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hy가 배달 앱 시장에 ‘노크’한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배민·쿠팡에 도전장?


배달의민족(배민), 쿠팡, 요기요.

배달 시장을 둘러싼 삼파전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민 ‘뉴페이스’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전자 정체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도 있다. 발효유를 주력으로 하는 hy(옛 한국야쿠르트)가 주인공이다.

hy는 최근 배달 앱 ‘노크(knowk)’를 출범하며 신사업에 나섰다. 자영업자에는 ‘최저 수수료’를, 이용자에게는 조건 없는 ‘배달비 무료’를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업계 반응은 갈린다. 한쪽에서는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레드오션’에서 굳이 왜 사업을 시작하는지 의문을 표한다. 다른 한편에선 기존 배달 앱에 대한 자영업자 불만이 최고조에 이른 지금이 진출 적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애당초 ‘유제품 기업이 왜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목소리도 있다.

매경이코노미

hy는 지난 6월 말 ‘노크’를 정식 출시하고 서울 강서구 지역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배달비 무료와 업계 최저 수수료를 내세웠다. (hy 제공)


새 배달 앱 ‘노크’ 내놓은 hy

일단 강서구만 운영…900곳 입점

hy는 지난 6월 말 노크를 정식 출시하고 서울 강서구 지역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900여곳 음식점이 노크에 입점해 배달 주문을 받고 있다. 올해 초 배달 앱 신사업 프로젝트에 착수한 지 6개월 만에 정식 서비스를 출범하게 됐다.

현재는 강서구에서만 운영하지만 점차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동네 정육점이나 반찬 가게 등 신선식품과 비식품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기본 기능은 다른 배달 앱과 똑같다. 배달 앱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면 노크가 주문 정보를 음식점에 전달, 기사가 자동 배정돼 음식을 배달한다. 굳이 따지면 다른 점은 ‘라이더’다. 현재 노크 배달 대행은 hy가 지난해 4월 인수한 메쉬코리아 ‘부릉’이 전담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hy가 부릉 인수 이후 별다른 시너지를 보여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배달 앱은 hy가 새로운 라스트 마일 사업에 뛰어든다는 의미와 더불어, 그간 고민해왔던 부릉 활용법 찾기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매경이코노미

hy가 운영하는 ‘노크’ 배달 대행은 지난해 hy가 인수한 메쉬코리아 ‘부릉’이 전담한다. (hy 제공)


노크, 여타 배달 앱과 다른 점

무조건 배달 무료 + 최저 수수료

후발 주자인 노크가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혜택과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용자에게는 ‘무조건 배달 무료’를, 점주 고객에는 ‘업계 최저 수수료’를 내세워 노크 알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노크 이용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0원’으로 정했다. 상점이 설정한 최소 주문 금액만 만족할 경우 무료 배달이 가능하다. 유료 멤버십 가입 등 조건을 거는 여타 배달 플랫폼과 차별화를 꾀했다. 최근 배민은 월 3990원을 내는 멤버십 ‘배민클럽’을 선보이며 그간 무료로 제공해왔던 배달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했다. 쿠팡이츠 역시 쿠팡 통합 멤버십인 ‘로켓와우(7890원)’ 가입자에 한해 무료 배달을 해준다. 요기요도 월 2900원 구독료를 내는 ‘요기패스X’에 가입해야 한다.

노크가 제공하는 ‘첫 주문 5000원 할인’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이용자 모집을 위한 프로모션으로 5000원 할인 쿠폰을 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달 사업은 가격 외에는 차별 포인트가 적어 고객 충성도가 떨어진다. 최근 저마다 멤버십을 도입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며 “가격을 꼼꼼하게 비교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값이 저렴하면 최고다. 신생 앱이라고 해도 이용할 유인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노크 등장을 더 반기는 이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올해 초까지 주요 배달 플랫폼이 사실상 수수료와 배달비를 인상하는 통에 불만이 쌓여왔던 차다. 최근에는 높은 수수료 부담을 호소하며 자영업자들이 단체로 ‘배달 앱 보이콧’ 선언에 나서기도 했을 정도다.

현재 배민이 받는 수수료는 매출 6.8%(부가세 별도), 쿠팡이츠는 9.8%, 요기요는 12.5%다. 업주가 배달 기사에게 내야 할 배달비도 서울 기준 2900원에서 3200원으로 고정시켜놨다. 이런 가운데 노크는 업계 최저 수수료를 내세웠다. 수수료 5.8%에 배달비는 3㎞까지 2500원이다. 쿠팡이츠와 단순 비교하면, 2만원짜리 동일 제품을 판매했을 때 점주가 정산받을 수 있는 돈이 2000원 이상 많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과 높은 수수료율로 박한 마진에 신음하는 점주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돈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비롯한 자영업자 여론도 노크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 광진구에서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노크 수수료에 배달비라면 충분히 유의미한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얼른 서비스 지역이 확대됐으면 좋겠다”며 “과점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 배달 앱이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점주 입장에선 반갑다”고 말했다.

답답한 hy, 돌파구는 ‘유통·물류’

프레시 매니저 시너지? 일단 안착부터

배달 사업 진출은 hy가 갖고 있는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지난 50여년간 주력인 ‘유산균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호령해왔지만 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으로 성장이 차츰 둔화되고 있다. 최근 K-푸드 열풍에 따른 식음료 기업 실적 파티에서도 hy는 소외돼 있다. 유통기한이 짧고 해외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유제품 특성상 해외 진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본업 실적도 안 좋다. 지난해 hy 별도 기준 매출은 1조870억원으로 전년(1조1001억원) 대비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800억원에서 684억원으로 줄었다.

해외 사업이 제한된 상황에서 hy가 찾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돌파구가 ‘유통·물류’다. 2021년 기존 한국야쿠르트에서 hy로 사명을 바꾸고 ‘종합 유통 기업’으로 포부를 내비쳤다. 인프라는 충분하다. 우리에게는 ‘야쿠르트 아줌마’로 익숙한 노련한 ‘프레시 매니저’가 1만명이 훌쩍 넘는다.

프레시 매니저를 중심으로 신선식품과 다양한 생활용품을 문 앞까지 배송하는 자사 온라인몰 ‘프레딧’ 성장세도 나쁘지 않다. 2019년 서비스 시작 이후 현재 회원 수가 190만명이 넘는다. 2021년 700억원 수준이었던 거래액은 지난해 1700억원까지 뛰었다. 여기에 지난해 인수한 메쉬코리아 역시 이륜·사륜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프레시 매니저가 집 앞까지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은 당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프레시 매니저는 노크 배달 대행에 참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한 음식 배달업에서 프레시 매니저 역할은 제한적이다. 프레딧과 노크 역시 별도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대되는 시너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배달 앱과 프레딧 등 다양한 경로로 축적한 여러 상거래 데이터를, 동네 배송에 강점을 가진 프레시 매니저가 활용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hy 관계자는 “고객 구매 이력 등 정보를 결합해 맞춤형 상품을 소싱하는 등 방식으로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향후 프레딧과 노크 플랫폼 사이 고객 통합 시 빅데이터나 고객 관리, 마케팅 측면에서 협업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hy가 기대하는 중장기 시너지는 ‘노크’가 배달 앱 시장에 안착했을 때나 가능한 얘기다. 배달 앱 성공을 점치는 이는 많지만은 않다. 수년간 유지돼온 3강 체제가 워낙 공고한 데다 점유율 경쟁에 저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신규 배달 앱 성공 사례 자체가 많지 않다. 2021년 말 신한은행이 야심 차게 선보인 ‘땡겨요’를 비롯해 기대를 모았던 여러 공공 배달 앱 점유율은 1% 미만으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음료업계에서도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hy 특성상 신사업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여력도 없다”며 “막대한 자본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지속하는 여타 사업자와 경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7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