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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휴가지에서는 일광욕을 즐기는 풍경이 흔하다. 건강미를 돋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햇빛에 피부색을 그을린다. 하지만 피부과 의사들은 피부 태우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강한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피부 노화뿐 아니라 피부암 위험까지 커지기 때문이다. 임이석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태닝하면 피부 손상 때문에 득보다 실이 크다. 피부색이 어두워지면 초반엔 건강해 보이지만 나이 들면 피부가 쪼글쪼글해지고 희끗희끗해지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햇빛에 피부가 그을리는 이유는 흑갈색 색소인 멜라닌과 관련 있다. 멜라닌은 자외선이 피부 깊숙이 침투하는 걸 막아 피부 세포의 DNA를 보호한다.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면 자외선을 흡수, 산란시키기 위해 멜라닌 세포가 활성화되는 이유다. 자외선을 많이 받아 멜라닌 생성이 많아질수록 피부색이 어두워진다.
문제는 반복적이고 과한 자외선 노출이 피부 손상을 부른다는 점이다. 자외선에 따른 광 노화는 자연적인 노화와는 다른 피부 변화다. 멜라닌 과다 생성 때문에 기미·주근깨·검버섯 같은 불규칙한 색소 침착이 생긴다. 자외선이 피부 진피층에 지속해서 작용하면 광 노화를 촉진한다. 진피층에서 피부 탄력과 재생을 돕는 콜라겐·엘라스틴 단백질 등을 정상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한다. 피부가 거칠어지고 주름지며 탄력이 떨어진다.
피부색 밝을수록 화상 입기 쉬워
자외선으로 인한 손상은 피부 세포에도 누적돼 피부암 위험을 높인다. 자외선이 각질 형성 세포, 섬유 모세포 등에 유전자 변화를 일으켜 돌연변이가 축적되면 암으로 증식할 가능성이 커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외선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일광욕을 굳이 한다면 가능한 한 피부 손상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둬야 한다. 피부를 빨리 그을리고 싶어 한 번에 오랜 시간 태우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한꺼번에 태우면 색소 질환과 피부 노화를 앞당긴다. 10~20분씩 짧은 시간을 반복하는 게 낫다. 그래야 피부의 멜라닌 색소가 약간씩 증가하면서 피부가 점차 적응한다. 하루에 총 60분을 넘기지 않길 권한다.
본인의 피부가 햇빛에 잘 그을리는 유형인지 알아두는 것도 도움된다. 피부색이 밝을수록 멜라닌 함량이 적어 자외선에 더 민감하다. 구릿빛으로 잘 그을리기보다는 붉어지고 화상에 입기 쉽다. 일광욕 시간을 짧게 조절하는 게 좋다.
자외선이 가장 강한 오전 11시~오후 2시 사이는 피해야 피부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인다. 기상청의 자외선 지수를 확인해 단계가 높은 날엔 더 주의해야 한다. 자외선 지수는 피부 손상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상청 종합 기후변화감시정보에 따르면 7~8월에는 자외선 지수 5단계 중 가장 높은 위험 단계(11 이상)가 자주 관측된다.
일광욕할 때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해 피부를 보호하는 건 필수다. 자외선 차단제는 강한 햇빛을 막아 피부를 곱게 태워주고, 자외선을 차단·산란시키는 기능이 있다. 특히 해변에서는 빛이 물에 반사되므로 날씨가 흐린 것과 상관없이 많은 양의 자외선을 피부에 쐬게 된다. 태닝 로션과 오일은 자외선 차단제를 먼저 바른 후 그 위에 덧바른다.
임이석 원장은 "태닝 후에는 색소 침착과 피부 노화가 오기 때문에 반드시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줘야 한다. 그래야 피부를 진정시키고 수분을 유지해 피부 손상을 최소화한다"고 조언했다. 스크럽이나 때 미는 건 자제해야 한다. 피부 방어벽인 각질층이 망가지면 적은 자극에도 피부가 잘 손상되고 회복이 느리다.
일광욕 후 보습제 충분히 발라야
일광욕 중에는 햇빛 화상(일광 화상)을 입기 쉽다. 화상을 입으면 혈관이 늘어나 피부가 붉어지고 화끈거린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일광욕을 멈추고 피부를 식혀줘야 한다. 시원한 물로 샤워하고 차가운 물수건으로 냉찜질하거나 오이·감자를 갈아서 붙여주면 피부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된다. 가벼운 홍반, 살짝 따끔한 정도의 화상을 넘어 물집이 생길 정도이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물집이 터지면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상처 소독뿐 아니라 항생제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햇빛 화상 뒤 허물이 벗겨지는 건 정상적인 회복 과정이다. 피부 각질층이 한꺼번에 벗겨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억지로 떼어내지 말고 보습제를 발라주면 된다. 비누나 샤워 타월은 화상 입은 피부를 자극하므로 자제한다.
레저 활동 등으로 자외선 노출이 많아지고 인구가 고령화하면서 국내에서도 피부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피부암 진료 환자 수는 2019년 2만5233명에서 2023년 3만4538명으로 5년간 36.9% 증가했다.
피부암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면 대부분 경과가 좋다. 피부암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점의 크기가 6㎜ 이상이거나 ▶모양이 비대칭이고 ▶경계가 불분명하며 ▶색이 균일하지 않고 ▶점점 커지거나 튀어나오는 경과를 보이는 것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TIP
일광욕 자외선 손상 줄이려면
모자·선글라스로 눈·얼굴 보호 오전 11시~오후 2시는 피하고 10~20분 정도 짧게 반복해야 붉어지고 화끈거리면 멈추고 끝난 후엔 보습제 충분히 바르기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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