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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쓰다듬다 손 넣었다…'아시아 쉰들러' 천기원 목사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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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탈북 청소년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천기원(67) 목사가 지난해 8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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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1000여명의 탈북을 도와 ‘아시아의 쉰들러’로 불리던 천기원(68) 목사가 아동 성추행 혐의로 2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제12-1형사부(부장 홍지영·방용환·김형배)는 16일 오후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천기원 목사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또 아동·장애인 기관에서 5년간 취업을 제한하고 80시간의 성폭력 방지프로그램 수강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1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범행 방법과 횟수, 기간과 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다”라며 “피해자는 모두 탈북자이거나 탈북자 자녀들인 국제학교 학생들로, 교장인 천 목사는 피해자들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에서 피해를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천 목사가 수사 단계에서부터 범행을 극구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점도 양형에 고려됐다.

천 목사는 2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하기 어려운 구체적 정보가 담겨있다”며 천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피해 상황을 재현한 동영상을 제출하며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자세는 어색하다고도 항변했으나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아울러 천 목사는 학교 선생님인 김모 씨가 악감정을 품고 학생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면서 허위 진술을 종용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같은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봤다.

천 목사는 1999년부터 중국에서 ‘두리하나 선교회’를 만들어 1000명 넘는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도운 인물이다. 때문에 외신에서는 ‘아시아의 쉰들러’로 이름을 알렸고, 2009년에는 탈북민 자녀들을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인 ‘두리하나 국제학교’를 설립했다.

천 목사는 이 학교 기숙사 등에서 탈북 청소년 또는 탈북민의 자녀 6명을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천 목사가 2016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여자 기숙사 방에서 A양의 배를 쓰다듬다가 하의 허리춤 안에 손을 집어넣고, B양의 상의 안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는 등 8차례에 걸쳐 6명을 추행했다고 봤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천 목사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다만 피해자 6명 중 1명을 상대로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고 천 목사 역시 “진술 신빙성이 없는데도 유죄 판결했다”며 항소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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