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7 (일)

엔화 추락 끝없어…경제 장기 부진에 반전도 어려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3일 일본 도쿄 일본은행 본점에서 새로 발행한 1만엔·5천엔·1천엔권 지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새 1만엔권 지폐에는 일본 근대 경제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초상화가 들어가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엔화의 추락이 끝이 없다. 지난 3일 엔-달러 환율이 38년 만에 최고치(장중 기준, 달러당 162.00엔)를 찍은 데 이어 4일에도 161엔대 중후반에서 머물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상승(엔화 가치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본 경제의 기초체력이 떨어져 있고 통화·외환 당국이 행동에 나서기에도 쉽지 않은 여건이라는 이유에서다. 엔화가 매일매일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4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연합인포맥스 기준)은 오후 4시 현재 전일 종가(161.68엔) 대비 0.30엔 내려간 161.38엔이다. 전날 기록한 장중 최고치(162.00엔)보다는 소폭 내렸으나 지난달 28일 이후 5거래일 연속 161엔대를 기록 중이다. ‘달러당 160엔’은 그간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져왔다.



엔화 추락은 대내외 요인들이 한꺼번에 겹친 탓이다. 우선 비교 대상 통화인 달러화의 구조적 강세가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예측 확산 탓에 미국 국채 금리가 최근 급등하면서 글로벌 자금시장에서 달러 매수세가 강화됐다. 여기에다 일본 경제 자체의 취약성이 엔화 약세를 더 부추기는 형국이다.



일본 경제는 지난 1분기 다시 역성장(전기 대비 -0.5%, 실질 국내총생산 기준)을 보인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 후반에 머물고 있다. 엔화 유출을 막기 위해 일본 통화당국이 정책 금리 인상에 나서기 어려운 거시 환경이란 뜻이다. 일본 정책 금리는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했으나 여전히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인 0.1%다. 글로벌 투자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은 “거시경제 지표에서 엔화 급락세의 조기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좀 더 근본적인 요인은 일본 경제의 장기 부진에 따라 일본 통화당국이 엔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한 긴축 속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가 정책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전까지는 엔화 가치 추락세가 더 커질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기적 시장 개입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최근 엔화 움직임은 4~5월에 견주면 변동성은 작고 일정한 방향과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무질서한 상황을 제외하면 개입을 자제하기로 주요 7개국(G7)과 약속한 일본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개입할 명분이 적다”고 말했다.



한겨레

시장 개입 실탄이 넉넉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씨티은행은 현재 일본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여력을 2천억~3천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4~5월 엔-달러 환율 급등기 때 물량 개입을 단행한 탓에 5월 말 현재 두달 전에 견줘 600억달러 감소한 1조2300억달러다. 씨티은행은 외환보유액이 1조달러 아래로 떨어질 경우를 ‘위험’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 개입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한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할 경우 미 국채 금리가 뛰어 미-일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까닭에 일본 외환당국은 물량 개입보다는 구두 개입에 나서고 있다. 최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급격하고 일반적인 환율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며, 과도한 환율 움직임에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위 외환·국제금융 당국자 교체도 있었다. 엔화 추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은 “일본 통화당국자의 시장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조차 엔화 약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이런 개입 시도는 엔화에 일시적인 안도감만 줬을 뿐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국제금융센터도 “구두 개입을 재개하고 있으나 현재의 환율 움직임이 과도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일본 외환당국이)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고 짚었다.



다른 요인도 엔화 추락을 부추기고 있다. 올 들어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 열풍이 그것이다. 특히 올해 엔화 가치는 전통적인 주요 요인(미-일 국채 10년물 금리차) 이외에 사상 최고치를 달리는 ‘미국 주가’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 미 증시 호황에 따라 일본 가계의 해외 금융자산 보유잔액은 2023년 12월 말 81조4천억엔에서 지난 3월 말 90조8천억엔으로 3개월 만에 10조엔 가까이 급증했다. 미국 주가(S&P500)와 엔-달러 사이의 상관계수(6개월 이동평균)도 지난 1월 중순 -0.67(서로 역관계)에서 최근에는 +0.84(양의 관계)로 급변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추천 [확인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오직 한겨레에서 볼 수 있는 보석같은 기사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