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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8 (일)

서울의대 비대위 "전공의 안 온다…사직 수리 2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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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7월 15일 전공의 결정 데드라인 설정에 항의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사직을 선택한 전공의의 사직서 수리 일자는 전공의의 의사를 존중하여 결정해야 한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께 드리는 의견’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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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오른쪽 2번째)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계 드리는 의견을 읽고 있다.(사진=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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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정부가 전국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을 최종 처리하라고 요청한 마지막 날이다. 서울아산병원, 서울삼성병원, 서울대병원 등 ‘빅5’ 병원은 이날까지 사직이나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를 일괄 사직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순천향대병원 등과 같은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의 요구대로 2월 말을 사직서 수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정부가 ‘사직서 수리명령 철회’한 6월 4일을 기점으로 사직서를 수리하기로 한 상태다. 만약 2월을 기준으로 사직서를 수리하면 전공의들은 그동안 다른 일을 하지 못했다며 수련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 수 있다.

수련병원들은 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지만, 정부는 사직서를 소급해 수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나, 병원-전공의 당사자 간 법률관계의 경우 정부가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책임에서 한걸음 물러난 상태다. 결국 수련병원들은 6월을 기점으로 사직서를 수리하기로 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의 복귀를 진정 바란다면, 애초에 이들이 왜 사직서를 냈는지 그 이유부터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정부는 △복귀한 전공의와 △사직 후 올해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 대해 전문의 자격취득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수련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직 후 9월 수련에 미복귀한 전공의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강 비대위원장은 “이러한 조치로 전공의들을 돌아오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것은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정책 추진 강행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으며 그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 (전공의) 절

망은 여전한데 처벌하지 않겠다는 약속만으로는 복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진료 공백의 해소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시한을 정해 전공의들을 압박하는 대신 지금이라도 정책을 바로 세우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결정과정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이들이 하루빨리 의료현장과 배움의 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의료계가 다시 환자를 살리는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이제라도 일방적으로 강행된 불합리한 정책을 거둬들여 달라”며 “부디 국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을,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결정과정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다음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께 드리는 의견’ 전문이다.

존경하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님께,

진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시는 장관님과 관계자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러한 진료 공백은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2020년의 의정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이런 진료 공백을 예상했다고 했습니다. 불과 4년 전의 의정합의가 지켜졌다면, 그에 따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협의하여 정책을 결정하였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터라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오늘 7월 15일은 보건복지부에서 소속 전공의의 복귀/사직 여부를 확인하여 결원을 확정하라고 요구한 날입니다.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하고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특례도 마련해 주셨습니다. 전공의의 복귀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조치로 전공의들을 돌아오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것은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정책 추진 강행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으며 그 정책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책결정과정 역시 여전히 일방적이고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저들의 절망은 여전한데 처벌하지 않겠다는 약속만으로는 복귀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전공의들의 복귀를 진정 바란다면, 애초에 이들이 왜 사직서를 냈는지 그 이유부터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전공의 7대 요구조건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의 정책으로 모두 반영하였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관님, 2000년 의약분업 사태 후 만들어졌던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를 아시는지요? 당시에 마련된 정책도 지금과 비슷한 내용이 있었으나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정책 추진의 지속적인 의지와 재정의 뒷받침이 없다면 이번 의개특위에서 내놓은 정책 역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국가 지원을 강화하며, 병원들이 각 기능에 맞게 구조 전환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수가와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겠다’고 하지만, 당장 비상진료체계를 위한 재정조차 마련하기가 어려운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습니다. 전문의 중심, 중증 질환 중심의 상급종합병원은 바람직한 방향이나 당장 2025년에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을 상황에서 인력은 어떻게 채우고 이에 필요한 재정은 어디서 마련할 예정이신지요. 경증, 중등증 질환을 가진 국민께 상급종합병원의 이런 ‘구조전환’에 대한 동의를 먼저 얻을 계획은 마련하셨는지요. 의개특위의 정책이 모든 문제의 답이라고 말씀하시기 전에 당장 무너져가는 의료 현장을 봐주십시오. 무조건 속도를 내는 대신, 이제라도 멈춰 서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살피시기 바랍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우리나라 의료를 올바로 세우고자 하는 전공의와 학생들의 의지를 지지합니다. 그들의 절망을 이해하고 매일 실감합니다. 장관님, 이들이 하루빨리 의료현장과 배움의 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의료계가 다시 환자를 살리는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이제라도 일방적으로 강행된 불합리한 정책을 거둬들여 주십시오. 부디 국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을,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결정과정을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조규홍 장관님께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진료 공백의 해소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시한을 정해 전공의들을 압박하는 대신 지금이라도 정책을 바로 세우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결정과정을 수립하여야 한다.

- 사직을 선택한 전공의의 사직서 수리 일자는 전공의의 의사를 존중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2024년 7월 15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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