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8.20 (화)

"남는 게 없다" 문 닫은 자영업자 '역대 최대'… 폐업 후 실업 신세↑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해 폐업 신고 자영업자 약 99만 명
1년 만에 12만 명 증가...소매·서비스·음식업 출렁
"내수 반등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 우려
한국일보

서울 종로의 한 대로변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카페를 운영하던 박모(36)씨는 지난해 10월 사업을 접었다. 누적된 코로나19 여파에다 인근에 생겨난 카페들로 타격받은 매출이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그는 “주 6일, 하루에 최대 14시간 일했지만 인건비와 고정비용을 빼면 남는 게 없어 카페 문을 연 지 5년 만에 폐업했다”고 말했다. 현재 무직인 그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박씨는 “카페를 재창업하는 건 부담이 크고, 회사에 취직하자니 첫 직장 생활 이후 공백기가 커 망설여진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계속되는 내수 부진에 사업을 접은 후 실업 상태에 머물고 있는 이도 20% 이상 늘었다. 수출 회복에 기댄 경기 회복세가 두터워지려면 내수 진작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15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한 사업자는 98만6,487명이었다. 전년보다 약 12만 명 증가했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폐업자 수는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2022년에도 80만 명대를 유지했다.

자영업자가 문을 닫는 이유는 누적된 고금리‧고물가로 소비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실제 사업 부진으로 폐업한 경우가 48만2,183명으로 절반에 육박(48.9%)했다. 2022년에 비해 18.7% 급증한 규모다. 폐업 업종별로 보면 소매업(27만6,535명)과 서비스업(21만7,821명), 음식업(15만8,279명) 등 내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업종의 타격이 컸다. 부동산 경기 불황에 부동산임대업(9만4,330명)과 건설업(4만8,608명)에서도 폐업이 속출했다.

폐업한 자영업자의 고통은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실업자(91만8,000명) 중 최근 1년 사이 자영업을 했던 이는 평균 2만6,000명이었다. 지난해 상반기(평균 2만1,000명)보다 약 23%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실업자 증가율(6.9%)보다 3배 이상 높다. 사업 부진으로 폐업한 후 별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폐업 후 비경제활동인구가 된 자영업자도 증가 추세다. 올해 상반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지난 1년 사이 자영업자로 일했던 사람은 월평균 26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가 아니면서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이를 일컫는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영세 사업자에서 두드러졌다. 상반기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이전 직장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였던 이는 23만7,00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8.3% 늘었다.

계속되는 내수 부진은 기지개를 켜는 경기 회복세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 1분기 강한 성장세(1.3%)를 보였던 경제성장률이 일회성에 그칠 공산이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이달 3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노시연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투자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 내수 반등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