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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3 (금)

견인차 5대 경쟁하다…교통사고 신고자 밟고 지나가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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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고 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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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경기 광주시 제2중부고속도로에서 차량 간 추돌사고로 2명이 숨진 가운데, 이 중 1명은 사고 후 도로에 나와 있다가 뒤이어 달려온 견인차에 깔려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16일 경기 광주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견인차 기사인 30대 남성 A 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4월 28일 오전 3시 13분경 광주시 남한산성면 하번천리 제2중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상번천졸음쉼터 부근에서 30대 남성 B 씨를 자신이 운전하던 견인차로 밟고 지나가(역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B 씨는 같은 날 오전 2시 50분경 자신의 아우디 승용차를 몰다 앞서가던 20대 C 씨의 액티언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차에서 내려 고통을 호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때까지만 해도 B 씨의 의식은 또렷했다. B 씨는 직접 신고하고, 인근에 있던 사람들에게 통증이 있다고 말한 뒤 자신의 차량 옆에 앉아 있었다. 현장에 최초 출동한 도로공사 및 소방 관계자 다수가 이 모습을 목격했다.

그러나 A 씨의 견인차가 현장에 왔다 간 뒤 B 씨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B 씨는 갑자기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그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목격자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사고 당일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 있던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A 씨 견인차가 도로 위에 앉아 있는 B 씨를 밟고 지나가는 장면을 확인했다.

A 씨는 아우디 차량을 견인하기 위해 중앙분리대와 차량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다가 B 씨를 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 씨는 아우디 차량에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만 챙긴 채 B 씨에 대한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견인차 5대가 몰려와 서로 사고 차량을 견인하겠다고 경쟁하는 상태였다. A 씨는 고속도로를 역주행해 현장에 온 뒤 B 씨 차량을 견인하려 했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다른 견인차 기사들을 탐문해 A 씨 신원을 특정했다. 이후 5월 초 A 씨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경찰은 A 씨 노트북에서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이 실행됐다가 삭제된 기록을 포착한 뒤 A 씨를 추궁해 그가 숨겨뒀던 메모리카드를 찾아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에서도 B 씨 사망 원인이 차량 역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이 나왔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B 씨가 이미 숨진 줄 알고 2차 사고로 누명을 쓰게 될까 봐 블랙박스 메모리를 챙겨 떠났다”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훔친 B 씨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엔 사고 장면이 찍혀있진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A 씨는 기소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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