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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치권이 가져간 기업인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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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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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약 7시간35분.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전날인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리를 지킨 시간이다. 최수연 대표는 이날 오후 4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된 과방위 전체회의에 ‘라인야후 사태’ 현안질의를 위한 증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라인야후에 대한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 마감일 다음 날 최 대표에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네이버 입장을 확인하는 게 애초 취지였다. 하지만 회의를 개의한 지 30분이 넘도록 의원들은 현안질의를 시작하지 못했다.

국회 본회의가 진행되는 도중 더불어민주당이 과방위 전체회의를 개최한 것에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온 데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자진사퇴 책임 소재를 두고 여야 간 공방도 거셌던 탓이다.

결국 최 대표는 회의실에 입장한 지 1시간20분가량이 지나서야 증인으로서 입을 열었으나 그마저도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단기적으로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고 선 긋는 한편, 회사 중장기 전략과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주일 전 같은 이유로 소환된 최 대표의 참고인 출석이 불발된 후, 국회가 한술 더 떠 증인 출석을 요구했을 때도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라인야후 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A홀딩스(라인야후 모회사) 지분 협상 당사자인 소프트뱅크도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당장 결론 내릴 수 없다’라는 점을 최근 수차례 공식화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인 네이버를 향한 정치권 질의 자체가 향후 지분 매각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국회가 최 대표를 불러 라인야후 사태를 묻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가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최형두 의원은 현안질의 직전 “글로벌 기업 대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라고 일침을 놨다.

박충권 의원(국민의힘)도 “국회가 기업 대표를 불러놓고 현안질의로 기업의 내밀한 경영정보를 물어보고, 나아가 국정조사까지 하겠다고 얘기하는데 이러한 행태는 국익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전체회의 총소요 시간과 증인이 갖는 상징성만 보면 국정감사를 방불케 했지만, 예상대로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며 알맹이 없는 맹탕 질의에 그쳤다. 라인야후 사태는 이미 장기전에 돌입했다. 다가올 10월 국감에서도 빠지지 않고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여름 국감과도 같았던 이번 전체회의에서 엿볼 수 있듯, 현시점에 사안 당사자인 기업 수장을 부르는 것은 호통이 난무하는 ‘보여주기 국감’ 재현에 불과하다. “민간 자율적 판단이 이뤄지도록 해달라”라는 최 대표 요청이 우리 정부와 국회에도 제대로 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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