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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 (목)

"보수 대법관 2인 탄핵"… 바람 잘 날 없는 미국 연방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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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하원의원, 대법관 탄핵소추안 발의
"자산가 선물 수수, 불공정 재판 강행"
NYT "탄핵 가능성 없지만 유권자 의식"
연방대법 둘러싼 '정파성 논란'도 지속
한국일보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연방대법원 건물.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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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의 '강경 보수' 대법관 2명에 대한 탄핵 주장이 나왔다. 비밀리에 자산가에게 선물을 받고, 공정성 논란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판결을 강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탄핵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연방대법원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 우군으로 간주되는 상황과도 연관이 깊다.

"향응 수수하고, 불공정 재판 기피 안 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뉴욕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이 이날 클래런스 토머스·새뮤앨 얼리토 주니어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두 대법관이 △자산가로부터 향응을 수수하고 △판결 기피 의무를 저버렸다는 것이 탄핵 주장 요지다. 다른 민주당 하원의원 8명도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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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관 9명이 2022년 워싱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앞줄 왼쪽 두 번째,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네 번째에 앉아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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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두 대법관은 자산가의 고액 선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법관의 윤리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토머스 대법관은 부동산업자 할런 크로의 전용기를 무료로 이용해 온 이력이, 얼리토 대법관은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자 폴 엘리엇 싱어에게 '호화 여행'을 선물받은 사실이 지난해 폭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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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두 대법관은 공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사건 판결에 참여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토머스 판사의 배우자는 2020년 대선에 관해 "바이든과 좌파는 우리 역사상 가장 큰 강도질을 시도하고 있다"는 문자를 보낸 적이 있는 친(親)공화당 인사다. 얼리토 판사 집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1년 워싱턴 의사당 폭동 때 쓰던 깃발이 걸린 적이 있다.

둘 모두 트럼프 측 '대선 불복' 주장에 기울어 있다는 의심을 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뒤집기 시도' 사건을 기피하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인정한 판결에 힘을 실으며 그에게 정치적 승리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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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탄핵소추안 발의가 실제 대법관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을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NYT는 "민주당 일각에선 대법원에 대한 우려가 유권자들에게 (트럼프를 반대할) 동기를 부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의 장' 된 연방대법원


이번 탄핵 시도는 연방대법원의 정파성 논란을 단적으로 드러낸 측면도 있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6 대 3으로 보수 우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대법관을 3명(닐 고서치·브렛 캐버노·에이미 코니 배럿)이나 임명한 영향이 크다. 이후 연방대법원은 △임신중지(낙태)권 폐기 △소수자 우대 정책 폐기 △전직 대통령 면책특권 인정 등 굵직한 판결에서 보수 편에 서 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 루스 마커스는 '트럼프 2기'를 막아야 하는 이유로 '연방대법원 우경화'를 들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일 '바이든의 도박을 이어가기에는 연방대법원에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트럼프 재집권 시 보수 우위 대법원이 수십 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마스·얼리토 판사가 은퇴하고 젊은 보수 대법관이 공석을 채워, '보수 2석'을 수십 년 더 확보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으로, 스스로 은퇴하거나 사망해야 임기가 끝난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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