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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재테크 Lab] 월 53만원 쪼개서 '노후 준비'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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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요즘 노후 준비를 아예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3명 중 1명이 '노후를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일이 '내 가족'에게 일어나지 않으려면 준비하는 방법밖에 없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단 점이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노후 준비 '제로'인 30대 부부에게 조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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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수십만원에 달하는 적자에 시달려 온 김수찬(가명·39)씨와 그의 아내 신민아(가명·35)씨 부부. 직장을 다니던 아내가 둘째 출산 후 전업주부를 선택하면서 부부의 가계부도 크게 휘청였다. 두 딸(10·8)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학원비와 학습지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

급한 대로 부부는 월 1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도 만들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1년 만에 한도까지 다 써버린 탓에 적지 않은 이자를 감당해야 했다. 앞으로 돈 나갈 곳이 더 많아질 일밖에 없는데 부부의 소득은 늘어날 구석이 없다. 최악의 상황에 빠진 부부는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까지의 상담 결과는 이렇다. 월 소득으로는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버는 450만원이 전부다. 지출은 정기지출 463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33만원, 금융성 상품 20만원 등 516만원이다. 한달에 66만원씩 적자가 발생한다. 현금 자산은 1200만원 현금이 전부다. 부채는 앞서 언급한 마이너스 통장 1000만원과 자가빌라(시세 3억3000만원) 매입 때 빌렸던 주택담보대출 잔여금 9100만원이 있다.

부부는 필자와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정기지출 94만원, 비정기지출 5만원 등 99만원을 줄여 66만원 적자를 33만원 흑자로 돌리는 것까진 성공했다. 또 1200만원 현금의 대부분을 사용해 마이너스 통장도 모두 변제했다.

부부가 세운 재무 목표는 노후 준비와 자녀 교육비 마련, 주택담보대출금 상환 등 3가지다. 문제는 부부가 가까스로 마련한 여유자금 33만원으론 이 목표들을 달성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아내는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뛰기로 결심했다. 둘째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해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는 걸 감안했다. 여의치 않을 경우 아내의 부모님에게 부탁해 아이를 맡기기로 했다.

다행히 아내는 자택 근처의 한 가게에서 시급제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다. 월급으로 계산해 보니 80만원쯤 된다. 부부의 여유자금이 33만원에서 113만원으로 불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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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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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솔루션을 진행하기엔 액수가 부족하지만 어쩌겠는가.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재테크의 본질이다. 부부는 현재 예금 10만원, 적금 10만원을 매월 저축하고 있다.

예금은 비상금 통장 용도로 쓰지만 적금은 특별한 이유 없이 붓고 있다. 부부는 적금 통장을 깨고 더 효과적인 재테크에 저축액을 활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부부의 여유자금은 123만원으로 조금 더 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재무 솔루션을 시작해 보자. 먼저 자녀 교육비를 준비하기 위해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 이 상품은 펀드인데도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씨 부부처럼 예적금 외에 재테크 경험이 전무한 이들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 재테크 감각을 익히기에 좋다.

저축과 달리 만기가 없다는 점도 적립식 펀드의 장점 중 하나다. 돈을 찾는 순간이 바로 만기다. 수익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면 플러스로 바뀔 때까지 버티면 된다. 부부는 자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로 매월 20만원씩 꾸준히 납입하기로 했다. 장점이 많지만 어디까지나 투자상품이므로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늘 명심해야 한다.

다음으로 새로운 적금 통장을 하나 만들어 월 5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요새 금리가 많이 올라서인지 부부가 10만원씩 납입하던 적금통장보다 높은 이율의 상품을 찾을 수 있었다. 만기 때마다 찾아서 최대한의 이자 효과를 본 다음, 주택담보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쓸 것이다.

이제 노후 준비가 남았다. 부부는 "노후를 준비하기보다는 주식이나 펀드 등 수익률 높은 재테크에 좀 더 투자해서 원금을 불려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일리가 있긴 하지만, 그러기엔 부부의 노후 준비가 너무도 부족했다.

노후를 탄탄히 대비해야 한다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은퇴 이후 맨손으로 시작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지 않기 위해 남은 53만원을 노후 준비에 할애하기로 했다.

먼저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월 3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IRP나 연금저축 같은 개인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세금 공제'다. IRP의 경우 최대 90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는데,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가 900만원을 불입하면 이듬해 연말정산에서 148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55세 이후가 되면 연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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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부족한 여윳돈을 마련하기 위해 시급제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그래도 자금은 여전히 부족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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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23만원은 연금저축계좌에 넣기로 했다. 이 역시 55세 이후로 연금처럼 활용이 가능한 상품이다. 1년에 1800만원까지 입금할 수 있고, 계좌 해지 없이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인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출금할 때는 세율이 낮은 적립금부터 인출되는데, 이렇게 하면 차감되는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여러모로 똘똘한 연금상품인 셈이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 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부부는 123만원의 여유자금을 자녀 교육비 마련(적립식 펀드 20만원), 주택담보대출금 상환(적금 50만원), 노후 준비(IRP 30만원, 연금저축계좌 23만원)에 효과적으로 분배했다.

하지만 이걸로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출을 잔뜩 줄인 가계부 예산을 따르려면 먹을 것, 입을 것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 한다. 아내가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아이들을 보듬는 것도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다. 부부가 뜻을 모아서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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