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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벤츠가 불붙인 '배터리 실명제'…"K-배터리만 찾겠네" 싶지만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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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2일 전기차 화재 관련 합동 회의…'배터리 실명제' 등 안전대책 논의

"中보다 품질 뛰어난 K-배터리 수혜" vs "배터리 불신론 커지면 모두에 손해"

뉴스1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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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정부가 인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를 계기로 '배터리 실명제' 등 대책 수립에 나서자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면 중국산 배터리보다 품질과 안전성이 뛰어난 'K-배터리'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배터리에 대한 과도한 불신과 전기차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2일 환경부 차관 주재로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이 참여하는 전기차 화재 관련 합동 회의를 진행한다. 지난 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화재로 '전기차 공포증'이 번지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내달 초 종합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핵심은 '배터리 실명제'의 도입 여부다. 국토부는 전기차에 탑재한 배터리의 제조사와 유형 정보를 공개하도록 관련 시행령과 규칙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전기차를 구매해도 소비자가 배터리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데, 이런 관행을 손보겠다는 취지다. 이미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미국은 일부 주에서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배터리 실명제 논의가 대두한 건 화재가 난 벤츠 EQE에 중국 배터리 제조사인 '파라시스' 제품이 탑재된 것이 확인되면서다. 세계 1위 업체인 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고 알려졌다가 다른 제품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파라시스 배터리는 지난 2021년 화재 발생 가능성으로 중국에서 리콜된 전적이 있다.

업계에선 배터리 실명제가 도입되면 K-배터리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먼저 나온다. 중국산 배터리가 가격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지만, 한국에 비해 업력이 짧은 탓에 품질과 안전성 논란이 꾸준히 뒤따랐다.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면 국내산 배터리에 대한 시장 선호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란 계산이다.

실제 벤츠 EQE에 탑재됐던 파라시스 제품은 중국 업계가 주력으로 삼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아닌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로 삼원계 타입이었다. 그간 중국 업체들은 LFP 배터리를, 국내 업계는 삼원계(NCM·NCA) 배터리를 집중 개발해왔는데, 중국이 삼원계 배터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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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정비소에서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전기차가 2차 합동감식을 받기 위해 지게차에 실려 정비소 내부로 향하고 있다. 2024.8.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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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원계 배터리는 LFP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길고 에너지밀도가 높으며 가볍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재 특성상 화재 안전성을 잡기 까다롭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불량률을 '제로'(0)에 가깝게 유지할 수 있도록 매년 조(兆) 단위 예산을 투입하며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배터리 생애주기를 모니터링하는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서비스 'B-라이프케어'(B-Lifecare)를 제공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BMS 안전진단 알고리즘의 예측 정확도는 90%를 상회한다. 올해 3월에는 미국 퀄컴 테크놀로지와 '첨단 BMS 진단 솔루션' 개발에 나서며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충남 서산 공장에 업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안전성 평가센터'를 구축하고 △안전성 검증 시험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통한 발화 원인 분석 △배터리 해체를 통한 구조 분석 등 배터리 안전성 평가와 개선을 원스톱으로 수행하고 있다. 현재는 셀투팩(CTP) 기술을 적용해 배터리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한편, 화재 시 열 전이를 막는 'S-팩'(PACK) 기술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삼성SDI는 배터리 폼펙터(제품 외관) 중 안전성이 가장 뛰어난 각형 폼팩터를 주력으로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제품마다 가스 배출부인 벤트(Vent)를 적용해 셀 내부에서 고온의 가스가 발생했을 때 일정한 방향으로 배출시켜 배터리 폭발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셀-모듈-배터리 팩을 연계한 '열전파 방지 기술'을 개발, 양산 제품에 적용 중이다.

다만 배터리 실명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기차 화재 원인은 차량의 시스템 결함부터 배터리의 수율 불량까지 복합적인데, 배터리의 안전 문제만 지나치게 조명되면 자칫 '배터리 불신론'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산 배터리보다 비싼 K-배터리 비중이 높아지면 차량 가격이 올라 전기차 대중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완성차업체(OEM)의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소비자는 배터리가 아닌 완성차업체의 브랜드 가치를 믿고 구매하기 때문에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제작사가 배터리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관행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 정착은 물론 완성차업체의 자체적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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