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8.22 (목)

[시시비비]'2+2년' 주택 계약갱신청구권은 올바른 정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2020년 7월 31일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이 이달 말이면 시행 4년을 맞는다. 계약갱신청구권(이하 갱신권)은 최초 2년 계약에서 1회에 한해 2년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임차인의 권리로, 계약갱신시 임대료 증액상한은 5%로 제한된다.

18대 국회 때인 2011년부터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여야 합의가 불발됐다. 19대 국회 때는 2015년 서민특위를 구성해 논의했으나 역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2019년 문재인 정부 때 정부 최초로 당정협의를 통해 추진 의지를 밝혔고 2020년 21대 국회에서 통과돼 같은 해 7월 31일 법이 공포, 시행됐다.

논의되기 시작한 지 10년쯤이나 돼서야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시장의 가격 기능을 저해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갱신권을 사용하면 2년 계약이 끝난 시점에서는 임대료가 5%만 오르겠지만, 추가 2년이 지나는 4년째에는 그동안 누적됐던 임대료 상승분이 한꺼번에 반영돼 임대료가 폭등할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대부분 경제 매체들이 그런 비판에 앞장섰다.

그동안 경제 매체에서만 기자 생활을 했던 입장에서 그런 주장에 동조했고, 맞다고 생각했다. 또 정부 개입은 최소화하고 시장의 가격 기능을 최대한 활성화해야 한다고 믿는 경제학 전공자 아니겠나. 내가 임차인 입장인데도 그랬다.

갱신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된 지 4년이 거의 다 된 지금 시점에서 보니 예전 생각이 틀린 것 같다. 2년이란 짧은 기간에는 전월세 상승기가 쭉 지속될 수 있지만, 4년이란 다소 긴 기간에는 전월세 상승기도 있었고 하락기도 있었다. 또 이사철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대다수 거래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기보다는 상당히 분산돼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와 부동산R114가 2021년 6월 전월세 신고제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을 분석한 결과, 갱신·신규 내역이 입력된 총 65만893건의 임대 계약 가운데 갱신 계약 건수는 22만2315건으로, 전체의 34.2%를 차지했다. 나머지 65.8%(42만8578건)는 집주인이 다른 임차인과 신규로 계약을 맺은 것이다. 전체 갱신계약(22만2315건) 중 갱신권을 사용(10만7448건)한 비중은 48.3%로 조사됐다.

임대차2법 시행 후 전셋값이 크게 오른 2021년 3분기 68.0%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의 갱신권 사용 비중은 2022년 3분기까지 60%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후 전셋값 하락으로 임차인 우위 시장이 이어지며 갱신권 사용 비중은 2022년 4분기에 44.6%로 떨어진 뒤 작년 4분기 32.1%, 올해 2분기에는 28.9%로 낮아졌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상한제는 독일와 프랑스, 미국 뉴욕 등에서도 도입돼 있다. 독일은 기한 없는 임대차 계약이 일반적이고 프랑스는 원칙은 3년이나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 해지가 불가능하다.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이지만 임대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대료가 지나치게 제한되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임대하지 않고 빈집으로 두면서 주변이 슬럼화되길 기다려 아예 재건축을 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우리나라의 갱신권과 전월세 상한제는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에서 상당히 균형 잡힌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PS. 그런데 임차인 중에는 당연한 권리인데도 아직 갱신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갱신권을 사용하지 않고 재계약하면, 갱신권이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돼 다음 재계약 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주변에서 많이 봤다.

정재형 경제금융 부장 jj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