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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대선 토론 후폭풍…"트럼프 2.0 온다" 전세계 '비상'[글로벌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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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악관 복귀 조짐에 美채권금리 급등

나토 등 동맹국들 로비·외교 활동 분주

"트럼프 2기, 韓 등 아시아에 끔찍할 것"

미국 대선 토론의 후폭풍이 거세다. 여론은 물론 진보 진영조차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연방대법원이 대선 결과 뒤집기 의혹에 면책 특권을 인정하면서 재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 채권 시장은 '트럼프 리스크'로 인한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를 반영하는 모습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한 동맹국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 압박과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 동맹관계에도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전문가들은 오는 9일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가 국제사회의 '트럼프 프루프'(Trump proof) 대책이 구체화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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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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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토론 후 달라진 명운…바이든 '적신호', 트럼프 '청신호'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열린 첫 TV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참패하면서 진보 진영에선 대선 후보 교체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친(親) 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을 통해 보여준 성과는 멈춤, 방황, 그리고 민주당에 불안을 안겨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 대표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 모습을 보고 흐느꼈다"며 "품위를 지키고 무대를 떠나야 한다"고 썼다.

여론도 좋지 않다. 미국 CBS 방송이 대선 TV 토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응답자는 72%로 집계됐다. 이에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며 후보 교체론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바이든 대통령을 민주당 공식 대선후보로 조기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진영이 격랑에 휩싸인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와 관련해 일부 면책특권을 인정하면서 사법 리스크가 다소 해소됐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을 부추겼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요동치는 채권금리…'트럼프 탠트럼'에 아찔한 세계 경제
대선 토론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되고 형사재판 일정마저 요원해지자 채권시장은 트럼프 2기 출현을 강하게 반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대선 토론 전만 해도 4.28% 수준이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토론 종료 이후 4.49%까지 3거래일 연속 급등하는 '트럼프 탠트럼(tantrum·발작)'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월가는 이러한 채권금리 급등세 배경에는 시장의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가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획대로 관세를 인상하면 수입품 가격이 뛰고, 반(反)이민 정책으로 노동 공급이 줄면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간판 공약인 법인세·소득세 인하 정책은 단기적으로 세수를 감소시키는데, 이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게 되면 이 역시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인플레이션 악화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되면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것은 물론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2024년 3%에서 2025년 3.6%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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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 글로벌마켓의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인 자바즈 마타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 이후 의미 있는 상승 흐름을 탄 것 같다"며 "트럼프 정부의 감세와 국채 공급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번 주부터 국채 수익률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냇얼라이언스증권의 글로벌 채권 책임자 앤드류 브레너는 "우리는 더 높은 장기 금리와 더 가파른 (채권) 수익률 곡선의 잠재적 경로들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모두 트럼프 2.0이 초래할 일들"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우선주의' MAGA에 떠는 동맹국들
국제사회도 트럼프 2.0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물자 공급 및 군사 훈련을 총괄하는 새 사령부를 독일 비스바덴에 설립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나토 안보 지원 및 훈련(NSATU)'이라고 불린 이 작전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군이 줄곧 수행해 왔으나, 32개국의 700여명으로 구성된 다국적 연합군이 임무의 대부분을 인계받을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는 민간 주재관을 파견, 나토 본부 및 신(新) 사령부와 연계해 우크라이나군의 현대화 및 비(非)군사적 지원을 도모할 계획이다.

이 같은 조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중단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라는 구호와 함께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채택해왔다. 특히 나토를 비롯한 동맹국들에 대해선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에 할애할 것을 요구하며 방위비 지출을 늘리지 않을 경우 미국의 세계 경찰 노릇을 그만두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얼마 전 대선 토론에서는 "1월20일 취임하기 전에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푸틴과 젤렌스키의 전쟁을 끝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토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트럼프 방비책(Trump-Proof)을 갖추기 시작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 토론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쓴 돈에 대해 불평한 이후 나토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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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의 '10% 보편 관세' 공약에 놀란 유럽 국가들의 로비 활동도 분주하다. 독일은 올해 초 미하엘 링크 대서양 협력 조정관을 미국에 특사로 파견했다. 링크 특사는 공화당 주지사들과 접촉하며 유럽연합(EU)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징벌적 관세 피하기 위해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이밖에 워싱턴 D.C. 주재 유럽 외교관들도 호텔, 대사관, 싱크탱크 등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인사들과 만나 정책 의중, 내각 구상 등을 취재해 본국에 알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본은 지난 4월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이어 집권 여당의 2인자인 아소 다로 전 총리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동하는 등 발 빠른 '보험 들기' 외교 전략으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한반도의 운명은…"주한미군 철수→韓 자체 핵무장"
한국도 트럼프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는 1기보다 아시아 정책에 있어 한층 끔찍할 것"이라며 "1기 당시 트럼프의 극단적인 외교 정책은 공화당의 전통적인 관료들 덕분에 상쇄될 수 있었지만, 2기에는 그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해온 한반도 확장억제를 비롯해 철통같았던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이 트럼프 2기에선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 석좌는 특히 트럼프 2.0에 의해 가장 근본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으로 한반도를 꼽았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화염과 분노' 대신 제재 완화라는 '당근'으로 핵실험 중단 협상을 끌어낼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후 무력 충돌 없이 북핵 위협을 종결했다는 승리 선언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 등의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이 같은 시나리오는 거의 확실하게 한국의 자체 핵무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시선은 오는 9일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정치·군사적 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이 공식 초청되면서 트럼프 2.0 리스크를 공유하는 동맹국들이 서로의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애리조나주립대 매케인 연구소의 에블린 파카스 국장은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4개국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미국 없이도 국가 관계가 더 성장하고 민주주의 국가들이 서로를 계속해서 지원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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