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9 (화)

“김여사 문자 ‘읽씹’한 후폭풍 엄청나네”…‘탄탄대로’ 한동훈 돌발변수 생겼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건희 “명품백 사과 의향”
수차례 연락에도 韓은 ‘읽씹’
韓 “사적논의는 부적절 판단
왜 지금 얘기 나오는지 의아”
답변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

元 “선거 반전기회 놓친 것”
羅 “경험부족이 가져온 오판”
당권주자들 ‘배신자론’ 공세


매일경제

오는 23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오른쪽부터)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 경선 서약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디올백 사과 의향’이 담긴 김건희 여사의 텔레그램 문자를 받고 답하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5일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왜 지금 시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의아하다”고 진화에 나섰다.

반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나경원 의원 등 다른 당권 주자들은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총선 책임론’ 공세를 펼쳤다.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 1월 당시 김 여사가 한 전 위원장에게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 등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여사는 이 같은 문자를 여러차례 보냈으나 한 전 위원장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날 한동훈 전 위원장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찬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의 문자와 관련해 “집권당 비대위원장과 대통령 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고 당시 국민 걱정을 덜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한 전 위원장은 김 여사의 문자를 ‘사적인 방식’이라고 판단해 답장을 보내지 않았을 뿐 이미 사과 필요성을 대통령실에 개진했다는 얘기다.

한동훈 캠프 상황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시 한 전 위원장이 공개적으로는 ‘국민 눈높이’라는 표현을 썼고, 별도로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등 공식 채널을 통해 ‘사과를 해야 되지 않겠냐’는 의사를 수차례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점이다. 신 전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받은 날로 1월 19일을 특정했다. 당시는 한 전 위원장과 대통령실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때다.

문자를 받기 이틀 전인 17일 김경율 당시 비상대책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을 거론하며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을까.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이 드러나면서 감성이 폭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자를 받은 이틀 뒤인 21일에는 당시엔 현직이던 한 전 비대위원장과 이관섭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윤재옥 전 원내대표가 회동했다. 이 전 실장은 윤 대통령 의중을 전달하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고, 한 전 위원장은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며 사퇴 권고를 거부했다. 한동훈 캠프 측은 문자를 받은 시점을 특정하면서 당시 사퇴 권고의 이면에는 김 여사의 문자와 한 전 위원장의 ‘읽씹(문자를 읽고 응답하지 않음)’이 있었다는 점을 은근히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당 조직부총장은 페이스북에서 “영부인에게 사과 해라마라 할 사람은 가족인 대통령”이라며 “정말 사과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친한계 인사들은 문자 내용을 흘린 주체가 친윤석열계 인사들이며 이는 ‘윤한 갈등’을 부각시켜 전당대회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라고 보고 있다.

원희룡 전 장관과 나경원 의원 등은 기존 ‘배신론’에 ‘총선 책임론’까지 더하며 한 전 위원장을 압박했다.

원 전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영부인이 사과 이상의 조치도 당과 국가를 위해서 하겠다는 것을 왜 한 후보가 독단적으로 뭉갰는지에 대해 책임있는 답변을 바란다”며 “영부인의 사과의사를 묵살함으로써 결국 불리한 선거 여건을 반전시키고 변곡점을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페이스북에서 “공적이고 정무적인 일을 사적인 분과 상의하지 않는다는 분이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는 왜그리 문자를 많이 주고 받았냐”며 “한동훈 후보에게 당을 맡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나경원(왼쪽부터),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경원 의원도 “어떤 이유도 없이 혼자 판단하고 더 이상의 논의가 없었다는 것” 이라며 “한 후보가 상당히 정치적으로 미숙한 판단을 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후보가 이런 판단 미숙, 정치적 독단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고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윤상현 후보 역시 “김 여사가 다섯 번의 문자를 통해 사과 의사를 전했는데 한 후보가 씹었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상상할 수 없다”며 “일반적인 신뢰 회복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를 18일 앞둔 상황에서 터져 나온 ‘김 여사 문자’ 이슈가 현재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한 전 위원장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대통령 탄핵에 반감이 큰 대구·경북(TK) 당원 특성상 이번 이슈가 한 전 위원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있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당정 불협화음에 대한 불안감도 불안감이지만, 한 후보의 정치적 태도에 대한 우려까지 함께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한 후보의 고집, 유아독존적인 사고를 보여주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용산 대통령실의 ‘한동훈 탄압’ 혹은 ‘전당대회 개입’ 프레임이 씌워질 경우, 오히려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동정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