰락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장기간 지속되며 한국 경제의 숙제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시급하다.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할 방안을 찾자는 것은 당연하고 쉬운 시사점이 될 테지만 원인을 생각할 때 초장기 대책의 관점에서 의미가 있을 뿐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자는 이야기이니 과제를 다른 더 어려운 과제로 대체하는 셈이기도 하다.

당장 필요한 것은 지방 경제의 몰락이 야기할 부정적 파급효과의 관리이다. 앞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쉽지 않을 확률이 높고, 지방 서비스 경기의 회복도 어려울 것이다. 지방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지방에 영업구역과 기반이 국한된 지방금융기관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약한 고리가 될 위험이 높다. 지방 경제 몰락에 대한 대책은 이러한 냉정한 현실인식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지방 경제의 붕괴가 한국 경제 전체의 몰락으로 번지는 악순환을 방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실적인 경제정책 목표는 경착륙을 연착륙으로 막는 데 두어야 한다.
한국일보

신인석 중앙대 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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