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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한국 유일의 ‘비프샌드위치’ 맛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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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구 청년키움식당 1호점에 입점한 샌드위치 전문점 ‘퀸텟’

대학 동기 4명 의기투합해 창업 준비

모두 요리 전공하고 미국서 실전 경험

매일이다시피 새 메뉴 개발해 맛 평가

“손님이 만족해야 비로소 퀸텟도 존재”


한겨레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한 동기 네 명이 의기투합해 샌드위치 전문점 ‘퀸텟’을 만들어 중구 황학동 신중앙시장에 있는 중구 청년키움식당 1호점에 입점했다. 이율(왼쪽부터), 최재훈, 신민재, 김문현씨가 6월19일 직접 만든 음식을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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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어릴 때 넘어져야 다시 일어나기 쉽죠. 나중에 나이 먹고 넘어지면 일어나기 힘들잖아요.” 지난달 19일 중구 황학동 신중앙시장에 있는 중구 청년키움식당 1호점에서는 혈기 넘치는 24살 청년 네 명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샌드위치 전문점 ‘퀸텟’을 창업한 이율, 최재훈, 신민재, 김문현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모두 같은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한 동기로, 지난해에는 정부가 해외 창업이나 취업에 관심 있는 청년을 지원하는 ‘케이 무브'를 통해 미국에서 1년 동안 실전 경험을 쌓았다. 이율씨는 캘리포니아에서 스페인 요리를 배웠고, 워커힐 호텔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최재훈씨는 뉴욕에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근무했다. 신민재씨는 플로리다에 있는 호텔 사우스비치, 김문현씨는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이탈리아 음식점 마세리아에서 경험을 쌓았다. 최재훈씨는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만큼,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맛있는 음식이 의외로 많다”며 “그래서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큰 음식으로 창업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청년키움식당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외식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이 매장 운영 경험을 쌓아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중구는 지난 3월 청년키움식당 공모에 선정됐는데, 총 사업비는 국비 1억4천만원과 구비 6천만원을 합쳐 2억원이다.

중구는 5월29일 황학동 신중앙시장에 청년키움식당 1호점을 만들었고, 12월까지 청년 외식 창업을 꿈꾸는 5개 팀을 선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퀸텟에 앞서 일식 전문점 우스시가 입점해 매장 운영 경험을 쌓은 뒤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퀸텟은 6월17일 입점해 신메뉴 개발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퀸텟의 주메뉴는 시카고식 비프샌드위치, 미트볼샌드위치, 치킨&비스킷이다. 여기에 보조 메뉴인 감자튀김, 어니언링, 버펄로윙 등으로 구색을 갖췄다.

그중에서도 비프샌드위치가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1월에 저랑 이 친구(이율)가 시카고에 여행을 갔다가 처음 봤어요. 육수에 샌드위치를 적셔 먹는 게 무척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맛있었죠.” 최씨는 “한국에서 만드는 곳이 있는지 찾아봤더니, 아직 한 곳도 없어서 우리가 먼저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라고 했다.

비프샌드위치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시카고 공장지대에서 풍족하지 못한 삶을 살던 시절부터 먹던 음식이다. 값싼 질긴 고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얇게 썰어 육수에 절여 보관했다가, 이를 끼워넣은 빵을 육수에 듬뿍 적셔 먹던 데서 유래했다. 고기양이 굉장히 많은 것이 특징으로, 보기에도 무척 두툼해 보인다.

미트볼샌드위치는 미국인의 ‘솔 푸드’ 미트볼을 활용했다. “뉴욕에서 프랑스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에서 근무했는데, 메뉴에 미트볼스파게티가 있었어요.” 최씨는 “프랑스 레스토랑인데 왜 미트볼스파게티가 있는지 의아해서 셰프에게 물었더니, 미트볼은 미국인에게 의미가 큰 솔 푸드라서 어느 레스토랑에 가도 미트볼을 사용한 음식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러면 우리도 미국 음식을 하니까 미트볼을 활용한 음식을 만들어보자고 해 미트볼샌드위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청년키움식당에 입점한 첫날부터 새로운 메뉴를 매일 개발하다시피 한다. 18일에는 보조 메뉴로 고추튀김을 새로 만들었다. 최씨는 “재래시장이라서 고추를 많이 팔아 재료 구하기가 쉽다”며 “저녁에 간단하게 맥주와 함께 안주 삼아 먹어도 맛있다”고 했다. 19일에는 미트볼스파게티를 새로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메뉴판에는 아직 미트볼스파게티가 없다. 김문현씨는 “제가 일하던 워싱턴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도 미트볼 음식이 있는데, 레시피를 한국인 입맛에 맞게 바꿔 미트볼스파게티를 만들어봤다”고 했다. 김씨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한번 만들어보고, 맛보면서 평가한다”며 “그렇게 하나씩 메뉴를 구성해가고 있다”고 했다.

퀸텟에서 판매하는 주메뉴는 모두 8900원, 보조 메뉴는 5천원이다. 샌드위치와 보조 메뉴, 음료를 함께 파는 콤보 메뉴는 1만2900원을 받는다. 최씨는 “주위 반응을 살펴보니, 1만원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가 무척 어려운데 샌드위치 한 개에 8900원이면 저렴한 편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비프샌드위치 등 신선하고 독특한 맛이 젊은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이들은 두 달 뒤 독립해야 한다. 여기저기 가게 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임대료가 만만찮아 고민이 크다. 최씨는 “창업 비용으로 1억원을 생각하고 있는데, 서울에서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그래서 경기도 쪽에도 매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청년 네 명이 정한 가게 이름이 오중창이나 오중주를 뜻하는 퀸텟이라 다소 의아했다. “네 명인데 왜 퀸텟이냐고 궁금해할 텐데, 나머지 한 명은 우리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드셔주는 손님입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오중주가 완성되죠.” 네 청년은 “손님이 만족해야만 비로소 퀸텟이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맛 좋고 값싼, 가성비 좋은 음식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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