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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에어컨 틀면 버는 돈 줄어든다"…'불타는 택시' 등장한 까닭[베이징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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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러 도시의 여름은 혹독하다. 한낮 기온이 40도를 웃도는 것은 예사고, 상하이나 광저우 같은 남쪽 도시는 '고온다습'함에 길을 잠시 걷기만 해도 힘이 쪽 빠진다. 본격적인 무더위는 시작도 안 했건만, 지난 4일 상하이 쉬자후이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8도를 넘어서며 전국 최고 수준을 찍었다고 한다.

건조한 기후로 그늘은 제법 시원하지만, 베이징의 여름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한국보다 저렴한 덕에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택시를 이용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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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요즘 들어 에어컨을 틀지 않는 택시를 종종 만난다.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요청을 해도, 선풍기의 '아기 바람'보다 미약한 변화가 있을 뿐이다. 찬 음료나 찬 바람을 싫어해 맥주도 미지근하게 마시는 민족답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러던 중 최근 복수의 택시 기사에게 '에어컨을 틀면 소득이 줄어든다'는 볼멘소리를 들었다. 손님을 태워도 2위안(약 380원)도 채 벌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에어컨까지 틀어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에어컨을 켜면 비용이 하루에 최소 20위안, 한 달에 600위안 정도 증가한다는 운전기사들의 비공식 추정치가 확인됐다. 배기량이 큰 대형차는 월 1000위안까지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한 기자는 중국의 4대 화로(더운 도시, 충칭·우한·난징·난창) 중 한 곳인 충칭 소재의 한 대학과 협력해 에어컨 연료 소비 테스트까지 시행했다. 20도 이상의 환경에서 에어컨을 켜두면 연료 소비자 10~20%, 40도 환경에서 켜면 30% 이상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화제는 에어컨 가동을 택시 호출 시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사항'으로 두자는 방향으로 튀었다. 운전자는 기본 주행 요금에 고속도로 통행료, 주차 요금 등을 추가로 승객에게 요청할 수 있는데, 여기에 에어컨 요금도 포함하자는 얘기다.

다른 한쪽에서는 플랫폼 사업자가 으레 받곤 하는 '수수료' 논란이 인다. 업계에 따르면 택시 호출 서비스 사업자가 받는 수수료는 결제 비용의 25% 수준인데, 운전자가 감당해야 하는 여러 리스크를 감안하면 불합리한 구조라는 것. 논란을 의식한 듯 차량 호출 업체 디디추싱은 지난달 말부터 베이징, 상하이, 충칭, 창사 등 전국 274개 도시에 고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3개월간 지급될 보조금만 6억위안에 달한다. 운전자들은 평균 하루 30~40위안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

이제까지 '복불복'의 '불복'일 뿐이라며 일상의 희극으로 여겼던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는 택시'가, 열악한 영업환경을 담은 비극으로 다가오는 여름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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