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경비원 제지 뿌리치고 도주 '특수폭행' 혐의 검거
1심서 폭행 고의성 인정, 벌금 200만원…2심 "고의 증명 부족"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백양로를 걷고 있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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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어어 여기는 오토바이 안 돼요. 안 돼"
2023년 4월 오전 11시 40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교정 내 백양로에선 배달기사인 오토바이 운전자 A 씨(29)와 대학 경비원 B 씨(68)의 실랑이가 한창이었다.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는 백양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해 교정을 빠져나가려던 A 씨와 이를 제지하려던 B 씨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던 것이다.
점심시간마다 오가는 학생들로 특히 붐비는 이 거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오토바이가 진입할 경우 차량 통행이 금지된 길이라 안심하고 걸어 다니던 학생들이 자칫하면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B 씨는 오토바이 앞을 가로막으며 하차를 요구하고, "상황실에 연락했으니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런데도 A 씨는 오토바이 방향을 약간 튼 뒤 바로 출발했다.
B 씨는 오토바이를 다시 한번 가로막았다. 오토바이를 붙잡은 B 씨는 들고 있던 경광봉을 떨어트릴 정도로 휘청거렸다.
B 씨가 오토바이에 한쪽 손을 얹고 경광봉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이자, A 씨는 이 틈을 타 곧장 오토바이를 출발시켰다.
B 씨는 또 한 번 물러서지 않았다. 세 번째 저지였다. 대치 상황이 길어지자 A 씨는 작정한 듯 오토바이를 B 씨 다리 방향으로 약간 앞으로 운행했다가 방향을 전환해 급출발했다.
"어어 안 돼!" B 씨는 이번에도 A 씨를 제지했지만 갑자기 속도를 내고 도주한 A 씨를 붙들기엔 역부족이었다.
A 씨는 결국 특수폭행 혐의로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선 2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1심 재판부는 "오토바이에 손을 대고 있는 등 매우 근접한 거리에서 피고인이 도주를 시도하면서 피해자의 다리 등 신체에 근접해 오토바이를 운행한 행위는 피해자 신체에 대한 불법적인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한다"며 고의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자기 잘못을 진지하게 뉘우치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폭력 범죄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지만 피해자를 폭행할 적극적인 의도가 있던 건 아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 제2-1형사부(이주현 부장판사)는 A 씨가 폭행의 고의를 가지고 오토바이를 운행한 게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폭행의 고의를 가지고 오토바이를 운행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사실을 유죄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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