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 현판. 공수처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험로가 펼쳐지고 있다. 채 상병 사망 원인을 수사한 경찰이 지난 8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범죄 혐의를 물을 수 없다고 밝히면서다. 당장 공수처는 “경찰 수사 결론도 나왔으니 외압 의혹 수사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차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야권이 여전히 특검을 요구하는 것도 공수처로선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경북경찰청이 지난 8일 발표한 채 상병 사망 사건 결과의 핵심은 임 전 사단장에게 직권남용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지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의 이 같은 결론은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수사외압 의혹의 시발점인 임 전 사단장에게 혐의가 없다면 그에게 혐의를 적용하려 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제지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의 행위는 정당하다는 논리이다.
이 전 장관의 변호인인 김재훈 변호사는 전날 입장문에서 “경북경찰청의 수사 결과는 국방부 장관의 적법한 권한에 따른 사건이첩 보류 지시와 재검토를 통해 해병대 수사단의 조치 의견에 관한 오류를 바로잡은 것임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여당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 종료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해 9월 사건을 접수한 공수처는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수사 종결 시점이나 중간수사결과라도 발표하라”는 성명을 냈다.
야권에선 “이제는 특검만이 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이런 요구는 오히려 더 커지는 모양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답정너’식 임 전 사단장 불송치 결정은 특검의 당위성을 선명하게 보여줄 뿐”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양쪽의 요구에 낀 형국이다. 일단 공수처 내에선 경찰과 수사 범위가 달라 경찰이 내린 결론에 영향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보는 기류가 읽힌다. 공수처 수사는 채 상병 사망 이후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수사에 개입했는지, 부당하게 외압을 행사했는지 등을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과 국방부 조사본부의 결정을 바꾸기 위해 불법적인 개입이 이뤄졌다면 임 전 사단장의 혐의 여부와 상관없이 이른바 ‘윗선’의 직권남용 혐의는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에게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 수사는 ‘원점 재검토’를 전제로 한 것이라 경찰 수사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 수사 결과에서 사단장이 빠졌다고 해서 외압 유무나 위법성 여부 판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경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수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이 명령권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 이유로 봤는데, 다른 관점에서는 실제로 명령했다는 주장도 있다”며 “어느 쪽 주장이 법리에 맞고 사실인지는 계속 수사해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 공수처 “임성근 직권남용 혐의, 확인해야 할 부분···경찰 수사와 별개”
https://www.khan.co.kr/politics/north-korea/article/202407091349001
☞ 경찰 “임성근 혐의 없음” 결론…국방부 중간보고서의 “현장 안전업무 훼방”과 정반대
https://www.khan.co.kr/politics/defense-diplomacy/article/202407081746001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5·18 성폭력 아카이브’ 16명의 증언을 모두 확인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