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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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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도 아니고 치매도 아니고…'조용한 ADHD'도 있다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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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건망증 다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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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은 뇌에 일시적으로 과부하가 생겨 기억하는 반응 속도가 느려지거나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뇌는 20대를 기점으로 점차 퇴행해 나이를 먹으면서 뇌세포가 위축된다. 나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엄밀히 말해 질병은 아니다. 그러나 건망증을 자주 겪다 보면 ‘치매의 초기 증상이 아닐까’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

나이에 따른 기억력 감퇴는 주로 사소한 내용을 가끔 잊어버리는 양상을 보인다. ▶옛 친구 이름이 갑자기 기억이 안 나거나 ▶잘 감춰둔 물건을 못 찾고 ▶약속을 하고선 깜빡 잊는 경우가 생기며 ▶물건을 사러 가서 몇 가지를 잊어버려 못 사는 식이다. 답답하고 화나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데 별 지장은 없다. 반면에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는 사소한 내용과 중요한 내용을 모두 잊어버린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이름이 기억이 안 나거나 ▶매번 제 위치에 두는 물건을 찾지 못하고 ▶약속을 하고선 약속한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며 ▶물건을 사러 가서 왜 왔는지 몰라 그냥 돌아온다. 기억력에만 사소한 장애가 있는 건망증과 달리 사고력이나 판단력에도 문제가 생기고 성격까지 변하지만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다.

다만 아직 젊은데도 건망증이 심해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배후를 찾을 필요가 있다. 뇌 신경의 퇴화는 나이 외에도 정서적·심리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불안증·우울증이 있거나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지속해서 노출된 사람은 집중력이 떨어져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기 쉽다. 사고의 흐름이 느리고 단조로운 데다 정서적인 요인이 처리 속도를 늦춰 인지 기능을 효율적으로 발휘하지 못하는 탓이다. 이땐 원인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우울·불안감이 호전되면서 대개 건망증이 자연히 사라진다.

우울증이나 ADHD 영향일 수도

심한 건망증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증상일 가능성도 있다. ADHD는 아동·청소년기에 흔한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일부는 성인기까지 증상이 이어진다. 과잉 행동이나 충동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대신 부주의 징후를 주로 보이는 이른바 ‘조용한 ADHD’다. 이땐 주의력이 떨어져 기능상 어려움을 겪거나 본인이 가진 인지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온다.

요즘 전자기기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름이나 전화번호, 약속 장소와 시간, 기념일, 세금 납부일처럼 생활에 필요한 대다수 정보를 암기하기보다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저장하다 보니 전두엽 사용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 아주 간단한 계산까지도 스마트폰이 대신 한다. 뇌는 잘 쓰지 않는 부위 신경회로를 제거하는 특성이 있다. 사용 빈도가 감소한 전두엽의 신경회로가 줄면서 두뇌 기능이 둔화할 수 있다.

반대로 뇌를 지나치게 혹사해도 문제다. 요즘엔 매일 휴대전화·데스크톱·노트북·태블릿PC를 오가며 일을 보고 수시로 정보를 검색·수집하며 빠른 업무 처리를 선호한다. 그러면 뇌가 과도한 수준의 외부 자극에 노출돼 육체적 과로 못지않게 정신적 과로에 시달린다. 도리어 중요한 일 처리를 빠뜨리거나 잔 실수가 늘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건망증이 갈수록 심해지고 혼자 힘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탐색하고 필요할 경우 의학적인 도움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걱정보단 긍정적 정서 유지 중요

건망증에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평소 생활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기억력이 좀 떨어졌다고 해서 자신을 비하하지 말고 긍정적인 정서 상태를 유지한다. 건망증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는 증상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정신적 과로 상태에서 나타난 건망증은 두꺼비집을 내려 전력을 차단하듯 뇌가 지쳐 있단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가벼운 운동이나 숙면으로 뇌에 충분한 휴식을 준다. 가끔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멈추는 것도 좋은 처방일 수 있다.

반대로 지적인 자극이 부족한 경우 뇌 전체의 고른 발달을 위해 머리 쓰는 취미생활을 찾는다. 독서, 바둑에 흥미를 갖거나 신문을 통해 세상일에 관심을 갖는 식이다. 지금 하는 주 업무 외에 다른 분야를 공부하고 배워 보는 것도 좋다. 중요한 일정을 항상 메모하고 자주 쓰는 물건은 고정된 위치에 두는 식으로 일상생활의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어 대입해 나가면 고충을 줄이는 데 도움된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땐 청각·시각 등 한 가지 감각에만 의존하지 말고 기억해둬야 할 일은 입 밖으로 소리 내 말함으로써 정보 저장에 유리하게 한다. 뇌에 산소와 영양분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술·담배를 줄이고 성인병을 예방하며 규칙적인 운동에 나선다.

도움말=윤지애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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