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등 쟁의 행위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권리지만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세계적 기업을 멈춰 세우려면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파업이 촉발된 직접적 계기는 연봉 인상률에 대한 이견이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5.1%의 임금인상률을 공지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이를 거부한 조합원 855명을 대변하다 소수 강경파만을 위한다는 비난이 일자 전 조합원 6.5% 인상률로 요구조건을 바꿨다. 855명은 삼성전자 전체 직원(12만4804명)의 0.7%에 해당한다. 연봉협상에 서명하지 않은 소수 직원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다른 직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더군다나 생산에 차질을 주는 것이 파업 목표라는 선언은 지해 행위나 다름없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잠깐이라도 생산라인이 멈추면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고객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버린 불편한 타이밍”이라고 꼬집은 이유다. 이와함께 연말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변경, 유급휴가 일수 하루 추가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이 1억35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귀족 노조의 배부른 요구’라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지난해 15조원 가까이 적자를 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올해 업사이클(상승국면)에 올라타면서 2분기에 시장 예상치보다 2조원 이상 많은 10조4000억원의 깜짝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AI(인공지능) 열풍을 타고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선 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아직 납품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는 대만의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노사가 합심해 이러한 난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업계 최고의 직원 대우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51년간 무노조 경영의 바탕이 됐던 고도성장과 압도적 직원 처우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으로 담보될 수 없게 된 상황을 직시하고 이번 쟁의를 새로운 공생관계를 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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