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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지방소멸의 원인과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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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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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는 지방을 여행하는데 유익한 교통수단이다. KTX 운행이 여행객에는 반가운 일이지만, 이의 운행 효과가 긍정적으로 발생하는 지방 도시와 그렇지 못한 경우는 혼재된 것 같다. 필자의 학교가 위치한 익산을 보면 KTX가 구심력보다는 익산 인근 거주자들을 다른 대도시로 밀어내는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지방 도시가 발전하려면 외지에서 돈을 번 사람들이 해당 지역에 모여들어 정주하거나 소비를 해야 한다.

우리는 과다한 수도권 일극 체계에서 살고 있다. 접근 가능한 최근 자료인 KOSIS의 2022년 수치를 보자.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도시지역 면적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81%이지만 이들 3개 지역 거주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인구의 50.52%가 된다. 좁은 땅에서 인구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것이다. 그러면 이들 지역의 합계출산율은 어떠한가? 2022년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평균치가 0.78명인데 반해 서울이 0.593명이고, 인천이 0.747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낮다. 경기도만이 0.839명로서 전국평균치보다 조금 높다. 세종시가 1.121명로 제일 높고, 다음이 전남 0.969명이고, 그다음이 강원도 0.968명, 경북 0.930명 순으로 수도권 3개 지역의 출산율보다도 모두 높다.

이처럼 수도권의 출산율이 낮은 데도 수도권의 인구 비중이 높고, 지방의 출산율이 전국평균치보다 높음에도 불구 지방의 인구가 감소하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중 하나는 지방 인구감소의 주요요인이 출산율 하락에 의한 자연적 인구감소보다는 지방에서 교육, 취업, 거주 등의 목적으로 한 도심으로의 사회적 이동이란 걸 말해준다. 다른 하나는 서울, 인천, 경기의 출산율이 1.0명 미만이라는 것은 향후 지방에서 인구 유입이 줄어들게 되면 앞으로 이들 지역도 인구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걸 의미한다. 감사원의 2021년 자료에 의하면 2047년 전국의 모든 시·군·구가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빠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인구감소가 급속하게 발생하여 지방소멸을 우려하는 지역에서 필자가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을 이야기하면 뜬금없는 연목구어(緣木求漁) 같은 이야기일까? 지방소멸을 막는 데는 근본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일이 상책이다. 그런데, 젊은 세대들이 결혼 및 출산에서 거주, 육아, 교육, 경력단절 등에서 겪는 경제적 부담을 고려할 때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범정부와 사회적 차원의 출산 노력이 향후 뒷받침된다는 기대하에, 필자는 현재 지방소멸을 늦추는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도시엔 KTX 정차를 조정하여 정차역 인근의 원심력이 발생할 기회를 줄이고, 지방 도시에 구심력이 작동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인프라의 미흡으로 생기는 인구감소나 지방소멸을 예방하려면, 수도권에 뒤지지 않는 최소수준의 보육, 교육, 의료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어 생활 가성비가 높은 지역이 되게 하는 일이다. 지금과 같이 중앙정부 주도로 시군구 중심의 나눠주기식 사업집행은 인프라구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마다 광역도시를 핵으로 한 연계를 통해 광역도시 내 중복투자를 막으면서 광역권 내 취업과 일자리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사회적 이동을 줄이는 한 방법이 된다. 현재 매년 1조원씩 조성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은 간접세 형태 등으로 서너 배 이상 그 규모를 확충하여 인프라구축 사업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

다음으로, 도심으로의 생활인구 유입증가와 지방으로부터의 인구유출을 억제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일이다. 우리가 참고해 볼 해외사례로는 일본이 2개 지역에 대한 거주지역 실시로 해당 지역의 소비가 확대된 예이고, 프랑스가 농촌 지역에 대한 매력 공간을 조성하여 해당 지역에 체류하는 인구가 증가한 예이며, 독일이 복수주소제를 실시하여 지방 중소도시 및 인근 대학의 인구가 증가한 경우 등이 있다. 지역 특성과 해외사례를 참고하여 우리 사회도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예, 1년 살기, 복수주소제 등)이 추진되길 바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되지 않도록 사전적으로 대처하자.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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