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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사설] 이 정도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달라지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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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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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상장 기업 주주 환원 확대를 위한 세제 지원안을 발표했다. 과거 3년 평균치보다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 환원을 늘린 기업에 대해선 ‘5% 초과 증가분의 5%’를 법인세에서 깎아주기로 했다. 주주의 배당 증가분에 대해선 14%의 이자·배당소득세 대신 9%의 낮은 세율을 적용해 절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세제 혜택은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는데, 이 정도로 기업들의 주주 환원을 촉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3년 평균 1000억원을 배당하던 기업이 배당을 1150억원으로 늘릴 경우 5% 초과분인 100억원에 대해 5%의 세액공제(5억원)를 받는다. 상장 기업들 중에 5억원 감세 혜택을 바라고 배당을 150억원이나 늘릴 기업이 몇이나 될까.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 혜택도 미미하다. 연 1000만원 배당을 받던 주주가 배당금이 1200만원으로 늘어날 경우 늘어난 200만원에 대해서만 9% 세율(기존 14%)이 적용돼 절감하는 세금이 10만원에 불과하다. 최대 주주는 최고 49%에 달하는 배당소득세율이 배당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는데, 이 역시 배당액 전체가 아니고 배당 증가분에 대해서만 25% 세율을 적용해 주기로 해 인센티브가 약하다.

정부는 기업 상속세 개편안도 내놨는데, 이 또한 미흡한 수준이다. 상속세 세율(50%)이 높고 최대 주주는 할증(60%)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기업 오너들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 주가 상승을 원치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정부는 최대 주주 할증을 폐기하고, 밸류업 참여 기업에 대해선 가업 승계 상속세 감세 요건인 ‘연 매출 5000억 미만’ 조건을 적용하지 않고, 상속세 공제 한도도 2배(1200억원)로 늘려주기로 했다. 앞서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상속세 세율을 30% 수준으로 낮추고, 기업을 팔아 현금화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 이득세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지만 정부안은 전혀 다른 내용으로 나왔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반대할 것이 뻔하다고는 하지만 정부도 너무 소극적이다.

주식시장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코스피 지수는 정부 발표 후 도리어 하락했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 말 ‘대기업 특혜’ ‘세수 펑크’ 시비를 의식해 반도체 투자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8%로 낮췄다가 여론 질타를 받고 다시 15%로 올리는 실책을 범했다. 이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가치 저평가)가 달라지겠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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