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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경제 심판론’ 영국 노동당 총선 압승…14년 만에 정권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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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5일(현지시각)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열린 당선 축하 집회에서 아내 빅토리아와 키스를 하며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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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각)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이 14년 만에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정권을 되찾았다. 2020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침체된 경제 상황에서 급증한 이민자 문제와 공공의료 붕괴 등이 정권 심판론을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현지 언론을 보면, 하원 650석 가운데 648석이 확정된 상황에서 노동당은 412석으로 과반(326석)을 넉넉하게 확보하고 압승했다. 반면 집권 보수당은 121석으로 기존 의석보다 250석을 잃고 참패했다. 이어 자유민주당이 71석, 스코틀랜드 국민당이 9석, 신페인이 7석, 영국개혁당이 4석 등을 얻었다.



차기 총리가 된 키어 스타머(62) 노동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런던 북부 ‘홀번 앤드 세인트팽크러스’에서 당선된 뒤 “변화는 이제 시작된다”며 “변화를 이룬 노동당, 나라를 섬길 준비가 된 노동당,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영국을 회복할 준비가 된 노동당”이라고 외쳤다. 스타머 대표는 인권 변호사 출신 법조인으로 2008년부터 5년간 잉글랜드·웨일스를 관할하는 왕립검찰청(CPS) 청장을 지낸 뒤 2015년 하원의원 당선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19년 노동당 대표에 취임한 뒤 5년 만에 ‘위축된’ 영국을 이끌 책임이 주어졌다. 노동당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체제(418석) 때엔 다소 못 미치지만, 2010년 데이비드 캐머런의 보수당에 집권을 내준 뒤 14년 만에 기록적인 승리를 거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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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창당(1834년) 이후 최소 의석수에 그쳤다. 수낵 총리는 이날 1년8개월 만에 사임을 발표하며 “국민 여러분은 영국 정부가 바뀌어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며 “이 패배는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보수당 대표에서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수낵 총리는 지역구에서 당선되며 정치 행보는 이어가게 됐으나, 그에 앞서 감세 정책 후폭풍으로 단 49일 만에 낙마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 등 당내 거물급 인사들은 줄줄이 낙선했다.



이번 총선은 인플레이션이 다소 진정되고 경제지표가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던 지난 5월22일 수낵 총리가 ‘깜짝 조기 총선’을 발표하며 치러지게 됐다. 보수당의 지지율이 노동당보다 20%포인트가량 뒤처지는 상황에서 던진 수낵 총리의 ‘승부수’는 사실상 정치적 도박에 가깝다는 평가가 잇달았다. 노동당은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중도화 전략을 썼다. 경제 안정과 친기업 행보를 약속했고, 보수당의 ‘르완다 정책’(망명 신청 난민을 르완다로 보내는 것)을 폐기하는 대신 불법 이주민 문제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와 교육 등 공공 서비스 분야의 확충 계획도 밝혔다. 관건은 재정 압박이다. 노동당이 개인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법인세 동결을 이야기한 터라, 자본소득세 등 ‘부자 증세’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극우 성향인 영국개혁당은 4석을 차지하면서 처음으로 의회에 자력 입성하게 됐다. 보수당 실정에 실망한 보수 진영 유권자 표심이 영국개혁당으로 옮겨졌다는 풀이가 나온다. ‘영국 트럼프’라 불리는 나이절 패라지 개혁당 대표는 7전8기 도전 끝에 에식스주 클랙턴에서 당선되면서 정치 인생 2막을 맞았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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