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8.25 (일)

[단독] 은행 내부자가 꿀꺽한 돈 올해만 662억…대부분 날리고 고작 2.5% 회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농협, 책임소재 윗선까지 확대
관내 2번 사고땐 본부장 OUT
디지털 책무시스템도 첫 도입

우리은행 준법감시 활동 강화
부당대출·불건전영업 밀착감시
KB국민銀 조직문화 보강나서

사고 피해액 회수율 고작 2.5%


매일경제

서울의 한 거리에 주요은행 ATM기기가 설치되어있다. [김호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5월까지 횡령·배임사고 등으로 인한 은행의 금전사고 피해액이 벌써 작년 연간 총액 수준에 육박했다. 반복되는 금융사고에 은행들도 내부통제 관리 강화 방안 마련에 바짝 고삐를 죄고 있다. 농협은행은 최근 ‘내부통제 강화 종합대책’을 내부적으로 수립했고, 우리은행은 준법감시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나섰다.

16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전사고 피해금액은 6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의 금전사고액인 694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은행 금전사고액은 2019년 102억원, 2020년 69억원에 머물렀지만 2022년에는 915억원까지 치솟았다. 연중 금융사고 발생 흐름이 지속된다면 올해 금전사고액은 1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사고로 인한 피해액이 늘면서 은행들도 관리 강화 대책을 잇따라 마련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최근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사고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해당 대책은 금융사고에 대한 임직원들의 책임을 한층 더 강화하고, 내부통제의 실효성 확보와 조직 내 윤리 문화를 제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선 내부통제 사고가 발생하면 행위자뿐만 아니라 사무소장(지점장)에 대해서도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즉각 인사 조치한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각 광역시·도 단위의 영업본부장들도 관내 지점에서 내부통제 사고가 2번 이상 발생하면 즉시 대기 발령 조치할 계획이다.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농협은행은 업계 최초로 내년 초까지 디지털 책무정보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는 1000개가 넘는 은행의 책무에 각각 ‘책무 코드’를 부여해 최근 발생한 이슈와 담당자를 연결하는 일종의 ‘디지털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을 통해 농협은행은 입법예고와 유권해석, 비조치의견서 등 금융당국에서 나오는 규제 변화는 물론이고 세미나·공청회 연구자료, 금융연구원 논문, 언론기사 등을 각 담당자의 책무에 맞게 전달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책무관리 시스템’도 도입된다. 미흡사항 점검-기준마련-전산통제-운영점검-준수점검 등 관리자의 책무 점검 사항을 디지털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책임자들은 내부통제에 대한 조치를 디지털로 수행할 수 있고, 해당 조치에 대한 족적도 남길 수 있다.

홍명종 NH농협은행 준법감시인(부행장)은 “준법감시부에서 책무 관련 정보를 집대성한 결과 1600페이지에 달하는 문서가 만들어졌다”며 “현장에서는 책임자들이 고의로 법을 위반하는게 아니라 법과 제도 변화를 잘 모르고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도입된 시스템을 통해 임직원들은 디지털로 자기의 책무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금융사고 위험지도’도 작성해 보급할 예정이다. 사고 위험 취약 요인을 전수 조사해 잠재적 사고 요인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농협은행은 전산통제가 취약한 지점을 파악하고, 상시감시시스템과 정밀하게 연결해 130개 내부통제 취약 항목을 입체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아울러 연내 우수 퇴직자를 선발해 영업점 자점감사 등 특별점검도 실시할 계획이다.

홍 부행장은 “허위 매매계약서나 감정평가사 유착 등과 같이 본점에서 전산만으로는 모니터링할 수 없는 영역들이 있다”며 “취약 지점을 놓치지 않고 관리할 수 있도록 사고 위험 영역들을 미리 알려주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방안도 내놨다. 우선 은행장이 모든 내부통제 정책의 수립과 시행에 관여한다는 ‘경영인의 의지(Tone at the top)’ 원칙을 내부적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NH윤리인증제도를 도입해 영업점 직원 등 모든 임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반드시 알아아 할 금융 윤리 지식을 체계적으로 인증할 계획이다.

매일경제

최근 대규모 횡령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도 내부통제 다양한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초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준법감시인을 교체한 우리은행은 본점 준법감시실에 부장대우급 직원 7명을 신규 발령해 조직에 힘을 실어줬다. 우리은행은 본부조직에 암행순찰단을 상설 조직으로 강화하고, 일선 영업점의 준법 사항 전반을 들여다 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영업점 등의 부당대출, 불건전 영업 등을 본점에서 2차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을 새로 개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내부통제 강화를 중심으로 조직문화 보강에 힘을 쏟도 있다. 매달 직급별로 금융 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매 분기 진행되는 ‘조직문화 진단’에 내부통제 평가 항목을 신설해 조직문화를 개선할 방침이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업권에서는 금융사고 예방에 더해 사후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의 금융사고 피해액이 크지만 금액 대비 회수 비율이 낮다는 점에서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은행권 금융사고액은 16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회수가 이뤄진 금액은 40억 4000만원(2.5%)에 불과했다.

한편 민병덕 의원은 제도와 시스템 개선만이 은행 금전사고를 막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준법감시인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안을 내년 시행에서 올해로 앞당긴 바 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