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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심사 받을 때마다 권위 바닥 떨어져”…판사들의 푸념, 왜 그런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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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예산배정 샅바싸움
판사가 직접 협상 나서지만
로비력 약해 쥐꼬리 예산만


매일경제

법원 깃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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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는 선고를 내리는 판사가 전지전능해 보일 수 있어도 예산 문제에서는 정반대예요.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어요.”

매년 5~7월은 대한민국 사법부에 가장 중요한 시기다. 다음 해 사법부 예산을 이때 수립하고 예산당국과 협의를 진행한다. 동시에 판사들의 권위가 가장 바닥에 떨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만큼은 국가 살림을 틀어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갑 오브 갑’으로 거듭난다.

본격적인 싸움은 5월부터다.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한 사법부와 한푼이라도 덜 주려는 기재부의 팽팽한 기싸움이 시작된다. 이후 국회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사실상 기재부가 제출하는 예산안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만큼 사실상 이때 다음 연도 예산 규모가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법부는 입법부, 행정부와 더불어 국가 3축을 구성하지만 예산은 가장 작은 행정부처보다 못하다. 올해 예산은 약 2조1738억원으로 전체 국가 예산(약 656조6000억원)의 0.33% 수준이다. 비중은 매년 매년 줄고 있다. 2014년 전체 국가 예산의 0.42%였던 사법부 예산은 2022년부터 0.3%대로 하락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은 기재부가 가장 만만히 여기는 상대가 사법부라는 자조섞인 농담을 하기도 한다. 더 많은 예산 배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다른 부처들에 비해 사법부는 예산 관련 민원과 로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법원 예산 업무를 담당하는 법원행정처 사법등기국장이 일반직 공무원에서 판사로 바뀐 것도 ‘예산로비’ 강화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임명된 이국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2014년 예산 업무와 관련된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을 역임한바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삼권분립이라고 하지만 최소 예산 문제에서는 사법부가 행정부에 종속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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