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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3 (금)

동맹국들은 불안, 적대국들은 고소…트럼프 암살 미수 각국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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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 "임종 직전 미국" 주장 힘 받아

미국에 안보 의존하는 유럽 불안감 한층 커져

멕시코 이민·마약 문제 트럼프 강경 대응 우려

뉴시스

[헌팅턴비치=AP/뉴시스] 14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헌팅턴비치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현수막 등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4.07.16.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으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미국 민주주의가 임종 직전이라는 주장이 새롭게 힘을 받고 있다. 202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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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토론회 참패로 인해 최강대국인 미국이 과거에 없던 혼란에 빠졌다는 느낌을 주면서 동맹국들이 불안해하고 적대국들은 고소해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피를 흘리는 트럼프가 연단에서 급히 빠져나가는 모습이 전 세계의 주목을 끌면서 미국이 강력한 경제에도 불구하고 사회 분열과 정치 분열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외국 정부들은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매우 커진 것으로 평가한다.

영국 신문 칼럼은 이제 트럼프를 “막을 수 없다”고 썼으며 한국 유진투자증권은 “트럼프의 부상과 바이든의 추락”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흔드는 트럼프의 사진과 지난해 공군사관학교 행사에서 넘어지는 바이든의 사진을 함께 실었다.

러시아에서는 미국이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는 주장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이 15일 미국 민주주의가 “붕괴 직전 상태”라면서 미국이 내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바이든 정부가 암살 시도의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비난했다.

알렉산데르 가부에프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 국장은 “러시아는 미국의 불행에 부채질을 해왔다”면서 “크렘린은 암살 시도와 바이든 고령 논란이 사망 직전의 미국이라는 믿음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의 친정부 논평가들도 유일한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이 쇠락하고 있다는 중국의 오랜 믿음을 뒷받침하는 사건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에 파견 근무한 적이 있는 국영방송 CGTN의 기자 한 펭은 웨이보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폐기할 때”라고 썼다.

그러나 트럼프 암살 시도와 같은 사건은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5월 로베르트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가 총격을 당해 목숨을 잃을 뻔했고 한국 야당 이재명 대표가 목을 찔리는 일도 있었다.

브라질의 경우 2018년 암살 공격을 받은 뒤 당선한 하이르 보우소나르 전 대통령 지지자 수백 명이 15일 상파울루의 중심가에서 “트럼프 만세”를 외치는 등 지지 시위를 벌였다.

해외에서는 트럼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정치 분열을 해소하려 할지 반대로 분열을 강화하려 들지 주목한다.

암살 미수 사건 계기 통합 강조하면 트럼프 압승


프랑스 전략연구재단의 프랑수아 하이스버그 특별보좌관은 “트럼프가 분열과 대결을 강조할 수도 있고 국가 통합을 강조할 수도 있다. 후자라면 트럼프가 압승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어느 경우든 유럽은 트럼프의 재선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재선이 갖는 의미는 나라들마다 제각각이다. 러시아와 이스라엘 등에서는 트럼프 재선을 반길 것이며 우크라이나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가 러시아의 공격을 제어하는데 소극적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한다. 중국과 멕시코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이 가장 걱정스럽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 대한 우려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른 우려를 넘어선다. 누가 승리하든 미국의 보호 무역 정책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외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정치 분열은 안보와 무역 등에서 미국이 전 세계를 주도할 능력이 있는 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영국 채텀하우스의 레슬리 빈자무리 미국 및 미주 국장은 “미국이 협력과 동맹을 구축해 이끌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사회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 파당 정치로 민주당 정부가 크게 압박을 받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든 정책을 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특히 미국 대선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 2년 동안 우크라이나 정부에선 바이든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져왔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 시민들, 군인들 모두 미국의 지원이 너무 적고 늦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막는데 급급할 뿐 러시아군 점령지 탈환에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판해온 트럼프의 재선에 대한 우려는 한층 더 크다. 미국의 대규모 지원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블룸버그 뉴스와 인터뷰에서 “전쟁을 끝낸다고 한 트럼프 발언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우크라이나가 독립을 잃고 나라를 잃을 위험이 있다면 대비해야 한다. 11월 미국 대선 뒤에도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계속될 것인지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끝낸다는 트럼프 발언 무슨 의미냐" 불안감 극대화


독일 정부는 누가 미국 대통령이든 유럽에 대한 군사비 증액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본다. 독일의 최근 국방비 증액과 대중국 무역 이탈 움직임은 미국의 압박을 예상한 측면도 있다.

유럽 전역에서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 부각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유럽이 미국으로부터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하며 유럽의 방위 산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럽 최대 국가들인 프랑스와 독일도 자체 정치 분열과 경제 불황, 과도한 재정적자 등으로 러시아에 맞서 군사력을 강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빈자무리 국장은 “유럽에 미국은 여전히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의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일부 이어받았다. 그러나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대중국 발언을 자제해왔다. 중국 당국자들은 트럼프가 재선하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한층 강화돼 양국관계가 한층 불안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멕시코 역시 우려가 크다. 오는 2026년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 예정돼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당시 멕시코 정부가 국경 이민 통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멕시코 수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적이 있다. 당시 멕시코는 수천 명의 군인들을 국경에 배치했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당선자는 “트럼프는 큰 공포이며 위기”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를 상대했던 멕시코 고위 당국자들은 마약과 이민 문제와 관련 미 정부가 멕시코 갱단을 상대로 강경 대응할 것을 우려한다. 미 하원에서는 이미 멕시코 갱단을 상대로 군대를 파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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