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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힘을 통한 평화 부르짖는 윤석열 정부, 진정한 평화 만들 능력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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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재단 (staff@peacefoundation.or.kr)]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대한 조약 체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새벽,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해서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대한 조약을 체결했다. 평양 방문 이전 푸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구소련 시절을 포함한 북-러 관계의 70여 년 역사를 개괄하는 서한을 북한에 보냈고 노동신문에 게재됐다. 이 서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북한에 감사를 표시하는 한편,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대한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북한은 국빈 방문하는 푸틴 대통령을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푸틴 대통령은 예정시간보다 5시간 여 늦은 새벽 2시경에 도착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공항에서 기다렸다. 김정은 위원장이 홀로 공항 활주로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러시아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당초 1박 2일 일정이 무박 1일로 되어버렸으며, 푸틴 대통령은 확대정상회담과 단독정상회담을 각각 1차례 가진 후 곧바로 베트남으로 향발했다.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 이목이 쏠린 이유는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내용 때문이다. 조약은 총 23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제3조와 제4조가 자동군사개입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놓고 주목받았다.

제3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침략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쌍방은 어느 일방의 요구에 따라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며 조성된 위협을 제거하는데 협조를 호상 제공하기 위한 가능한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 협상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 시킨다", 제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조약 체결로 2000년 2월에 체결했던 북-러 간 협정은 자동 폐기됐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북한을 공격할 의향이 없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발언을 했고, 사실상 러시아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된 한국 정부는 러시아의 북한 군사지원 가능성을 견제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푸틴 대통령은 곧바로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 전투 구역에 보내는 것과 관련하여 이는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초정밀 무기 공급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8기 10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개최했지만,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한 일체 언급 없이 2024년 상반기 사업 평가와 하반기 사업 방향성을 제시했다.

북한 외무성 대외정책실은 6월 30일 한·미·일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에 대해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고 규정하고 강력 규탄한다는 공보문을 <노동신문>에 게재했다. 또한 북한은 신형 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속하고 있으며, 5월 28일부터 시작된 '오물 풍선' 살포도 현재까지 7차례에 걸쳐 이어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9.19군사합의의 전면 효력정지에 따라 휴전선 인근에서 K9 실사격 훈련을 재개하는 등 대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 간의 말 공방이 지속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 정세는 첨예한 대립 구도가 강화되고, 남북 간에도 서로가 군사훈련을 심화시키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프레시안

▲ 6월 19일 북한 수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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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상호 이해 합치, 의미 부여에는 온도차

이번 북-러 조약은 북한과 러시아의 타산적 수요가 합치되는 지점이었다. 현실적으로 러시아는 북한의 무기를 포함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필요로 했고, 북한은 변화된 안보환경에 대응하는 든든한 뒷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중국 방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확실한 지원을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북한과 베트남을 방문하여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면서 사회주의 진영의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의 대결에서 중국-러시아-북한으로 이어지는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것은 중국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마치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소련은 미국의 참전이 확실시되고 중공이 참전하는 것을 약속한다는 판단 하에 북한의 군사행동을 제한적으로 승인했던 것과 데쟈뷰를 이룬다.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뒤바뀐 상황에서 러시아의 강경한 행보에 중국은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북한 역시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해 왔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공조체제의 복원, 미국의 동북아 지역 핵 운영과 관련된 워싱턴 선언 등은 북한에게 큰 안보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반면 중국의 미온적 태도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조약의 부재 등으로 북한은 불안이 가중됐을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러시아와의 군사동맹 관계를 복원하는 작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문에서 푸틴 대통령은 발언 중에 '동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거듭 '동맹'을 강조하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약이 탄생했다"고 평가하는 것을 보면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도 이번 조약의 의미를 두고 온도차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북한이 최근 열린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이전 회의와는 달리 러시아와의 관계 등 대외정세를 언급하지 않고 경제문제에만 집중했던 것을 보면, 러시아와의 조약체결로 군사적 뒷배를 마련했으니 내부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특히 사업추진 규율 문제와 헌법 개정을 포함한 법적 장치를 보완하는 문제에 집중했고, 현저히 낙후된 지방경제의 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하도록 독려했다.

그러나 회의에서 경제발전을 위한 실질적 대책은 여전히 제시하지 못한 채, 정신력과 규율 강화를 내세우고 있는 점은 경제문제의 현실적 어려움과 극복의 한계를 보여준다.

대 중·러 관계도 치밀한 관리가 필요

현재 동북아 지역에서 남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은 서로의 입장이 다 다르다. 한국은 북한의 초정밀 무기 개발을 위한 러시아의 지원을 제어해야 하고, 북한은 한·미·일 체제에 맞서서 북한을 지원하는 중·러 지원체제를 형성하고 싶어 하며, 중국은 미국과의 대결에 집중하고 싶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고 싶어 한다.

이 와중에 1996년 한국 정부의 북방정책의 성과가 북-러 관계변화로 이어졌던 오랜 공든 탑이 이번 북-러 조약 체결로 무너졌다.

한국의 강경 대응은 단기적 차원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배신감의 표출일 수 있다. 그러나 말을 통한 위기 고조가 실질 행동으로 이어질 때 문제의 심각성은 달라진다. 러시아가 북한에 초정밀 무기 기술을 넘기려고 한다면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은 물론 자체 핵보유론의 등장까지 급진전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위기가 도래할 것이다.

지난 5월 중국에서 개최된 중-러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은 러시아에게 중국의 동해 출해권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러시아는 이 문제를 북한과 협의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중국은 1856년 제2차 아편전쟁으로 체결된 베이징조약에서 우수리강 동쪽의 연해주 지역을 러시아에 넘겨주게 되었고 그 결과 동해 출해권이 봉쇄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중국은 동해 출해권을 확보하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 왔고, 북한의 나진·선봉 지역에 관심을 기울여 온 바 있다. 북-중-러 삼각 안보체제에 미온적인 중국에 대해 러시아는 동해 출해권이라는 미끼를 던질 수 있으며 북한은 중국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의 동해 진출은 러시아나 북한 모두에게 불리한 사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일의 북한이나 중국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수록 그에 대한 유혹은 강해질 수 있다. 중국의 동해 출해권 확보가 현실화할 경우에는 동해를 비롯한 동북아 안보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한반도의 평화는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다.

러시아와의 언쟁을 통한 위협이 고조될수록 서로의 오해는 깊어질 수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중국의 참여를 희망하지만 중국이 거리를 두고 있다면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는 표면적 충돌이지만 실질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여러 방식으로 전하면서 한-러 관계를 중장기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

당분간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찾기 어렵겠지만, 오히려 러시아 및 중국을 이용해서 동북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무드를 조성시킬 수 있는 한국의 관리능력이 필요한 시기다. 미국 대선 결과에서 나올 수 있는 불확실성을 지금부터 관리해도 늦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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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6월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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