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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김광동 ‘유족 갈라치기’하나…전날엔 내쫓더니 다른데선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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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4일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한국전쟁유족회) 지역 회장들과 만나 발언하는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오른쪽). 왼쪽은 황인수 조사1국장. 이날은 두꺼운 뿔테안경과 마스크로 변장하지 않고 유족 앞에 얼굴을 드러냈다. 한국전쟁유족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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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진실화해위에 들어와 농성하던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 유족회원들을 경찰을 동원해 내쫓고 난 다음 날, 또 다른 유족회의 지역 회장들과 만났다. 김광동 위원장은 현재 농성을 했던 유족들이 낸 성명서 일부 문구를 문제 삼아 이들을 좌파로 모는 이념 공세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유족 단체들을 갈라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진실화해위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2시 전국유족회 중 하나인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한국전쟁유족회) 김복영 회장과 지역 회장 등 17명은 6층 대회의실에서 김광동 위원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유족들은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조사 상황에 대해 주로 물었다. “조사가 진척되지 않고 부진해 유감”이라거나 “조사담당 직원 충원이 필요하다”거나 “우리가 투쟁을 안 하는 건 그만큼 진실규명이 간절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가해자 신분 열람이 가능하냐고 물은 이도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은 한국전쟁유족회 쪽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 “조사가 늦어 미안하다”고 몸을 낮추기도 했다. 평소 착용하던 안경과 마스크를 벗고 이 자리에 참석한 황인수 조사1국장은 “(조사와 관련)직원들을 독려하고 있고 진행 담당 업무 계획서 제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가 문제가 된 건 또 다른 한국전쟁기 희생자 유족회인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피학살자유족회)가 진실화해위에서 김 위원장의 희생자 폄훼 발언 등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강제 퇴거당한 지 단 하루 만에 열렸다는 점 때문이다. 진실화해위는 전날 낮 12시40분께 이틀째 농성을 벌이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피학살자유족회) 유족들을 경찰을 동원해 강제퇴거 조처했다. 회원 9명은 중부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피학살자유족회는 김광동 위원장과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며 망언 사과와 과거사정리법 개정안 통과 등을 주장해온 유족회다.



간담회의 내용 또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광동 위원장과 황인수 조사1국장은 지난해 6월부터 여러 자리에서 한국전쟁기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와 유족들을 지속해서 폄훼해 논란이 됐다. 김광동 위원장은 “전시엔 즉결처형이 가능하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고, 국정원 대공 3급 간부 출신인 황인수 국장의 경우 지난해 10월 조사관 대상 교육 때 “유족들은 국가로부터 돈 뜯어내기 위해 거짓말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김광동 위원장과 만나 이런 발언에 대해 따지지 않은 채 조사업무 진척만 호소했다.



한국전쟁유족회 산하 태안유족회 정석희 회장은 “투쟁만이 능사는 아니겠으나 유족들이 김광동 위원장을 만나 무엇을 얻겠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의 발언을 볼 때 유족들에게 하는 말이 감언이설일 게 불 보듯 뻔한데, 그 말을 듣고 돌아가 ‘김광동 만나서 좋은 이야기 들었다’고 자랑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정 회장은 “김광동 위원장을 국회에 탄핵 요청해야 한다. 지금은 젊은 시민단체, 정치권과 손잡고 과거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광동 위원장 쪽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온 일부 유족회 지역 회장의 행태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한 지역 유족회 ㄱ회장은 유족회 단톡방 등을 통해 진실화해위에 들어가 농성을 하며 김광동 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피학살자유족회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점거농성 후유증으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는다며 병가를 낸 이옥남 상임위원에게 쾌유를 기원하는 난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김광동 위원장은 피학살자유족회가 3일 농성 현장에서 배포한 성명서에 등장하는 “진화위원장 김광동은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조국해방공간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하고 부정하는 자로서 대한민국의 장관급 고위공직자의 자격이 없다”는 문장에서 ‘조국해방공간’이라는 단어를 문제 삼아 이념전쟁 공세를 펼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명서의 문장은 매끄럽지 않지만 “일제로부터 해방된 공간에서 독립국가 수립을 둘러싼 좌우익 갈등이 (민간인)학살로 이어졌다”는 취지로 보인다. 진실화해위 한 관계자는 5일 한겨레에 “김 위원장은 11일 국회에 나와 유족들을 북한이 주장하는 ‘조국해방전쟁’을 추종하는 세력으로 몰아붙이기 위한 역공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옥남 상임위원, 황인수 조사1국장과 함께 11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행안위) 전체회의에 출석할 예정이다. 5월27일 폴란드 출장 중이었던 김 위원장을 대신해 국회 행안위 업무보고에 출석한 이옥남 상임위원은 지난 1월의 함평 민간인 희생 사건 재조사 건을 묻는 말에 “재조사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했고, 황인수 조사1국장은 안경과 마스크로 변장을 한 채 발언대에 나와 얼굴을 드러내라는 의원들의 요구를 끝까지 거절하다 퇴장 조치당하고 재출석 요구를 받았다. 이옥남 상임위원 역시 11일 국회에서 유족들의 농성으로 인해 출입문을 통한 본인의 퇴근 통로가 막히는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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