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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국장 탈출은 지능순?"…외국인은 왜 K주식 쓸어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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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급 펀드매니저 4인, 하반기 투자 팁





“안 먹을 용기를 가져라. 날아간 주식은 내 몫이 아니다.” 한상균 쿼드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어린 매니저들에게 늘 하는 조언이라고 한다. 작년에 3배 오르더니 올해도 2배 가까이 오르고 있는 엔비디아가 없어 잠 못 이루는 투자자라면 되새겨 볼 말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중앙일보 머니랩 라운드테이블에서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한 주제는 인공지능(AI)이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뜨거운 영역이기도 하다. AI가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는 점, 투자자로서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을 순 없다는 데엔 모두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오른 엔비디아 말고 다른 투자처는 어딜까’란 질문에, 소신과 경험을 바탕으로 속 시원한 답을 내놨다.

중앙일보

더중플 머니랩이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투자 고수들의 의견을 들었다. 오른쪽부터 목대균 KCGI 자산운용 CIO,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CEO, 한상균 쿼드자산운용 CIO, 최준철 VIP자산운용 CEO.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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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라운드테이블에는 목대균 KCGI자산운용 운용총괄대표(CIO),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CIO 겸 CEO, 최준철 VIP자산운용 창업자이자 CEO, 한상균 쿼드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참석했다. 화제의 초점은 엔비디아였다. 아직 보유하지 못했어도 너무 부러운(envy) 나머지 이제 와서 비싸게 사는 건 위험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Q : 끝없이 오르는 엔비디아 어떻게 보나.

A : 한상균 : “엔비디아가 거품 구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최소한 올 연말에서 내년까지는 하드웨어 투자 사이클이 지속될 거다. 하지만 비싸게 사는 건 늘 위험하다. 현재 세계 1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조차도 1999년 닷컴버블 때 주가가 90% 가까이 빠졌다. 그리고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무려 10년이 걸렸다.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는 시간이 지나면서 약화할 수밖에 없다. 마진이 많이 남는 산업에선 경쟁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저희 글로벌펀드는 투자하던 엔비디아를 2분기 들어 비중을 의미 있게 축소했다. 대신 브로드컴 비중을 크게 확대했다. 시장이 생각하는 AMD보다는 사용자 지정 맞춤형 칩(ASIC) 업체인 브로드컴 같은 회사들이 대체재가 될 걸로 보고 있다.”

Q : AI 테마는 닷컴버블처럼 꺼질까. 계속 갈까.

A : 목대균 : “추후 AI 관련 킬러앱 혹은 인기 제품 출시 여부가 제일 중요하다. 지금은 기대되는 기업들까지 모두 수혜를 받고 있지만, 미래엔 실질적으로 돈을 버는지 여부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할 거다. 애플이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한 ‘아이폰 16’을 9월에 내놓고, 화웨이의 ‘메이트 70’ 역시 같은 달에 나온다. 판매 결과로 IT(정보기술) 수요와 업황 전반의 변화를 판단할 수 있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Q : 엔비디아가 많이 올랐다면, AI 관련 주목할 만한 투자처는.

A : 민수아: “샘 올트먼(챗GPT를 만든 오픈AI CEO)이 AI 투자처를 3곳으로 딱 정리해 줬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그리고 전력이다. 이 중 전력을 눈여겨 보자. 화석연료를 땔 수는 없다. 가능한 전력원으로는 풍력, 태양력, 원자력 등이 있는데, 원자력은 지금부터 지어도 10년이 걸린다. 그래서 올해는 태양광이 좋았다. 내년에는 풍력 관련 기업이 좋을 것 같다.”

A : 한상균: “국내 AI 반도체에선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앞서나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주가 흐름이 좋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를 걸로 본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에 주문을 줄 수밖에 없다. 하이닉스만으로는 공급을 절대 못 맞추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이달부터 ‘블랙웰’이라는 신제품 출하를 시작한다. 그러면 그만큼 많은 양의 ‘HBM3E’가 필요하다. ‘HBM3E’에서는 기존의 8단 이외에 12단으로 쌓는 기술 변화가 예정돼 있어 (하이닉스의) 수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블랙웰 스케줄에 따르면 퀄(인증)을 3분기 초에만 줘도 충분하다. 그러니 기다리자.”

고공행진하는 미국 증시를 지켜보다 한국 증시로 눈을 돌리면 착잡하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장(국내 주식시장) 탈출은 지능 순’이란 자조가 회자되는 이유다. 하지만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은 늘 나타난다. 불닭볶음면 등 ‘K라면’ 수출 열풍에 삼양식품은 올 들어 200% 넘게 오르며 ‘면비디아(라면+엔비디아)’란 별칭까지 얻었다. 참석자들은 성장산업에 대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투자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최준철: “최근 변화가 감지되는 산업은 국내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다. OTT 사업 구조는 간단하다. 가입자 수만 올리면 매출이 올라가고 고정비 분산효과가 일어나면서 이익이 난다. 티빙 MAU(월간활성이용자)가 넷플릭스와 많이 좁혀졌다. 웨이브와의 합병도 곧 예정돼 있다. 왓챠가 나가고 OTT 사업자가 국내 3개 정도 남으면 할 만한 싸움이 되리라 본다”.

민수아: “저는 바이오다.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제재와 맞먹을 정도로 ‘생물보안법’도 굉장히 큰 이슈다. 중국의 ‘우시’나 ‘BGI 연구소’ 외에도 (제재) 기업 리스트가 더 늘어날 것 같다. CDMO(공장 위탁생산) 기업의 리레이팅(주가 재평가)이 클 수 있다. 또, 바이든 정부가 된다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약가 인하 정책에 따라 약가가 낮은 바이오시밀러도 유리하다”.

목대균: “미국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을 공부 중이다. 바이오는 주가가 금리에 가장 민감한 섹터 중 하나다. 최근 미국 금리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바이오 주가는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공부하기 좋은 시기라는 얘기도 된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판매망이 없어 글로벌 대형 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하는 게 주된 수입원이다. 그중 최근 3년간 기술수출 규모가 7조5000억원으로 가장 큰 리가켐바이오(옛 레고켐바이오) 등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한상균 : “국내 성장 산업을 꼽으라면 저 역시 바이오와 IT(반도체)다. 글로벌 수준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 경쟁자가 많지 않은 기업들에 장기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 관점에서 반도체 레이저 회사인 이오테크닉스나 반도체 원자현미경 회사인 파크시스템즈 같은 기업을 공부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참석자들은 밸류업 정책이 순항한다면 하반기 한국 증시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중국을 빠져나온 외국인 투자 자금이 너무 올라버린 인도 대신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Q : 정부의 밸류업 정책을 평가한다면.

A : 민수아: “최근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가이드라인이 매우 구체적인 점은 긍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시한 회사는 키움증권과 FN가이드 딱 두 곳뿐이다. 예고 공시를 한 곳도 KB금융, DB하이텍, 콜마홀딩스뿐이다. 더 적극적인 유인책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 6월 말 기준)

A : 최준철: “밸류업의 핵심은 상법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이라고 본다. ‘소송이 남발될 거다’란 기업 측 반론은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이건 시속 50㎞ 이하로 달리라는 표지판이다. 벌금을 걷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안전 속도로 달리게 하는 게 목표인 거다. 어길 생각부터 한다는 게 어이없다.”

A : 한상균 : “2018년 1월1일부터 6월 23일까시 코스피 수익률은 고작 13%였는데, 시가총액 기준 수익률은 43%다. 이 괴리는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자회사 분할 상장으로 상장기업의 시총은 커지는데 지수는 오르지 못한 결과다. 자사주 소각, 소액주주에 대한 공개매수 의무 등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너무나 많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우선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만 도입돼도 굉장한 진보를 이룰 걸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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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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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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