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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 (일)

[비즈토크<하>] HD현대-한화오션, KDDX 갈등 폭발…'익명 셀프디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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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기준금리 12회 연속 동결…물가 안정 신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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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을 둘러싸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날 선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한화오션이 2024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종합학술대회에서 전시한 KDDX 모형. /한화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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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편에 이어

[더팩트│황원영 기자]

◆ HD현대-한화오션, 날 선 공방전…K방산 발목 잡나

-이번에는 방산업계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총사업비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날 선 공방전을 펼치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데 한화오션 내부에서 공식적인 입장과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고요?

-그렇습니다. 한화오션 한 직원은 직장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 "기본설계를 하지도 않았는데, 상세설계를 하면 공정 지연에 100% 적자"라며 "(HD)현대에서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건조하는 게 맞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한화오션 직원은 "방위사업청이 생긴 이후 지금까지 왜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할까"라며 "한화 특징이 조선업을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하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한화그룹의 지주사격인 (주)한화의 한 직원은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다른 업체에서 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며 "만들고 나서 무슨 배를 이렇게 만들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욕을 먹기 싫으면 그냥 가만히라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KDDX 입찰 방식과 관련한 한화오션의 공식 입장은 뭐죠?

-자신들을 포함한 '경쟁입찰'이 필요하다는 게 공식 입장입니다. 함정 건조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데요. 2030년까지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인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KDDX 사업은 함정 초안을 그리는 개념설계는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탑재 무기체계 및 각종 장비 등을 구체화한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진행했습니다. 통상 기본설계를 진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까지 맡아 왔는데, 한화오션은 과거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기밀 탈취 사건을 이유로 이번에는 관례와는 다른 경쟁입찰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HD현대중공업 측은 군 전력화 일정, 관련법 시행령 규정 등을 고려하면 '수의계약'으로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경우 기본설계를 한 HD현대중공업이 해당 사업을 따낼 것으로 보입니다.

-블라인드 앱에 글을 올린 일부 한화오션 및 한화 직원의 의견은 사실상 HD현대중공업 입장과 같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와 관련한 한화오션의 이야기도 들어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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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블라인드 앱에 한화오션 및 한화 직원 일부가 KDDX 사업 관련 사측의 공식 입장과 다른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블라인드 앱 갈무리


-네, 한화오션 관계자는 "블라인드는 익명으로 글을 쓰는 곳으로, 그들이 진짜 우리 직원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최근에 우리 회사에서 HD현대 쪽으로 이직을 한 직원들도 있는데 그들이 해당 앱 계정을 바꾸지 않았다면 현재 소속과 다른 회사의 직원인 것처럼 글을 쓸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블라인드 앱에 올라온 글이 한화오션이라는 집단의 의견이라고 볼 수도 없고, 내부에서 비중 있는 의견도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결정권을 쥔 방위사업청의 입장은요?

-일부 언론에선 "수의계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니다 경쟁입찰로 가닥이 잡았다" 등 상반된 내용을 보도하기도 해 업계에 파장이 일었는데, 공식적으로 방사청은 "어떤 결정도 내린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업계에선 이르면 이달 말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업체 선정 방식을 발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양사 사업장이 있는 울산광역시(HD현대)와 경남 거제(한화오션)의 지역구 의원들이 나서서 각각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기업의 편을 들고, 경쟁사를 비판하기도 했는데, 이번 KDDX 수주전을 앞두고 정말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네요. 그런데 그간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까지 맡아온 이유는 뭐죠?

-그 이유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요.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개념설계는 차로 비유를 하면 '콘셉트카'를 설계하는 것이고, 기본설계는 실제로 만드는 차량에 필요한 재원까지 넣어서 설계하는 것"이라며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은 업체가 다를 경우 선도함 제작 단계에서 발생 가능한 결함을 즉각 수정하는데 한계가 있고, 시간이 추가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2006년 1월 방위사업청이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추진된 18건의 함정 연구개발 사업에서 17번의 함정 건조 사업을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맡았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2012년 장보고-Ⅲ, 배치-Ⅰ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로, 당시에는 사업자를 경쟁입찰로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공동으로 기본설계 연구에 참여를 한 특수한 경우였죠. 사실상 방사청이 출범한 이후부터는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까지 계속 맡아온 셈입니다.

-전례를 보면 한화오션이 불리해 보이는데, 관련해서 한화오션이 내놓은 입장이 있나요?

-네, 한화오션 측은 "'글로벌' 함정 건조 사업 추진 절차는 개념설계를 시작으로 각 사업 추진 단계별 개별 입찰로 진행하는 게 스탠더드라고 할 수 있다"며 "기본설계 이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 역시 별개의 사업으로 인식해 경쟁입찰을 통해 진행한다. 다만 우리 해군의 경우 사업 추진 편의 등의 사유로 최근까지 기본설계 이후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으로 이어왔다. 기본설계 결과물은 정부 소유이기 때문에 기본설계를 하지 않은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해도 정부로부터 기본설계 자료를 받아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결함 수정 등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양사의 입장이 너무 달라서 방사청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탈락한 쪽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은 분위기네요.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사안은 계속 주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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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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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인하 깜빡이 켠 이창용 한은 총재, 최장 동결 언제 깨질까

-금융권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습니다. 지난해 2월 이후 12차례 연속 동결이자 최장기간 동결 기록인데요. 다만, 한은이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켜면서 동결 기록이 언제 깨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난 5월에는 인하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라 금리 인하 준비를 위해 차선을 바꿀지 고민하는 상태였지만,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을 전환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습니다.

-통화 긴축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기준 금리 인하 시점 검토를 공식화한 것이라고요.

-네,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담은 의결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특히 이 총재는 금리 동결 배경으로 "물가 안정만을 맡고 본다면 이제는 금리를 인하를 논의할 공기가 조성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3개월 연속 2%대에 머물며 둔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가 둔화세에도 금통위원 대부분이 조기 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요?

-유가와 외환시장, 부동산 불안,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감안해 당분간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상황을 점검한 뒤 인하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외환시장·주택 가격·가계부채 상황이 최근 불안해진 점을 조기 금리 인하 반대 이유로 꼽았는데요. 시장 상황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금리 인하는 해를 넘어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가 역대 최고 수준인 2%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주된 요인이었습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8월 조기 인하' 전망도 잇달아 수정되고 있습니다. 시장이 기대했던 '인하 소수의견'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하면서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 등이 안정될 경우 이르면 10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고요.

-그렇습니다. 증권가는 기준금리 인하 개시 시점을 기존 8월에서 10월로 변경하는 분위기입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올해 8월 또는 10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확인되고 그 차기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또한 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기준금리 인하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은의 금년 금리인하 횟수도 2회 기존 전망에서 1회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습니다.

금리 인하의 주도권이 미 연준에 넘어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켜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던 2018~2019년 유사한 사례를 떠올려 보면, 당시 FOMC에서 미 연준이 분명한 인하 신호를 낸 후에야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며 "사실상 '배턴'(baton)을 미 연준에 넘긴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만큼 한은이 10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조심스러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둔화 추세를 지켜봐야겠습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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